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를 타고 동남산 기슭 불곡(佛谷 부처골)쪽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평소 그쪽으로 한번씩은 가보는 곳이므로 터무니없이 낯선 곳은 아닙니다.
불곡 올라가는 입구에는 아주 깔끔한 작은 농장이 있습니다. 여기서 굳이 그 농장의 이름은 밝히지 않겠습니다만 주인어른이 워낙 깔끔하게 가꾸어놓으신 곳이라 허락을 얻고 마당에 잠시 구경차 들어설 수 있었습니다.
요즘은 만나기도 어렵고 보기조차 힘든 사립짝으로 만든 사립문이 단정하게 열려있었습니다.
마당으로 들어서는 입구 어디를 둘러봐도 휴지한장 담배꽁초 하나 찾아보기가 어려울 정도로 깨끗한 곳이었습니다.
내가 굳이 마당안으로 들어가보려고 했던 것은 이 꽃 때문이었습니다. 해당화! 그렇습니다. 해당화때문입니다.
작년 여름 해발 7천미터급의 산들이 줄지어 늘어선 파미르 고원의 작은 도시에서 만나본 해당화가 떠올랐습니다. 동시에 젊었던 날 바닷가 학교에서 근무를 할때 찾아가본 영덕 고래불 해수욕장에서 만나본 해당화도 아련하게 기억이 났습니다.
이미자씨가 불러 만인이 애창하는 노래가 되었던 <섬마을 선생님>은 또 어떻고요? 그 노래는 노래방 애창곡 순위에 항상 상위로 꼽히는 모양입니다. "해당화 피고지는 섬마을에 철새따라 찾아온 총각선생님~~"으로 시작하는 노랫말이 가슴을 아리게 만듭니다. 평생 선생으로 살았던터라 단번에 그 생각부터 났던 것입니다. 피와 근본은 못속인다더니........
마당에는 야생화들이 아주 곱게 터를 잡고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사람이든 동식물이든 주인을 잘 만난다는 것은 큰복입니다.
이 녀석은 무슨 꽃인지 도저히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말레이지아의 티오만 섬에서 본 꽃이 떠올랐습니다. 어쩐지 닮은 것 같기도 합니다. 컴퓨터 속에 저장시켜둔 사진을 찾아보았더니 색깔은 비슷한데 꽃모양과 나무가 완전히 달랐습니다.
무슨꽃이었을까요? 이미 벌써 꽃은 져버리고 후손들을 공중에 흩뿌릴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나는 잠시 인생을 생각해보았습니다. 어찌 우리네 삶이 이렇게 꽃의 한살이와 닮았는지요?
매발톱이 한창 꽃을 피우고 있었습니다. 내가 키우는 녀석들은 벌써 지고 말았는데 여긴 아직도 한창이었습니다.
오래 머무르기가 미안해서 잠시 둘러보고는 인사를 드리기 위해 밖으로 나왔습니다. 그 사이에도 주인어른은 청소를 하고 계셨습니다.
나는 다시 도로로 나서기로 했습니다. 더 머물기가 송구스러웠기 때문입니다.
맑고 단정하게 한세상을 살기가 참 어렵습니다. 살면서 깨달은 것이지요. 어떤 분들은 한번 살다가 죽으면 끝이므로 살아있을때 잘먹고 구경잘하고 하고싶은 것 다하고 돈도 잘써보고 죽어야 된다고 하지만 나는 다르게 여기며 삽니다. 한번 살아가는 인생이므로 더 신중하게 더 단정하게 더 절제하며 아름답게 살아야 한다고 말입니다. 신약성경 히브리서에 있는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히9:27]한 번 죽는 것은 사람에게 정하신 것이요 그 후에는 심판이 있으리니"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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