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되고난뒤 타는 듯한 저녁노을을 본 기억이 몇번이나 되었던가 싶다. 대기오염이 심해지고 나서는 저녁노을 보기도 어려운 세상이 되었다.
아내와 모처럼 밖에나가 저녁을 먹고 집으로 걸어오다가 하늘이 불타기 시작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이들이 다녔던 운동장에 고인 물속에도 불붙기 시작한 하늘이 내려앉아있었다.
17일 귀국해서 밤 늦게 집에 돌아오고 나서부터 거의 매일 비가 왔다. 되짚어보니 그동안 햇볕 본 날이 없었다.
저녁에 비가 잠시 개이자 서쪽하늘이 벌겋게 타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제법 색깔이 짙어지기 시작했다.
고개를 돌려 반대쪽을 보았더니 무지개가 걸려있었다. 저녁노을과 무지개가 동시에 나타난 것이다. 젊은 선생님으로부터 문자가 들어왔다. 무지개를 보시라고.....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분이 있다는게 너무 반가웠다.
이런 모습을 보게 되는 것이 얼마만이던가?
나에게 남은 날은 지나온 날보다가 확실히 적을 것이다. 남은 날 속에서 자연의 화려한 잔치를 볼 수 있는 기회가 과연 얼마나 주어질지 모르겠다.
황혼 인생! 나도 마지막은 붉게 물들이고 죽어야할텐데...... 그런 기회가 과연 오기나 하는 것일까?
별까지 볼 수 있으면 더 멋진 밤이 되련만 아쉽게도 그럴 일은 없을 것 같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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