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안천의 물이 정말 맑았습니다. 오염되지 않은 자연이 주는 매력은 대단합니다.
나는 1번 지점에 있는 묵계서원을 나와서 자전거를 타고 달려 현재는 2번 지점에 와있습니다. 3번 지점에 있는 길안초등학교를 슬쩍 본 뒤 914번 도로를 타고 청송방면으로 달리면서 고개를 넘을 예정입니다.
그런 뒤 다시 방향을 바꾸어 임하댐쪽으로 가다가 용계은행나무를 보고는 지례예술촌으로 갈 생각으로 있습니다. 어쨌거나 이번 라이딩의 핵심 목적지는 지례예술촌입니다.
안동시내의 대형병원에 근무하시면서 저와는 블로그 친구이기도 한 ㅅㄴㄹ ㅁ님께 전화를 드렸습니다. 이렇게 안동부근에까지 와서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서도 연락을 안하고 가면 사람사는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 뿐입니다.
'봉제사 접빈객'이라는 안동 사람들의 세상살이 도리에 물이 흠뻑 들어버린 그 분은 벌써 알음알음으로 지례예술촌장님께 '저의 방문을 부탁드리니 허락해주십사'하는 내용으로 수배를 하신 듯 했습니다.
나는 그 분의 마음 씀씀이에 깊은 감동을 하고 맙니다. 사실 지례예술촌이 어떤 곳인가 싶어 인공위성 지도로 여러번 확인을 했었습니다. 언젠가 한번은 꼭 가봐야겠다는 결심을 굳히고 있었는데 그 기회가 갑자기 찾아온 것입니다.
길가에 길안초등학교가 보였습니다. 잠시 쉬기도 할겸해서 들어가 보았습니다.
개학을 앞둔 것인지 이미 개학을 한 것인지는 잘 구별이 되지 않았습니다.
2010년에는 졸업생이 열명 정도로 줄었다고는 하나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 친구 가운데는 길안 출신이 분명 있었습니다.
운동장에는 아름드리 플라타너스 나무가 줄을 이어 서있었습니다.
시인 김현승님은 플라타너스를 두고 이렇게 읊었습니다.
플라타나스
김현승
꿈을 아느냐 네게 물으면,
플라타나스,
너의 머리는 어느덧 파아란 하늘에 젖어 있다.
너는 사모할 줄을 모르나,
플라타나스,
너는 네게 있는 것으로 그늘을 늘인다.
먼 길에 올 제,
홀로 되어 외로울 제,
플라타나스,
너는 그 길을 나와 같이 걸었다.
이제 너의 뿌리 깊이
나의 영혼을 불어넣고 가도 좋으련만,
플라타나스,
나는 너와 함께 신이 아니다!
수고로운 우리의 길이 다하는 어느 날,
플라타나스,
너는 맞아줄 검은 흙이 먼 곳에 따로이 있느냐?
나는 오직 너를 지켜 네 이웃이 되고 싶을 뿐,
그곳은 아름다운 별과 나의 사랑하는 창이 열린 길이다.
나는 나무 밑에서 잠시 숨을 고루었습니다. 그리고는 새로 용기를 얻어 길을 나섰습니다.
제가 안동에서 살 터를 잡았으면 어쩌면 이런 학교에서도 일했을지 누가 알겠습니까?
시골학교는 언제봐도 정감이 가득합니다.
나는 교문을 향해 발걸음을 돌립니다.
저런 놀이시설을 즐길 꼬마들이 이제 얼마나 남아있는지 그게 궁금해졌습니다.
길안면사무소 앞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지금부터는 청송 방면으로 달리게 됩니다.
면소재지를 벗어나면 곧이어서 오르막길이 이어집니다. 기아를 바꾸어가며 페달을 밟아 올라가보지만 이내 힘이 부치고만 나는 내려서 자전거를 끌고 걸었습니다.
땀이 비오듯 마구 쏟아졌습니다.
저멀리 보이는 고개를 넘어야 합니다.
돌아다보니 올라온 길이 아득하기만 했습니다.
그럴수록 더더욱 용기를 내어야 했습니다. 너무 꾸물거리면 경주로 내려가는 기차를 놓칠 수도 있습니다.
고개 꼭대기에 주유소가 있었습니다.
휴식시설도 보였습니다만 쉬는 것을 포기하고 다시 자전거에 올라탄 나는 페달을 힘차게 밟았습니다.
고개를 다 내려왔더니 이정표가 보였습니다.
지금까지는 길을 바르게 찾아온듯 합니다.
이제는 평탄한 길입니다. 자전거 라이딩에는 그저그만인 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교통량이 거의 없어서 너무 편하고 좋았습니다.
시간이 부족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지방문화재 돌아보기를 다 포기하고 달립니다.
용계은행나무가 있는 곳이 지척으로 다가왔습니다.
어떤 나무일까 하는 궁금증이 마구 솟구쳐올랐습니다.
이쪽으로는 아직도 제법 많은 수의 기와집들이 남아있었습니다.
모퉁이를 몇번 돌고나자 저 멀리 멋진 다리가 보였습니다.
다리 건너편을 보았더니 큰 나무가 한그루 보이는듯 했습니다.
어쩌면 저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거리로 보아 은행나무가 있는 곳에 거의 다온듯 했습니다.
제가 달려온 길을 지도위에 나타내보았습니다. 1번 지점이 용계은행나무가 있는 곳입니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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