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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 인생 - 그리 허무한게 아니었어요. 살만했어요
경주, 야생화, 맛/야생화와 분재사랑 Wildlife Flower

학이 되어 피는 꽃

by 깜쌤 2011. 10. 21.

 

 

국어와 외국어 영역에 탁월한 재능을 가졌던 아이가 있었다. 졸업을 시켜 떠나보낸 뒤 나중에 선물로 들고온 꽃이 해오라비난화분이었다. 아이의 할아버지께서 야생화를 기르셨는데 이제 연세가 높아서 하나씩 정리하신다는 것이다. 선생님같으면 잘 길러내실 것 같아서 할아버지께서도 기쁜 마음으로 드리기로 하셨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가슴이 뭉클했다.

 

 

 

 

사실 나는 난초기르기를 엄청 좋아했다. 하지만 막상 길러보니 그게 보기보다 쉬운 일이 아니었다. 단순히 평범한 국산 춘란을 기르는 정도라면 그럭저럭 할 수 있겠는데 나도 인간이기에 욕심이 생겨 꽃이나 잎에 변화가 생기는 변이종을 찾게되고 시간과 노력투자도 많이 하게 되었던 것이다.

 

나중에는 난꽃이 지니는 향기가 욕심나서 중국 춘란 명품을 찾게 되었다. 우리나라 야산에서자라는 보춘화(춘란)에는 향기가 없다. 족보를 가진 중국 춘난을 구하려니 용돈을 모조리 다 넣고도 모자라게 되었다. 한 일년을 그렇게 한 결과 명품으로만 칠십여분 정도를 소장하게 되어 제법 취미인 노릇을 하는듯 했다.   

 

 

 

 

 

하지만 결국에는 난초기르기를 포기하고 말았다. 그리고 갖게 된 취미가 배낭여행이다. 배낭여행도 돈이 들기는 마찬가지지만 잘 따지고보면 난초기르기보다는 돈이 훨씬 적게 들어가는 것 같았다. 대신 얻어낸 것은 엄청나서 난초기르기와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내가 보기에 배낭여행은 한국남자들의 술값보다 적게 적게 들어가는 것이 확실하다.

 

지금 연재하고 있는 중국 서부 청해성 여행기 첫글에도 밝혔지만 지난 여름 16박 17일간의 중국서부여행에 나는 96만원정도를 썼다. 물론 비행기 요금을 포함한 가격이다. 일년에 한번 가는 여행을 위해 한달에 8만원씩만 아끼면 가능하다는 이야기가 된다.  

 

 

 

 

분재기르기도 많은 돈이 들어가는 것 같았다. 분재가격이 만만치않다는 것을 알게 되고나서 내가 생각해낸 것이 야생화 기르기다. 야생화에 관한 책도 조금 읽어보고 남이 길러놓은 것을 구경도 하고 했는데 내가 그런 취미를 갖고 있다는 것을 안 제자가 정말로 귀한 야생화를 선물해주었던 것이다.

 

해오라비난 화분을 두개 가지고 있는데 모두 다 선물로 받은 것이다. 그 중 한개의 화분에 자라는 해오라비난초는 잎에 하얀테가 들어가는 변이종이어서 정말 귀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 녀석이 꽃을 피웠다. 배낭여행을 다녀왔더니 하얀 학이 하늘을 날아가는듯한 자태를 뽐내며 꽃을 피웠다.

 

 

  

 

지난 여름내내 감상하다가 마지막에는 꽃을 끊어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만들어서 생명을 다하는 순간까지 옆에두고 살펴보았다. 화분에 심어서 밖에둔 녀석은 올겨울도 무사히 잘 넘겨야할텐데 은근히 걱정이 된다. 작년 겨울같은 추위가 이어지면 견뎌낼 야생화도 드물지 싶다. 그동안은 삼한사온으로 인해 조금 춥더라도 며칠간은 따뜻했기에 잘 견뎌냈는데 작년같은 이상기후라면 화분에 기르는 식물들은 고통이 극대화될 것 같다.   

 

 

 

꽃들 가운데도 고귀한 멋을 가진 녀석들이 제법 된다. 해오라비난초도 그런 종류다. 날개를 쫙 펴고 하늘을 나는 학(鶴 CRANE)을 닮은듯한 자태는 고귀하다 못해 숭고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올겨울을 무사히 보내고 내년 여름에도 멋진 꽃을 피워주기를 고대해본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