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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살이/영상수필과 시 1 Photo Essay & Poem

사냥에 나선 냐옹이-그 화려한 비상

by 깜쌤 2011. 10. 10.

 

녀석은 살살 기고 있었다. 자세를 최대한 낮춘채로 먹이를 향해 살살 접근하고 있었다. 녀석에게는 여기가 광대한 초원일것이다. 여기가 비록 아프리카 케냐의 국립공원도 아니고 보츠와나 북부의 오카방고도 아니며 미국 서부의 프레리 대평원은 아닐지라도 적어도 한국에서 만큼은 도시에서 경쟁자가 거의 없는 요 귀여운 녀석이 오늘 제대로 사냥할 솜씨를 보일 멋진 기회를 잡았다. 

 

 

 

그러다가 몸을 번쩍 들더니 사방을 살폈다. 저렇게 포식자가 조심성없이 고개를 들면 사냥감은 위험을 알아채고 더더욱 납작 업드릴 것이다.

 

 

클로버 밭 어딘가에 오늘 녀석이 노리는 사냥감이 숨어있을 것이다. 어미 들쥐일까? 아니면 모처럼 나들이 나왔다가 엄마를 놓쳐버린 새앙쥐일까? 누구에게 행운의 네잎 클로버잎이 돌아갈지는 두고볼 일이다.

 

 

귀를 쫑긋 세우고 눈을 최대한 동그랗게 뜨고는 사방을 살폈다. 오늘처럼 햇살이 강한 날, 녀석의 눈동자는 최대한 오므려서 길게 찢어진 채로 반짝이며 먹이를 찾고 있을 것이다.

 

 

사방을 주의깊게 살피던 녀석은 다시 전의를 불태우는듯 했다. 햇살이 조금 따가운 것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틀림없이 부근에 먹이가 있을 것이다. 나는 녀석이 노리는 사냥감이 어떤 존재일까 싶어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호기심이 일었다.

 

 

인간이 멀리서 녀석을 관찰하고 있다는 사실을 녀석은 전혀 모를 것이다. 그 녀석은 먹이 사냥감의 동향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는듯 했다.

 

 

주위를 찬찬히 살피던 녀석은 살살 이동하기 시작했다. 풀밭이어서 발자욱 소리조차 나지 않을 것이다.

 

 

녀석은 다시 낮은 포복자세로 전진하기 시작했다.

 

 

밝은 가을햇살아래 녀석의 환한 갈색 등허리가 밝게 빛나기 시작했다. 어깨 근육이 제법 꿈틀

거렸다.

 

 

긴장되는 순간이다. 이제 마지막 순간이 다가오고 있는듯 하다. 사방이 조용해서 긴장감이 더 고조되는듯 했다. 

 

 

분명히 먹이감은 녀석의 부근에 있다. 멀리가지 못했다. 먹이감이 되는 존재는 극도의 긴장감과 공포감 때문에 바짝 얼어있을 것이 틀림없다.

 

 

녀석이 반대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먹잇감이 움직이는 느낌을 포착했으리라. 드디어 녀석은 공중으로 몸을 솟구쳐 뛰어올랐다.

 

 

바로 이순간이다. 고양이 몸이 얼마나 날렵하던가? 딱 한번 솟구치는 순간을 잡았다. 그러나 그 순간 나는 허탈해지고 말았다. 녀석이 노리던 것은 나비였던가? 아니면 잠자리였던가? 분명히 새는 아니었다.

 

 

녀석은 놀이를 즐기고 있었던 것이다.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이 지겨웠을까?

 

 

아니면 모처럼 큰 마음을 먹고 초원나들이를 나왔던 것일까?

 

 

이제 녀석은 제 갈길을 부지런히 가고 있었다.

 

 

 

가을햇살이 아낌없이 떨어지고 있었다. 살랑거리는 바람이 초원(?)의 풀들을 가볍게 눕히며 지나갔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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