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 인생 - 그리 허무한게 아니었어요. 살만했어요
배낭여행기/11 중국-대륙의 극과 극:산동, 청해성(完

29시간동안 기차를 타고 꼬박 앉아서 가다 1

by 깜쌤 2011. 9. 2.

 

 

노신공원부근에 수족관이 있는 모양이다. 그것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이 부근에도 엄청난 관광객들이 꾸역꾸역 몰려들고 있었다.

 

 

중국이라는 나라가 오죽이나 사람많은 동네 아닌가? 한번 몰려들었다 하면 도로와 계단이 미어터질 정도였으니 여기서는 사람찾기도 어려웠다.

 

 

우리는 인파를 뚫고 간신히 해안도로로 올라왔다. 이젠 호텔로 돌아갈 시간이다.

 

 

기차를 타러가기 위해서이다.

 

 

호텔로 돌아와서 친구와 나는 팍슨백화점 지하에 자리잡은 수퍼마켓에 가서 장거리 이동을 대비한 장을 보았다. 강사부에서 만들어낸 컵라면 1개씩, 신라면 1개씩, 과자 한봉지씩, 오렌지 한개씩, 사과 한개씩, 음료수 1병씩 돌아가도록 샀다. 그런뒤 체크아웃을 했다. 방을 구할때 맡겨두었던 보증금도 돌려받았다.

 

 

청도미식 옆집에 붙은 국수집에서 난주라면을 시켜먹었다. 오늘 우리가 가고자 하는 도시가 바로 난주(蘭州 란저우)다. 한그릇에 11원이었다. 양이 너무 많아서 다 먹을 수가 없었다.  

 

 

이 블로그 속의 다른 중국배낭여행기에서 언급한 사실이 있는 것처럼 중국에서 기차타기는 한마디로 말해서 전쟁터에서의 작전수행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중국에서 기차표를 구해보지 않았다면, 그리고 기차를 타보지 않았다면 진정한 여행을 했다고 말할 수 없을 정도이다.

 

우리나라에서처럼 쉽게 생각해서 당일날 기차역에 가면 나를 위한 기차표가 곱게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식으로는 절대로 기대하지 말기 바란다. 기차표 구하기 자체가 이미 전쟁이다. 보통은 5일전부터 기차표 예매를 시작하는데 5일 전에 이미 표가 동나고 없는 경우가 너무나 흔하다.

 

대도시의 기차역마다 수표처라는 기차표파는 곳이 따로 있다. 대합실에서 표를 파는게 아니다. 일단 수표처에 가서 표를 구해보고 없으면 여행사나 호텔에 있는 여행사에 의뢰하는게 편할 것이다. 기차역에 직접가서 표를 구하려면 보통 스트레스 받는 일이 아니다.   

 

 

우리는 오늘 난주가는 표를 이틀전에 여행사에 가서 구했다, 그 이야기는 앞에서 했으므로 생략하기로 하자. 표를 가진 사람만이 기차역 대합실에 들어갈 수 있다. 중국에서는 대합실을 후차청이라고 한다. 대합실에 들어갈 때는 반드시 기차표를 보여주어야 한다. 그리고 엑스레이 투시기로 짐검사도 받아야 한다.

 

역안으로 들어가보면 열차별이나 행선지별로 대합실이 다르게 되어있다. 즉, 대합실이 달랑 한칸인 경우는 극히 드물다는 말이다. 일단 전광판을 보고 대합실을 정확하게 찾아가야 한다. 대합실을 찾았으면 그 다음에는 열차별로 개찰하는 문을 정확하게 찾아서 줄을 서야 한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바로 위에 올린 사진을 보면 한가운데 2구라고 붙은 푯말이 보일 것이다. 그러니까 각 구역마다 개찰하는 기차가 다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중국여행에서 한자를 알고 모르고의 차이는 엄청나다.

 

한자를 모르면 죽을 고생을 하게 되어있다. 요즘 우리나라 젊은이들의 한자실력을 보면 정말이지 은근히 걱정스럽다. 청도역은 새로 지은 역이기에 그나마 다행이었다. 대합실이 엄청 넓기 때문이다.

 

  

청도(靑島 칭다오)에서 난주(蘭州 란저우)로 가는 기차표의 모습이다. 열차번호는 K172차이다. 8월 3일 오후 1시 42분 출발인데 18호차의 98호석이 내자리가 되겠다. 요금은 245원이고 에어컨(空調)이 나오는 경좌(硬座 잉쭤)라는 뜻이다. 열차번호는 반드시 기억해두어야 한다. 그래야만 대합실을 찾을 수 있고 개찰구를 찾을 수 있다.

 

좌석의 등급은 여러가지인데 꼭 알아두어야 한다. 경좌라는 말은 딱딱한 의자라는 뜻이다. 푹신한 침대차 자리를 연와(軟臥 란워)라고 한다. 그게 제일 비싸다. 비행기 요금의 반정도를 생각하면 될 것이다.

 

그 다음은 경와(硬臥 잉워)이다. 가장 인기가 많은 좌석이다. 이름 그대로 딱딱한 침대자리다. 중국은 워낙 큰나라이므로 한번 기차를 타면 24시간정도나 그 이상 가는 것은 기본이다. 그러니 경와가 인기 최고일 수밖에 없고 인기가 하늘을 찌르다보니 그만큼 표를 구하기가 어렵다.

 

연좌(軟座)라는 것도 있다. 이름그대로 푹신한 좌석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 놈도 약간 비싸다. 최하등급이 경좌이다. 딱딱한 의자에 앉아서 가는 것인데 제법 고생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 기차의 무궁화호 기차 좌석을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절대 뒤로 젖혀지지도 않으며 푹신하지도 않으므로 허리가 비틀리는 고통을 각오하는게 정신건강에 좋다.

 

우리는 경좌표를 구한 것이다. 그러나 이 정도도 내가 보기에는 행운을 잡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앉아서 가는 것만해도 큰 복이라는 말이다. 하루종일 가면서 서서간다고 상상해보자. 거의 고문 수준이 될 것이다. 밤에는 잠도 못잘 것이므로.....

 

 

개찰을 하겠다는 방송이 나오면 갑자기 대합실이 소란스러워지면서 사람들이 일어서서 개찰구로 몰리기 시작한다. 모두들 커다란 짐 한두개 정도는 거의 다 들고있다. 좌석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로 나가려고 하는 이유는 짐때문이다.

 

출발지가 아닌 중간지점에서 기차를 타는데도 서두른다면 그것은 좌석확보를 하기 위함 때문이다. 늦게 타면 죄석은 커녕 선반에 짐을 올릴 공간조차도 확보하지 못하는 비극을 맞게 되기 때문에 모두들 서두르는 것이다.

 

 

 

개찰구를 향해 한꺼번에 몰리게 되므로 극심한 혼잡이 벌어진다. 소매치기들이 작업을 하기에 가장 좋은 시간이기도 하다. 우리들도 기차를 타기 위해 나가야했다. 큰배낭은 등뒤에 매고 작은 배낭은 앞가슴쪽으로 맨다. 그런 차림이 소매치기 예방에도 좋고 가장 편한 자세이기도 하다.

 

    

우리가 18호차에 올랐을 땐 이미 사람들이 거의 다 올라와서 앉아있었다. 배낭을 올릴만한 선반공간이 없었으므로 부득이 좌석 밑에다가 배낭을 우겨넣을 수밖에 없었다. 이럴때 배낭 덮개가 위력을 발휘한다.  방수처리가 된 배낭을 덮어서 덮은 부분이 바닥으로 가도록 넣어두면 혹시 누가 물을 쏟아도 내용물은 젖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통로를 중심으로 해서 한쪽은 세사람이 앉는 좌석이 마주보게 되어있고, 통로 건너편은 두명씩 마주보도록 되어 있다. 보통 24시간 정도는 같이 앉아서 가게 되므로 대화를 나누다보면 서로 친구가 된다. 친구가 안되는게 이상한 일이다.

 

 

정확한 시간에 기차가 출발했다. 청도에서부터 이미 만원이었다. 우리가 탄 기차는 청도를 출발해서 32시간뒤에 청해성 서녕(西寧)에 도착하게 되어있다. 청도-제남-서주-정주-낙양-서안-보계-난주-서녕, 이런 식으로 달린다. 도시 이름이 잘 이해되지 않는 분들을 위해 중국 지도를 첨부한다.

 

 

 

 

구글 지도를 편집한 것이다. 제일 오른쪽 빨간 점이 있는 곳이 청도이다. 마지막 빨간 지점은 서녕이고 끝에서 두번째가 난주다. 우리는 지금 난주로 가는 것이다. 난주에서 하루 정도 자고난 뒤 다시 서녕까지 갈 것이고 최후에는 파란색 점이 있는 옥수까지 갈 예정이다. 서녕에서 옥수까지는 버스로 이동할 계획으로 있다.

 

 

청도에서 산동성의 중심도시인 제남(=지난)까지가는데만 벌써 3시간 반이 걸렸다. 이렇게 가면 목표지점인 난주에는 언제 도착할지 기약이 없다. 약간 졸다가 눈을 떠쓴데 기차는 벌써 서주를 지나고 있었다. 벌써 어스름이 내려앉기 시작했다. 끝이 보이지않는 평원에는 비닐 하우스가 늘어서 있었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