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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살이/영상수필과 시 1 Photo Essay & Poem

여름엔 난향이 최고다

by 깜쌤 2011. 7. 6.

 

난초의 매력에 빠져서 돈과 시간을 투자해가며 길러보았던 날들이 벌써 까마득한 옛날이 되었습니다. 그때는 중국춘란의 매력에 흠뻑 젖어있었습니다. 난(蘭)이라는 글자를 보면 난초의 특징이 잘 나타나 있습니다. 풀 초(草)에다가 문 문(門), 그리고 동녘 동(東)자가 함께 모여서 만들어진 글자이니 야생난초가 어떤 곳에 사는지를 짐작해볼 수가 있습니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우리나라나 중국의 일부지방에서는 배산임수를 이룬 곳에 마을을 잘만들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산은 등지고 물은 앞에 두고 마을을 만드는데 이왕이면 북서쪽에 산이 있는 곳을 최고로 쳤습니다. 겨울에는 대륙에서 휘몰아치는 차가운 바람을 막을 수 있는 산을 뒤에 두고 남향집을 지었으니 이는 철저하게 계절의 특징을 고려하여 마을을 만들고 집을 지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자료가 되기도 합니다.

 

남향집에서 산다고 가정했을때 문을 열고 밖을 보아서 동쪽으로 난 산에 난초가 자라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던 것이죠. 난초라는 하는 식물이 자라는 지형을 살펴보면 거의 예외없이 동향 비탈이나 남향 비탈에 자란다는 원칙을 꿋꿋이 지켜 왔음을 알 수 있습니다. 난 채집을 위해 산채를 다녀본 난꾼이라면 누구나 다 인정하는 사실일 것입니다. 

 

참으로 아쉽게도 우리나라에서 자라면서 봄에 꽃을 피우는 춘란에게는 향기가 없습니다. 어찌 이런 일이 다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중국 춘란이나 우리나라 춘란이나 일본 춘란이나 그게 그것인데 유감스럽게도 일본춘란과 우리나라 춘란에게는 향기가 없고 중국 춘란에게만 향기가 있으니 도대체 그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난초의 향기는 그 맑기가 기가 막힐 정도입니다. 식물을 길러보면서 알게 된 것인데 꽃을 피우는 화초들 가운데 인간의 정신을 맑게하는 것으로는 중국춘란과 매화가 최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순전히 제나름대로의 기준이긴 하지만 그 정도로 난 향기는 매력적입니다.

 

중국 춘란가운데 이름이 있는 명품란을 70여분 정도 가지고 있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집안에 두고 기를만한 공간이 없어서 겨울에는 교실 남쪽 창가에 가져다 두었는데 예외없이 춘3월이 되면 꽃을 피웠습니다. 꽃이 피면 향기는 자연적으로 따라오는 것이므로 춘란이 필 때는 아주 작심하고 아침 일찍 출근을 했습니다.

 

교실 가득히 배인 맑은 향기를 맡기 위해서였습니다. 춘란의 향기는 가슴을 시원하게 만들고 코를 트이게 만들어주는 것 같았습니다. 꽃치자의 향기가 약간 새콤한 냄새를 피우고 히야신스가 초콜렛 맛을 내는 달콤한 향기를 피워낼 때 중국 춘란은 맑디맑은 청향을 내뿜었던 것이죠.

 

 

모처럼 교무실에 갔다가 중국산 여름란을 만났습니다. 중국에서 나는 세엽혜란이나 하란(夏蘭)들은 난꽃의 혀에 무늬가 없는 소심(素心) 계열의 꽃을 피우기에 어떤 사람들은 소심란이라고 부르기도 하더군요. 소심 계열의 난초들도 맑은 향기를 사방으로 흩날립니다.     

 

사람이 살면서 맑은 난향기 같은 내음을 풍겨야 하는데 그렇게 되기가 정말이지 너무 어려웠습니다. 타고난 자질문제도 있고 인격문제도 있으니 노력한다고 잘되는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데는 오랜 세월이 걸렸습니다. 하지만 좋은 인격을 가지도록 노력을 하지 않았는다는게 더 큰 문제라는 것을 알아차리는데 또 수십년이 덜렸습니다. 나같은 사람은 참 어리석게만 살아온 인생이었습니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