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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 인생 - 그리 허무한게 아니었어요. 살만했어요
경주, 야생화, 맛/맛을 찾아서

경주에는 밀면이라는게 있소이다

by 깜쌤 2011. 6. 4.

 

                                        <경주 어떤 국수집의 잔치국수> 

 

자랑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고요, 나는 지금까지 배낭여행으로만 중국을 다섯번(2013년 5월 현재로는 일곱번입니다)돌아다녀 보았습니다. 동북쪽으로는 하얼빈에서부터 서쪽으로는 파키스탄 국경부근까지, 위로는 며칠 전부터 반중(反中)시위가 벌어진 몽골인들의 터전인 호화호특(후어하오터)에서 남쪽으로는 미얀마와 라오스 국경지대인 서쌍판납(=시상반나)지방까지 돌아다녀 보았으니 그리 적게 다녀본 것은 아니지 싶습니다.

 

여행을 하면서 알아낸 사실인데 대부분의 한족 중국인들은 아침을 가볍게 먹는 사람이 많은 것 같았습니다. 우리나라로 치자면 꽈배기 비슷한 모습을 지닌 음식에다가 차 한잔이나 우유 한잔으로 식사를 때우고 가는 사람이 많았고 가벼운 죽을 먹는 사람도 제법 보이더군요. 그래서 우리도 아침식사를 하는 요리집을 찾지 못하는 경우에는 그런 식으로 다니기도 했습니다.

 

 

                                          <중국 서부 오지에서 먹어본 국수>

 

점심은 주로 (麵)을 먹고 다녔습니다. 면을 우리나라에서는 국수라고 부릅니다. 중국에는 너무도 많은 면종류들이 있어서 무엇을 먹어야할지 혼란스러운 경우가 정말 많았습니다. 제가 워낙 국수를 좋아하는 사람이니 점심으로 줄기차게 국수를 먹고 다녔어도 물리지 않아서 좋았습니다.    

 

 

 

                                             <지금까지 방문해본 중국의 도시들 위치>

 

놀라운 사실은 같은 이름을 지닌 국수라고 하여도 지방마다 국수맛이 다른 것은 기본이었다는 것입니다. 음식점마다 국수맛이 다른 것은 당연한 일이니 별별 국수를 다먹어가며 다닌 셈이었습니다. 하얼빈 교외에서는 731부대 유적지 부근의 조선족 할머니가 운영하는 작은 가게에서 평양식 냉면을 먹어보기도 했고 천진에서는 우리나라의 자장면과 비슷한 모습을 지닌 작장면을 멱어보기도 했습니다.

 

중국 무협소설에도 자주 등장하는 화산파의 본거지인 화산(華山) 부근에서는 도삭면을 먹어도 보았으니 실로 다양한 국수맛을 보고 다닌 셈입니다. 제일 아쉬웠던 일가운데 하나는 중국식 라면의 본고장인 란저우(=난주)에서 난주라면을 먹지 않고 그냥 지나친 사실입니다. 지금 생각해도 안타까운 일이되고 말았습니다.   

 

 

                                          <경주에서 먹어본 일본식 라멘>

 

국수의 종류가 워낙 많으니 단번에 이해를 할 수 있도록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싶었지만 정리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인터넷을 서핑하며 돌아다녀본 결과 만드는 방법에 따라서는 이런 식으로 구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무엇 하나라도 알기 쉽게 딱딱 정리를 해두어야 속이 시원해지는 것이 깜쌤의 천성이니 정리해두지 않고는 배길 수가 없었습니다. 

 

 

 

                                                <중국 서북부 우루무치에서 먹어본 국수>

 

                                                  만드는 방법에 따른 국수의 종류

 

1. 소면(素麵) - 밀가루 반죽을 길게 늘여서 벌린 막대기에 감아서 당겨 만드는 면을 말합니다.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는 소면이라고 흔히 불러줍니다. 면의 굵기도 가늘고 고기 고명을 쓰지 않고 채소를 중심으로 고명을 만들어 먹을때 소면이라고 불렀습니다만 이젠 고기를 재료로 한 고명도 자주 올립니다. 

 

2. 압면(押麵) - 한자이름 그대로  반죽한 덩어리를 작은 통사이에 넣고 눌러서 뽑아내는 국수를 일컫는 말입니다. 한국의 냉면이 대표적입니다.

                                                   

3. 절면(切麵) - 반죽한 덩어리를 굵은 막대기(=홍두께) 같은 것으로 넓고도 얇게 펴서 만든 것을 칼로 썰어서 만드는 국수로서 우리나라의 칼국수나 일본의 우동이 해당됩니다.

 

4. 납면(拉麵) - 반죽을 양쪽으로 길게 늘여서 만드는 것입니다. 일본의 라면이나 중국의 납면이 이쪽계통입니다.

 

5. 하분(河粉) - 쌀을 갈아서 찌거나 삶은 후에 칼로 가늘게 썰어 국수를 만드는 것입니다. 동남아시아 지방 사람들이 많이 먹는 쌀국수가 여기에 들어갑니다.

 

 

                                                        <경주지방의 칼국수>

 

중국을 여행하면서 늘상 보게되는 국수의 종류에 대해서도 궁금한 것이 많았습니다. 우루무치 기차역 앞에서는 '반면'이라고 이름 붙은 것을 많이 볼 수 있었는데 그것도 조사를 해보니 다음과 같이 구별하고 있더군요.

 

1. 탕면 (湯麵) - 뜨거운 국물에 삶은 국수

2. 초면 (炒麵) - 다양한 재료와 함께 볶은 국수

3. 반면 (伴麵) - 여러가지 재료를 넣어서 버무린 국수

4. 양반면 (凉伴麵) -  차가운 양념소스로 버무린 국수

5. 외면 (煨麵) - 국물에 넣어 끓이는 국수

6. 작면 (炸麵) - 면발을 삶거나 쪄서 기름에 튀긴 국수

 

 

                                             <경주 시내에서 먹어볼 수 있는 밀면>

 

이렇게 정리를 해놓고 나니 이제 용어들이 대강 이해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조상들은 예전에 어떤 국수를 먹었을까 하는 사실이 궁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다 알다시피 우리나라에서는 오래전부터 벼농사를 지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밀가루는 상당히 귀했다고 전해집니다. 밀가루로 만든 국수를 일반 국민들이 먹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물론 예전에도 있긴 있었겠지요.

 

오늘날의 북한 지역에 해당되는 평안도 지방 사람들과 함경도 지방 사람들은 메밀로 만든 메밀국수를 많이 먹었다고 합니다. 그게 냉면의 시초일 것이라고 짐작합니다. 한반도의 중부에 해당하는 경기도 지방사람들은 녹두나 전분을 이용해서 국수를 만들어 먹었고 충청 이남의 사람들은 칼국수를 발달시켰다고 합니다.    

 

 

                                    <교토 금각사 앞 가게에서 먹어본 일본 국수>

 

625전쟁때 북한에 살았던 많은 사람들이 남쪽으로 피난을 나왔습니다. 위에서 함흥냉면과 평양냉면 이야기를 꺼냈습니다만 북쪽의 정든 고향을 뒤로하고 남쪽으로 내려온 실향민들은 고향의 그 귀한 냉면 국수맛을 잊지못해 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았습니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음식이 밀면이라고 합니다.

 

 

북쪽 사람들이 즐겼던 냉면은 보통 메밀로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남한에서 메밀구하기가 그리 쉽지 않았기에 밀가루를 가지고 냉면맛이 나도록 국수가락을 뽑아서 육수를 부어 먹기시작한데서 밀면이 생겼다는 주장이 설득력이 있다는 이야기죠. 위키백과에서는 또 다른 기원 두가지를 더 소개하고 있습니다.  

 

 

냉면과 밀면의 결정적인 차이는 위에서 이야기한대로 재료입니다. 밀가루에다가 전분을 섞어 만들었으면서도 냉면맛이 나는 것이 밀면이라는 것인데 남부 경상도 지방에서는 제법 많은 사람들이 이 음식을 즐기고 있습니다. 경주에도 밀면집들이 띄엄띄엄 존재하고 있으니 다니러 오실 일이 있으면 꼭 잡수어보시기 바랍니다. 

 

밀면은 냉면보다가 색깔이 더 밝습니다. 밀가루를 중심으로 해서 만들었으니 당연한 결과일 것입니다. 면발도 냉면처럼 그리 질기지는 않으니 가위로 끊기보다는 드시면서 이로 끊는것도 재미있지싶습니다. 국수사리위에 양념과 편육 한조각을 얹기도 합니다. 음식점에 따라서는 삶은 계란 반쪽과 계란지단같은 다양한 고명을 올려주기도 하지요.

 

 

 

오늘은 어떤 특정한 한 집을 소개하지는 않으려고 합니다. 경주에 밀면을 잘 하는 집이 몇군데 있으니 발견하는대로 혹은 인터넷 검색이 되는대로 들어가서 즐겨보라고 권하는 정도로 끝내겠습니다. 밀면 이야기를 꺼내면서 장황하게 국수이야기부터 시작했네요. 미안합니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