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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초등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 인생 - 그리 허무한게 아니었어요. 살만했어요
사람살이/세상사는 이야기 1 My Way (完)

그게 그리 쉽게 보이는가보다 - 존경받고 살기가 쉬운게 아니었더라

by 깜쌤 2011. 6. 13.

사진을 찍다가 그 어르신을 뵈었습니다. 도로 저쪽에서 지팡이를 짚고 걸어오시긴 했지만 꼿꼿한 가운데 겸손함이 돋보이는 걸음걸이야말로 틀림없는 그 어르신이었습니다. 달려가서 먼저 인사를 드렸습니다.

"ㅎ교장선생님, 저 아무아무개입니다."

 

그분은 단번에 저를 기억해내셨습니다. 젊었던 날, 잠시 직장 상사로 모신 적이 있는 어른이었습니다. 워낙 겸손하면서도 검소하게 그러면서도 단정하게 사셨으니 모두들 존경하는 몇 안되는 참된 교육자였다고 기억합니다.    

 

 

장학사를 하시면서도 돈을 밝히지 않는 것으로도 소문이 나신 분이었습니다. 그분의 따뜻한 품성은 교장을 하실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저 아랫사람들의 입장을 이해하시려고 노력을 했고 부하직원들의 말을 들어주려고 힘을 쓰셨습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그분은 신앙생할을 하시는 분이었습니다. 이제는 연세가 높으셔서 은퇴를 하셨지만 그런 바탕이 있었기에 조금이라도 선하게 사시려고 노력을 하셨던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연금제도가 없었습니다. 그러니 퇴직금을 받아서 정말 잘 굴려야만 했습니다. 지금 은퇴를 하는 분들에게는 연금이 있으니 규칙적인 현금수입이 있어서 살기가 좋습니다만 전에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그 분이 검소하게 사시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되는 일이었습니다.

 

 

다른 분이 전하는 말에 의하면 예전 부하직원을 만났을 경우에는 반드시 막걸리 한잔이라도 대접해서 보낸다고 들었습니다. 저야 뭐 술을 마시지 않으니까 막걸리 이야기가 나오면 오히려 제가 모시고 가서 대접을 해드려야할 처지였습니다만 그날은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가실 일이 바쁘셨기 때문입니다.

 

"보래, 자네는 예전부터 생각과 말이 다른 사람과 달랐데이. 일하는 솜씨도 남달랐고..... 그러니 내가 자네를 잘 기억하지."

 

아흔 연세가 가까운 분이 그렇게 말씀하시자 가슴이 뭉클해졌습니다. 그렇게 헤어지고 가시다가 돌아서시더니 다시 다가 오셨습니다.

 

"내가 자네에게 책을 한권 주려고 하네. 교직생할을 하며 글쓴 것들을 모아서 출판한게 있는데 이제 몇권 안남았다네. 자네가 섬기는 교회 사무실에 맡겨둘테니 나중에 꼭 찾아가시게나."   

 

 

나는 나중에 그 어르신처럼 남들에게 존경을 받을 자신이 없습니다. 존경을 꿈꾸기전에 욕이라도 얻어먹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세상살기가 보기보다 쉬운게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번 더 깨달아보았습니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