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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하고 쫄깃함, 그리고 시원함으로 더위를 이긴다 - 홍두깨 국시집의 콩국수

by 깜쌤 2011. 7. 1.

우리말 갈래사전(박용수 1994 한길사) 음식물편에서 콩이 들어가는 낱말들을 찾아보았다. 그랬더니 콩국, 콩국수, 콩나물밥, 콩나물죽, 콩밥, 콩자반, 콩장, 콩죽, 콩탕같은 말이 나왔다. 제일 먼저 나온 말은 콩국이었는데 "흰콩을 살짝 삶아서 맷돌에 갈아 짜낸 물(국수같은 것을 말아먹음)이라고 풀이하고 있었다.

 

 

콩국수에 관해서는 "국수를 콩국에 말아 얼음을 띄운 여름 음식"이라고 설명했다. 확실히 콩국수는 여름음식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콩국수를 먹으러 가야한다. 사실 말이지만 나는 그동안 콩국수를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조금 뻑뻑하게 느껴지는 국물도 나에게는 맞지 않았고 유년시절 콩을 삶아 메주를 만들던 날, 삶은 콩을 마구 집어먹고 설사의 고통을 맛본 이후로는 그게 그리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았던 것이다.   

 

 

칼국수를 준다고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것은 기본이요, 하루 세끼를 모두 국수로 준다고 해도 마다하지 않는 식성을 가졌으니 그동안 아내에게도 칼국수를 만들어달라고 줄기차게 요구하긴 했어도 콩국수를 한그릇 말아달라고 한적은 한번도 없었다.

  

 

아침성경공부를 하는 모임에서 콩국수 이야기가 나온김에 저녁에 한번 모여 아직 널리 소문나지 않은 맛집을 찾아가보기로 의기가 투합된 것이었다. 혹시 다른 블로그나 카페에 이집 기사가 있는가 싶어 검색을 해보았더니 거의 눈에 띄지가 않았길래 소개한다는 것이 슬며시 부담으로 다가왔다. 나에게는 맛있게 느껴지는 음식이라도 남에게는 혐오스러울 정도가 될 수 있는 것이 맛이라는 존재인데다가 내가 그리 입맛에 밝은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탁자 몇개가 놓여져 있는 작은 홀과 방하나가 전부인 집이어서 손님이 많이 몰릴 경우에는 들어갈 곳도 마땅찮아 보였다. 우리가 갔던 날도 손님이 가득찼다. 반찬으로는 김치와 고추절임이 나온다. 아주 특이하게 미나리무침을 내어주는데 제법 짜다. 소금대신 미나리무침으로 간을 맞추라는 것이다.   

 

 

반찬을 담은 그릇은 특이하게도 놋그릇이 대부분이었다. 놋그릇은 자주 닦아야한다. 그래야 반들거리면서 고유의 색깔이 살아있게 된다. 붉은벽돌 빻은 가루로 놋그릇을 닦던 젊었던 날의 어머니와 누이의 모습이 그립기만 하다. 

 

 

땡초 절임은 군침을 돌게 만들어주었다. 매운 것을 특별히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마다하지는 않는다. 한입 베어문뒤 차가운 콩국수를 먹으면 매운 맛을 신속하게 식혀준다는 기분이 든다. 

 

 

미나리무침으로 간을 맞추는게 좋다고 하기에 살짝 집어서 맛을 보았더니 예상대로 짠맛이 강했다. 미나리와 콩국수의 궁합이 잘 맞는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다. 하여튼 이집의 상차림은 간결한 가운데 생활의 지혜가 돋보였다.

 

 

음식가격은 참하다는 느낌이 든다. 요즘 인터넷에는 착하다는 식으로 표현을 하던데...  다음에는 칼국수를 먹어봐야겠다. 그래야만 음식대비 가격을 확실히 판단할 수 있을 것 같다. 

 

 

가게 간판은 '홍두깨 국시'로 달았다. 홍두깨를 다음(DAUM)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니 아래와 같이 뜻풀이를 해두었다.

 

  • 1 다듬잇감을 감아서 다듬이질할 때에 쓰는, 단단한 나무로 만든 도구.
  • 2 소의 볼기에 붙은 살코기. 산적 따위에 쓴다.
  • 3 서투른 일꾼이 논밭을 갈 때에 거웃 사이에 갈리지 아니하는 부분의 흙.
  •  

    국수를 밀때 쓰는 커다란 둥근 나무도 경상도에서는 홍두깨라고 부른다. 나는 초등학교 4학년(?)때 생일잔치 안해준다고 투덜거리며 떼를 쓰다가 홍두깨로 머리를 맞아서 죽을뻔한적이 있다. 하루 먹을 것도 없던 시절에 생일잔치타령을 했으니 안맞아 죽은게 그나마 천만다행이었다.

     

     

    국시는 국수의 경상도 사투리로 보면 된다. 주로 안동지방에서 쓰이던 말이라고 기억하는데 이젠 전국적으로 쓰는 말이 된 것 같다. 이런 우스개 소리가 있다.

     

    "국수국시의 차이점을 알아?"

    "아니."

    "국수는 밀가로 만들고 국시는 밀가로 만드는 것이 차이점이지."

     

    이런 농담을 확실히 알아들을 수 있다면 진짜 경상도 사람이다. 그렇다면 홍두깨 국시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확하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이집 콩국에서는 고소한 맛이 유별나다. 혹시 콩을 미리 볶은다음 다시 삶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런 뒤에 곱게 갈면 이집 면에서 나는 고소한 맛이 날지도 모르겠다. 

     

     

    정작 콩국수의 진짜 맛은 면속에 스며들어 있다. 틀림없이 밀가루로 만들었을터인데 쫄깃쫄깃한 느낌이 드는 것이다. 음식을 먹어본 모든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소리이니 나혼자만의 느낌이 아닌 것은 확실하다.  

     

     

    미나리를 적당히 넣고 간을 맞춘 뒤에 먹어보았다. 간간한 것이 내 입에 딱 맞다. 

     

     

    면발속에 묻힌 미나리를 씹는 느낌도 특별했다. 이집 김치는 한수 더 뜬다. 아삭거리는 식감을 자랑하는 배춧잎속에는 시원하면서도 어딘지 모르는 깊은 맛이 배여있는듯 하다.

     

     

     

    이제 위치를 소개할 차례다. 항상 걸어다니거나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내기준으로는 경주 고속버스 터미널과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그리 멀지 않다. 승용차만 타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렇게 느끼지 않으리라. 제일 찾기 쉬운 부근의 건물은 벨루스 관광호텔이다. 호텔에서 동쪽으로 바로 위에 있다는 것이다.

     

     

     

     

     

     

    경주사람이라면 이 정도는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자, 이젠 달려가서 맛을 볼 차례다. 때를 잘못 맞추면 밖에서 줄서서 기다릴 수도 있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