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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야생화, 맛/경주 돌아보기 Gyeong Ju 1 (完)

간이역에서 미래를 보다

by 깜쌤 2011. 11. 10.

경주에서 안강까지는 보통 사십리 거리라고 말한다. 사십리라면 16킬로미터 정도다. 부지런하게 걸어서 간다면 반나절 거리다. 천천히 가면 한나절 거리가 되기도 하겠다. 내가 도로용 자전거를 타고 안강까지 가는데는 보통 한시간 정도 걸린다.  

 

 

자전거로 안강을 다녀올 경우 나는 이 간이역에서 한번씩 쉬고 간다. 안강에는 양동민속마을옥산서원같은 멋진 곳이 자리잡고 있다. 간이역의 이름은 청령역이다.

 

 

비와 눈을 피할 수 있는 지붕하나만 달랑 설치된 간이역이니 시설 하나는 무지무지 간단한 것이다.

 

 

물론 지금은 폐쇄된 상태여서 타고내리는 손님이 있을 수가 없다.

 

 

그 다음역인 사방역도 이제는 폐쇄되었다. 나는 이런 현실이 너무 서글프기만 하다. 서글픈 정도가 아니라 절망한다. 일본은 도시 근교까지 워낙 철도연결이 잘되어서 그런지 시골에서 살아도 조금도 불편함이 없도록 되어 있건만 우리는 그렇지 못한 현실때문이다.

 

일본 기차역에는 자전거 정류장이 꼭 설치되어 있었다. 집에서 기차역까지는 자전거를 타고 와서 보관소에다가 자전거를 세워두고 기차를 타고는 학교에도 가고 직장에도 간다. 지구온난화의 가장 큰 원인이 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가장 확실한 교통수단이 기차라고 한다. 화력발전소의 경우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의 양도 무시하지는 못할테지만......  

 

 

승강장에는 잡초들이 제 세상을 만난양 자라나고 있었다. 나는 장거리 이동을 할 경우 기본적으로 기차를 이용하려고 노력한다. 기차 매니아는 아니지만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한다는 말이다.

 

이번에 태국은 대홍수를 겪었다. 차오프라야 강의 범람위기 때문에 방콕시민들이 피난을 가는 등 피해가 막심했던 모양이다. 물론 홍수의 원인은 태국 북부지방에 쏟아진 엄청난 강우가 원인이 되었던 모양이지만 점진적인 해수면의 상승도 무시하지 못할 요인이 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지구 전체에 이상기후에 몰아닥치는 이유는 무엇때문일까? 폭발적으로 증가한 이산화탄소의 배출이 지구온난화의 원인이 되었고 이로 인해 심각한 기후변화를 초래하고 있다는 이론이 이제는 거의 정설이 되어가는듯 하다.  

 

 

다른 글에서도 슬쩍 언급한 사실이 있지만 중국 동부내륙지방의 대기오염 실태는 워낙 끔찍해서 말로 나타내기가 어려울 지경이다. 하늘이 워낙 뿌옇게 변해버려서 구름이 끼었는지 안끼었는지 구별이 안될 정도가 된 지역이 제법 많았다.

 

거기다가 중국인들의 소득이 높아지면서 너도나도 자동차를 구입해서 타고 다니는 것까지는 좋은데 체면치레 때문에 대형차를 선호한다는게 더 문제이다. 그런 면에서는 우리 한국인도 결코 예외가 아니다.

 

 

말로 다 할 수 없는 비극이 닥치면 그때서야 땅을 치며 스스로 후회할 사람들이라고 보지않는다. 지금까지 신나게 자동차를 타고 다니며 이산화탄소를 배출한 자기 자신을 반성하기보다는 자동차를 만든 회사와 석유회사들을 상대로 원망을 퍼부어댈 사람들이라는 말이다. 인간의 본성이 그렇지 않던가? 내가 너무 비관론자인지는 모르지만 세상을 돌아다니며 느낀 것이 그랬다는 것이다.

 

 

기차가 지나갈 모양이다. 기차라고 해서 이산화탄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기관사는 우리를 보고 손을 흔들어주었다.

 

 

짧은 순간의 만남이지만 서로 손을 흔들어준다는 사실하나만으로도 서로 통하는 그 무엇이 있음을 느낀다.

 

 

사실 나혼자 별나게 굴어봐야 그게 지구환경보호에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마는 이런 몸짓이라도 하지 않고는 못배길 심정이 된 것이다. 

 

 

지구를 나혼자 지키는 것도 아닌데 괜히 나서서 잘난척 하는 셈이 되었다. 조금 후에 또다른 기차가 다가왔다.

 

 

이번에는 아까보다 객차의 전체 길이가 훨씬 길었다.   

 

 

나는 기차가 지나가버린 방향을 한참동안이나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시내로 돌아가기 위해 다시 또 페달을 밟았다. 지난 9월 말의 이야기였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