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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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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살이/세상사는 이야기 1 My Way (完)

내가 배롱나무 꽃길을 달려야만 했던 이유

by 깜쌤 2011. 9. 15.

 

 페달을 밟았습니다. 추석전에 꼭 다녀와야겠다고 마음 먹었기에 오르막을 오르는 고통을 감수하고 길을 떠났던 것입니다.  

 

 

 거리는 왕복 40킬로미터 정도지만 갈때의 오르막길을 생각하면 맥이 풀립니다. 경주에서는 그쪽으로 버스조차 다니지 않으니 자전거로 가는게 제일 편한 방법이기도 합니다.

 

 

 

 남사저수지 부근 도로가에서 잠시 쉬었습니다. 가수 배호씨의 '마지막 잎새'노래비가 보였습니다.

 

 

 풀이라도 뽑아두었으면 좋겠습니다만......

 

 

 돈들여서 만들기는 잘하지만 관리를 잘 하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나는 저 산을 넘어갈 생각입니다. 경사가 워낙 급하니 자전거를 타고 올라가는 것은 나에게는 큰 무리입니다. 2009년 연말에 노인어르신들 18명이 돌아가셨던 대형교통사고가 났던 고개가 바로 저 고개길입니다.

 

 

 햇살이 뜨거워지기 시작했습니다.

 

 

 고개 밑에서부터는 본격적인 오르막이 시작됩니다. 30분동안 꼬박 자전거를 끌고 올라가야 합니다.

 

 

 뜨거운 땡볕아래 필사의 추격전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도로 한가운데로 개구리 한마리가 도망치고 있었고 뱀이 추격하는 양상으로 사건이 진행되고 있었던 것입니다. 내가 자전거를 세우고 사건의 추이를 살펴보고있자 인기척을 느낀 뱀은 왔던 길을 되돌아 수풀 속으로 사라지더군요.

 

 

 개구리는 한숨 돌렸다 싶던지 도로밖으로 나갈 생각을 하지 않고 숨을 고르고 있었습니다.

 

 

 바로 이녀석입니다. 수풀 속에는 먹고 먹혀야하는 생사를 건 전쟁이 벌어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드디어 정상에 올라섰습니다. 이제부터 내리막길입니다. 내려가는 길이라고 해서 마구잡이로 달리면 사고가 나게 되어있습니다.

 

 

 나는 브레이크를 잡아가면서 천천히 고개길을 내려갑니다. 도로가에는 무궁화들이 가득했습니다.

 

 

 

 

 한참을 내려갔더니 낚시를 즐기는 분들이 보였습니다. 여기에도 붕어와 인간사이에 생사를 건 한판 삶의 전쟁이 벌어지는 중이었습니다.

 

 

 

나는 배롱나무꽃이 아름다운 길을 마구 달려나갔습니다.

 

 

나는 갈 수 있지만 그 분은 절대 내가 있는 곳으로 두번 다시 올 수 없는 곳에 계십니다. 그곳도 이렇게 아름다울까요?

 

 

언제 여기가 절로 변했는지 이젠 기억도 가물거리기만 합니다.

 

 

늦여름의 따가운  햇볕이 사정없이 내리쬐고 있었습니다.

 

 

두시간을 달려서 드디어 영천호국원에 도착했습니다. 새로운 납골당 건물이 만들어지는 중인가 봅니다.

 

 

오늘 내가 꼭 찾아뵈어야 할 분은 여기에서 영면을 하고 계십니다. 나는 그립기만 한 아버지를 찾아온 것입니다.

 

 

선친은 625동란때 철도공우원으로 계셨습니다. 지난 9월 초순, 벌초때 만난 당숙의 이야기를 빌리면 그때 철도공무원은 인민군에게 걸릴 경우 무조건 죽음을 당했다고 하더군요.

 

 

선친께서도 생사의 기로에 서셨던 때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아버지를 떠올리자 자꾸 눈물이 나왔습니다.

 

 

배롱나무꽃이 마지막 아름다움을 뽐내고 서있는 길을 따라 나는 다시 내 삶의 현장으로 돌아왔던 것입니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