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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11 중국-대륙의 극과 극:산동, 청해성(完

버스 안에서 밤을 지새우고

by 깜쌤 2011. 9. 26.

 

초원에도 산들이 있다. 바위산이 있는가하면 둥근 언덕처럼 밋밋한 모습을 한 산도 있다. 펼쳐진 풀밭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거기에는 키작은 꽃이 가득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초원에는 엄청나게 많은 꽃들이 자라고 있다. 보라색, 흰색, 빨간색, 노란색, 분홍색 등 화려하지는 않아도 모두들 나름대로의 아름다움을 지닌 키작은 꽃들이 소북소북한 것이다.  

 

 

너른 바다 한가운데에서 하늘을 보면 하늘이 머리위로 뺑돌아가며 둘러있음을 볼 수 있다. 육지에서도 그런 비슷한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 있는데 그런 장소가 바로 초원이다. 그게 초원의 매력이기도 하다.

 

초원에 해가 뜨는 모습은 장관이다. 언덕너머로 살짝 올라온 햇살에서 비치는 빛이 순식간에 땅끝까지 환하게 물들여가는 모습은 가히 환상적이라 할만하다. 끝없이 너른 초원에 비가 내리는 광경은 또 어떻고? 

 

 

상상이 될지 모르겠지만 비가 오는 풍경도 환상 그 자체다. 그 너른 하늘 전체가 먹구름으로 가득덮히는 것도 멋지지만 여기저기 조금씩 군데군데만 비가 내리는 모습도 멋있다. 초원 한쪽에는 햇살이 환하게 내리비치는데 한쪽에는 비가 마구 내리는 광경을 상상할 수 있겠는가? 소나기가 내리는 날이면 더 멋진 풍경을 볼 수 있다.

 

 

버스는 작은 도시를 지나쳤다. 어디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작은 도시를 지나 부지런히 달려나갔다. 사진 속에 보이는 조각상은 아마 문성공주가 아닐까 한다. 중국이 이 초원마을에다가 문성공주 조각상을 세워두는 이유가 무엇일까? 장족의 한족화를 위한 시도가 아닐까?

 

 

초원 곳곳은 공사중이었다. 그저 마구 파헤치고 있었던 것이다.

 

 

어떤 곳은 새도로를 내기 위해 또 어떤 곳은 새로운 철도를 깔기위해 공사를 하는 것 같았다. 초원의 표층은 얇기만 하다. 그런 곳을 마구 파헤치면 회복불능이 될 가능성이 높다.

 

 

초원은 서서히 훼손되어가고 있었다. 개발이라는 명목하에 성처투성이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는 마을을 보기가 어렵다. 우리나라처럼 동네가 끝없이 이어진다는 그런 풍경은 상상할수조차 없다.

 

 

초원에 햇살이 사라져가고 있었다. 산이 낮으므로 해가 산너머로 지기만 하면 순식간에 어둠이 몰려올 것 같았다.

 

 

그렇게 세시간 정도를 달렸을까? 버스는 길가의 허름한 집앞에 멈추었다. 휴게소라고 부르기에는 너무나 초라한 곳이다. 승객들은 모두들 화장실부터 찾았다. 우리라고 예외가 아니다. 영국신사 친구는 화장실을 보더니 질겁을 했다.

 

 

휴게소 건너편에 작은 흙집이 보였다. 벽이 제법 두터워보인다.

 

 

기사는 여기서 저녁을 해결하는 것 같았다. 우리는 과일이나 비스켓 정도로 해결할 생각이었다. 마땅히 사먹을 만한 곳도 없으니 각자가 알아서 해야했다.

 

 

버스 한대는 어디로 가버렸을까? 돌아올때는 세대였다. 갈때는 처음부터 두대였는지도 모른다.

 

 

휴게소 한모퉁이에 자리잡은 구멍가게는 버스가 들어올때마다 몹시 바빠지는 것 같았다. 하루에 몇번씩이나 차가 들어오는지는 몰라도 제법 수입이 쏠쏠한 장사가 아닐까 싶었다.

 

 

초원에서는 구경하기조차 어려운 과일들도 보였다. 자두가 먹음직스럽게 보였지만 참기로 했다. 비쌀것 같기도 했고.....

 

 

가게주인은 회족(回族)인가 보다. 차림새에서 그렇게 짐작한 것이다, 아가씨는 히잡을 쓰고 있었다.

 

 

가게 바로옆에 개집이 있었다. 속에 웅크리고 있는 녀석은 틀림없이 장오일 것이다.

 

 

장오(藏獒)! 티베탄 마스티프라고도 하고 일명 사자개로 널리 알려진 녀석 말이다. 내가 보기로는 아무래도 장오같았다. 나중에 문성공주묘 부근에서 나는 다른  장오 녀석에게 혼이 나기도 했다.  

 

 

승객들의 표정이 재미있었다. 장족 부부 한쌍은 참으로 늘씬했는데 사진을 찍지 못했다. 남자도 미남이었고 여자도 이목구비가 뚜렸했었다.

 

 

우린 다시 버스에 올랐다. 출발이다. 지금 출발하면 이제는 밤새도록 그냥 달릴지도 모른다.

 

 

순식간에 컴컴해지기 시작했다.

 

 

지평선 너머로 어둠이 내리기 시작했다. 구름조차 밑으로 가라앉는 것 같다.

 

 

저 끝머리에는 비가 올지도 모르겠다.

 

 

저녁놀이 아득한 지평선 바로 위의 하늘을 살짝 물들이고 있었다.  정말 아쉽지만 이젠 눈을 붙여야 한다. 창가에 자리잡은 어떤 손님들은 유리창에 난 작은 구멍을 막느라고 열심이었다. 차가운 공기가 몰아치기 때문이다. 경험한 사람들의 말에 의하면 엄청 차가운 바람이었다고 한다. 

 

얼마나 잤을까? 버스가 멈추어섰다는 느낌이 들어서 일어났다. 손님들은 화장실을 다녀오고 있었다. 잠시 망설이던 나는 아무 생각없이 입었던 옷차림 그대로 밖으로 나가보았다. 내가 제일 늦게 내린 것 같았다.

 

온 하늘에 별이 가득했다. 이렇게 많은 별을 본 것이 도대체 얼마만인가 싶었다. 북두칠성이 지평선 부근에 걸릴 정도로 낮게 내려앉아 있었고 은하수조차 그 모습이 너무도 선명하게 다가왔던 것이다.   

 

밤중에 그냥 도로가에 차를 세웠으니 어디가 어디인지 알길도 없거니와 화장실이라고 어띠 따로 있는 것도 아니어서 그냥 볼일을 볼 수밖에 없었다. 한 2분정도 지났을까? 나는 갑자기 내 몸이 떨려온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고산병 증세일수도 있지만 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경험해본 바로는 틀림없이 한기가 드는 현상이었다.

 

 

시간이 조금만 더 지나면 몸이 극심하게 떨리면서 숨이 가빠질 것이다. 나는 같이 내린 청년에게 먼저 올라간다는 말을 남기고 버스를 향해서 허겁지겁 걸음을 옮길 수밖에 없었다. 버스에 오른 나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몸을 진정시키느라고 죽을 고생을 했다. 간신히 내자리로 올라왔다. 별보기도 좋지만 몸을 가다듬는게 우선이었다.     

 

얼마나 잤을까? 눈을 떴더니 동쪽 하늘이 조금씩 밝아오는 것 같았다. 그 많던 별들이 거의 다 사라져버렸다. 나는 해가 뜨기를 기다렸다. 버스는 호수지대를 지나가는 것 같았다. 커다란 호수가 아니라 자잘한 호수들이 소복이 모여 있는 그런 지대같았다.

 

 

버스가 제법 덜컹거린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쩌면 비포장길인지도 모른다. 그러다가 드디어  밖이 완전히 환해졌던 것이다.

 

 

어디로 흘러가는 물일까? 황하로 흘러들어가는 것인지 장강(양자강)으로 흘러가는 물줄기인지 구별이 되지 않으니 도저히 가늠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머리가 아팠다. 그냥 아파왔다. 고산병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는 밤새 4,800미터짜리 고개를 넘었다.   

 

 

드디어 해가 떠오르기 직전이 되었다. 지금 우리가 달리는 길은 해발고도로 치자면 평균 4,000미터가 넘는다. 그러니 머리가 슬슬 아파오는 것이다. 그러다가 나는 다시 깜빡 잠이 들었다.  

 

 

눈을 떴더니 우리가 탄 차는 다시 높은 고개를 넘더니 서서히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해발고도를 낮추어가는 것이니 한결 낫다는 느낌이 들었다. 머리를 짓누르던 은근한 두통이 슬며시 물러가면서 기분이 좋아져간다는 생각때문이었을까?

 

 

산에는 나무 한그루 없다. 천연목장이 끝없이 이어지는 것이다.

 

 

이쪽으로는 철도노선 공사를 하는 것같았다. 버스는 굽이굽이 모퉁이를 요리조리 감아돌았다.

 

 

하늘길을 달리는 기분이 들 정도였다.

 

 

유리창으로는 물이 흘러내렸다. 바깥은 밤중에 아주 추웠던 모양이다. 골짜기로는 실개천이 흐르고 있었다.

 

 

골짜기를 따라 덤프트럭들이 끝없이 왕래하고 있었다. 공사현장을 오가는 차량이리라. 이젠 개천의 규모도 제법 커졌다.

 

 

이런 곳에는 기차역을 건설하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옥수가 가까워질수록 수상한 분위기가 버스주변을 감돌았다. 알 수 없는 그 어떤 스산한 느낌같은 것이 우리를 둘러싼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