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크로드(Silk Road)! 어지간한 사람이라면 거의 다 아는 유명한 단어이다. 실크로드라는 말은 독일의 지리학자 리히트호펜(Richthofen, 1833~1905)이 1877년에 발간한 책 <China>에서 사용했던 자이덴슈트라센(Seidenstraβen)이라는 단어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물론 실크로드는 영어로 번역한 말이다.
중국인들은 실크로드를 사주지로(絲綢之路)로 쓴다. 간자체로 쓰면 丝绸之路 [sī chóu zhī lù] ) 정도가 될 것이다. 간자체 글씨와 발음의 출처는 다음(Daum) 중국어 사전이다.
실크로드의 일반적인 의미는 중국에서 중앙 아시아의 여러나라를 거쳐 유럽으로 이어지는 교역로를 지칭했다. 고대에서는 실크로드의 종착지로 로마제국의 영토 혹은 제국의 수도인 로마까지를 의미했다고 한다. 이런 개념을 확대하여 이란, 이라크, 시리아까지 범위를 넓힌 학자가 독일 출신의 역사학자 알베르트 헤르만이란다.
중국에서 시작하는 실크로드의 동쪽 기점을 어디로 보느냐 하는 것에 대해서는 학자들 사이에도 논란이 많다. 장안(오늘날의 서안)으로 볼 것인지 난주로 볼것인지를 두고도 학자들끼리 서로 자기나름대로 주장을 다르게 펼치는 모양이다. 난주는 그런 논란의 중심에 서있는 도시인것이다.
위의 사진은 구글 지도를 가공한 것이다. 제일 오른쪽의 초록색 점이 찍힌 장소가 우리 여행의 출발지인 청도(靑島 칭다오)다. 우리는 거기에서 기차를 타고 지금 노란색 점이 찍혀있는 도시, 즉 난주(蘭州 란저우)를 향해 가고 있는 것이다.
난주에서 다시 기차로 세시간 거리인 서녕(西寧)에 갔다가 마지막에는 빨간색 점이 찍혀있는 지점인 옥수(玉樹)까지 가려고 계획하고 있다. 놀라운 사실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중국지도를 펴두고 자세히 살펴보면 난주가 중국의 한가운데 지점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황하답게 누런 황토입자가 가득섞인 물이 천천히 흘러가고 있었다. 저 물이 언제쯤이면 맑아질 수 있을까? 백년하청(百年河淸)이라는 말이 생긴 연유를 알것 같기도 하다.
사진을 자세히 보면 강변에 배가 한척 정박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여기만 해도 수심이 그런데로 깊은 모양이다.
베이징 시간으로 오후 7시가 넘어서 드디어 난주에 도착했다. 아, 지겹도록 기차를 탔다. 저녁 7시 8분에 우리가 타고온 K173열차가 난주역을 출발해서 서녕으로 갈 것이다. 이 기차의 종점이 서녕(西寧 시닝)이다.
벌써 7시다. 중국은 하나의 시간대를 사용한다. 북경시간을 표준으로 하기 때문에 현지의 실제시간과 맞지 않는 수가 생긴다. 여긴 엄청 서쪽이니 실제로는 북경보다 적어도 한두시간 정도 늦게 갈 것이다. 그러니 7시라고 해도 그리 걱정할 일은 아니었다.
그래도 7시라고 하는 숫자가 주는 강박관념은 어쩔 수 없었다. 호텔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우리는 집찰구를 향해 걸었다. 제일 먼저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호텔을 구해야했다. 크게 염려는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마음 속으로 찍어둔 호텔이 있었기 때문이다.
난주는 이번이 두번째다. 2003년에 여길 들러서 한번 지나간 적이 있었다. 그때 머물렀던 호텔이 기차역앞에 있었다.
난주역 광장에 서서 보았을때 왼쪽편에 화련빈관이 있다. 물론 광장에서는 길을 건너서 찾아가야한다. 직원들은 친절하고 공손했다. 방도 그런대로 좋다. 우리는 1인당 100원의 가격으로 방을 얻었다. 100원치고는 아주 깨끗하고 뜨거운 물도 아주 잘 나온다.
바로 이 호텔이다. 마침 출입문을 수리중이어서 조금 어수선했지만 배낭여행자들에게 이 정도는 호사스럽다. 일단 기차표를 구하러 가야했다. 기차역이야 바로 앞에 있으니 찾아가는 것은 일도 아니다. 가능하면 내일 낮에 서녕으로 가는 표를 살 생각이다. 그래야 내일 오전중에 난주 구경을 하고 난 뒤 여기를 떠날 수 있기 때문이다.
수표처에 들어가서 전광판을 살폈더니 제법 표가 남아있었다. 내일 서녕으로 가는 기차표도 많았다.
기차표를 구하는 것은 아주 쉬웠다. 난주에서 출발하는 기차가 많기 때문에 이 도시에서 기차표를 사는 것은 쉬운 편이라고 생각한다. 8월 5일 12시 40분에 출발하는 차표를 구했다. 시간이 아주 적당했다. 서녕서역으로 찍혀나오는 것이 약간 불안하기는 했지만 어쩌면 새로운 역일지도 모른다는 정도로 짐작을 했다.
저녁을 먹으러나가기 전에 역광장 모습을 찍어두기로 했다. 기록을 위해서 말이다.
난주역앞에는 대단한 규모의 광장이 있다. 장거리 버스터미널도 기차역 부근에 하나 있고......
기차역 너머로 보이는 산에 오천(五泉)공원이 있다.
지형의 특징상 도시는 동서로 길게 뻗어있다. 남북으로의 거리는 아주 짧은 편에 들어가며 도시의 북쪽으로 황하가 유유히 지나간다. 우리는 저녁을 먹기 위해 레스토랑을 찾아야만 했다.
머리 갈것도 없었다. 난주역 앞에서 황하쪽으로 쭉 뻗은 큰 길에서 음식점을 찾았던 것이다. 오늘은 4가지 요리를 시켜본다. 첫번째는 소고기 요리다. 맛은 좋았지만 양이 적었다.
채소요리다. 약간 짭쪼름했다. 먹을만 했다.
미꾸라지 튀김요리다. 맛있었다. 중국요리의 끝은 어디인지 모르겠다. 음식에 대한 상상력이 놀라울 따름이다.
여러 채소를 종합해서 볶은 것인데 이게 최고였다. 하지만 정작 우리를 놀라게 한 것은 밥이었다. 나는 그냥 일반적인 밥만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돌솥밥 비슷한 것이 나왔던 것이다. 사실 먼저 나온 요리의 양이 조금 빈약한 것 같아서 은근히 실망을 하고 있었는데 돌솥밥이 나왔으니 놀람과 반가움 때문에 감격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나는 먹다 남은 요리를 마구 넣어서 비벼먹었다. 맛있었다. 역시 난주는 음식으로도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돌아오는 길에는 청포도를 사서 호텔에서 나누어 먹었다. 그 맛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으랴?
난주역 광장에 어둠이 짙게 깔렸다. 어제 밤은 기차에서 시달리느라고 푹 잔다는 것이 아예 불가능했으니 오늘은 일찍 잠자리에 들어야 했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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