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산을 뒤덮은 얼룩덜룩한 깃발은 나중에 지겹도록 구경하게 된다. 문성공주묘에서.... 우리는 초원을 걸어보기로 했다. 지금 안걸으면 언제 걸어본다는 말인가?
풀밭을 어슬렁거리던 야크 한마리가 우리쪽으로 슬금슬금 다가왔다. 야크는 보기보다 순한 짐승이다. 녀석들은 기온이 15도 이상 올라가면 힘들어한다고 한다. 고기를 먹어보면 약간 질기고 퍽퍽하다는 느낌이 듫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나도 제법 초원을 돌아다닌 셈이 되었다. 사천성 송판에서, 그리고 랑무스와 조이게 부근을 이리저리 헤매고 다녔으며 내몽고자치구의 호화호특 부근을 돌아다녔고 터키 동부 산악지대를 뒤지고 다녔는가하면 이란 서부의 거치른 황무지를 보기도 했다.
언덕아래로 옥수 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왔다. 이런 식으로 지지부진하게 복구가 된다면 언제쯤 깔끔하게 되어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게 될른지는 아무도 모른다.
시가지는 그렇다치고 도시를 둘러싼 초원은 그저 푸르기만 했다. 하지만 초원이라는게 보기는 이렇게 좋아보여도 실생활은 그렇게 행복하지 못한듯 하다. 초원은 겨울에 무지무지하게 춥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물구하기가 어렵다.
언덕 너머로 작은 봉우리가 보였다. 무엇이 있을까 싶은 마음에 갑자기 궁금증이 생기면서 발걸음이 빨라졌다.
한걸음을 앞으로 더 내딛었더니 수줍은듯이 숨어있던 언덕이 그 자태를 슬며시 드러냈다. 이게 초원의 매력이다. 언덕너머로 또 다른 언덕이 자리잡고 있어서 양파껍질을 벗겨내듯이 끝없이 새로운 언덕이 나타난다. 하지만 이런 모습도 자꾸만 계속되면 드디어 어느 순간부터는 지겨워지기 시작한다.
초원에서 한평생을 보내는 야크는 푸른 풀밭만을 기억하고 살 것이다. 겨울이 되면 여기도 흰눈으로 덮이리라.
골짜기 중간에 누워있는 옥수 시가지가 제법 평화롭게 보인다.
저렇게 아름다운 초원의 도시가 지진으로 무너졌다는게 너무 마음 아프다.
한쪽엔 건축을 위한 건축자재가 쌓여있었다. 초원을 훼손하기는 너무 쉽지만 복구하기는 정말 어려울 것 같다. 아래 사진을 보자.
옥수 시가지 부근 초원의 아래는 토층이다. 초원을 이루는 층의 두께를 보자. 종이 한겹 정도로 얇다. 그게 초원이다. 흙을 덮고 있는 저 얇은 껍질이 벗겨지면 그것은 회복불능의 커다란 상처를 입는 것이나 마찬가지가 된다.
훼손시키기는 정말 쉬워도 복구하기에는 너무 어려운 대표적인 곳이 초원과 열대우림이 아닐까 한다.
도시는 골짜기를 따라가면서 번져나갔다.
초원을 개간하여 농사를 짓기도 하는 모양이다. 내몽골자치구의 호화호특 부근에서는 그런 흔적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초원은 보기보다 척박해서 농사짓기가 어렵다고 한다.
농사짓기가 어려우니 채소와 과일이 귀할 수밖에 없다. 채소와 과일이 귀하다는 말은 초원에 터잡고 사는 사람들이 성인병같은 각종 질병에 취약하다는 말이 되기도 한다.
우리는 언덕을 내려왔다. 다시 시가지로 돌아온 것이다. 내일 오전에는 저 안쪽으로 펼쳐진 골짜기에 가볼 생각이다.
안쪽 골짜기 어딘가에 문성공주묘가 있으리라.
지형상으로는 이 길을 따라 가게 되어있다. 이 길은 티벳의 중심도시인 라사로 이어지게 된다.
옥수시내의 중심대로이기도 하다. 길끝머리 언덕에 결고사가 보였다.
여기저기 여러군데에 현대식 건물이 올라가고 있었다. 여기는 아무리 봐도 학교같다.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 장거리 시외버스 터미널에 가보았다. 내일 우리가 타고갈 버스가 어떤 모습인지 알고싶기도 했다.
내일 오후에는 재발 신형버스가 걸렸으면 좋겠다. 한두시간 탈것도 아니니 이왕이면 좋은 버스가 당첨되어야 한다.
도로끝머리까지 왔더니 게사르왕의 동상이 우리를 맞아주었다.
한줄기 소나기가 지나가고 난뒤여서 그런지 하늘은 더욱 높고 파래졌고 먼데 경치가 눈에 선명하게 들어왔다.
우리는 그날 저녁도 사궈를 먹었다.
야크고기가 듬뿍 든 사궈로.....
저녁을 먹고나자 중심가 도로에 어둠이 내리기 시작했다. 이들은 부부간인가보다. 내외는 하루 시간을 보낸 좌판을 접고 일과를 마감하고 있었다. 돈은 좀 벌었는지 모르겠다. 여자는 눈이 커다한것이 제법 미인이었다.
신발가게 주인도 이제는 하루장사를 마감하고 전을 거둘 모양이었다. 난전 곁을 지나가는 장족 청년의 싸구려 슬리퍼가 마음을 짠하게 만들었다.
내일 아침이면 그들은 어김없이 아 자리를 찾아나와서 다시 생활전선에 뛰어들리라.
호텔 맞은편의 싸구려 여관에도 저녁이 깃들기 시작했다. 아마도 이 길 양쪽으로는 저런 건물들이 메꾸고 있었으리라.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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