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든탑이 무너지랴'라는 속담이 있다. 그렇긴하다. 찬찬하게 공들여 쌓은 탑이 과연 무너지겠는가마는 세월의 흐름앞에서 영원불변한 것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영원히 불변한다는 말은 물질세계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니라 진리에 관한 말이 아닐까 하는 어설픈 생각까지 하게 되는게 요즘의 솔직한 내 심정이다.
세상을 다녀보고 알게된 것인데 탑에도 참으로 종류가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라마다 생김새가 달랐고 재료도 한없이 다양했으며 보존상태도 다 달랐다. 무너진 탑이든 존재하는 탑이든 한가지 확실한 것은 탑속에 인간이 간직하고자 하는 어떤 염원을 담았다는 것이다.
세월이 가면서 잊혀진 탑이 있는가하면 되살려낸 탑도 있었다. 그런데 되살리고자 해도 되살릴 수 없는 탑도 존재한다는 것을 나는 깨달았다. 경주에 바로 그런 탑이 존재한다. 경주문화엑스포장에 설치되어있는 경주 타워이다. 황룡사 구층탑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자세히 모르지만 거기에서 힌트를 얻었다고 하는 건물이다.
건물속에 탑의 형태가 보이지만 탑은 실재로 존재하지 않는다. 기발한 아이디어다. 남의 아이디어를 도용했으니 안했느니 하는 문제때문에 잡음도 조금 있었지만 보는이의 상상에 맡기는 아이디어 하나만은 발군이라고 생각한다. 실체는 존재하지않고 마음속에 이미지로만 존재하는 탑! 생각만해도 멋지지 아니한가?
사이버 스페이스속에 자기집을 하나 가지고 싶다는 것은 모든 사람들이 꿈꾸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몇번 밝힌 적이있지만 나는 자동차나 휴대전화나 전원주택같은 것에 관심은 많아도 굳이 새것으로 하나를 꼭가지고 싶다는 욕망은 적은 사람이다.
그런데 가상공간 속에 나만의 그 무엇을 가지고 싶다는 욕망은 예전부터 꿈틀거렸음을 고백한다. 그래서 한때는 홈페이지에 관해 제법 욕심을 내기도 했었다. 홈페이지를 만드는 과정이 그리 만만한 것도 아니고 사용할 수 있는 용량까지 제한되어 있어서(지금은 어떤지 모르지만) 적잖이 실망을 하고 있던 차에 블로그라는 존재를 알게 되었다.
바로 이거다 싶은 마음에 뛰어들었는데 그게
2006년 봄의 일이다. 그해 4월 26일에 첫글을 올리고 난 뒤 벌써 6년의 세월이 흘렀다. 하루에 한편의 글을 쓰는 것을 목표로 삼았는데 이 글이 3,000번째의 포스팅이 되는 셈이다.
하나 잘 따지고 보면 그렇지는 않다. 남이 보기에는 3천번째의 글이지만 나 개인으로 보면 3,000번째의 글을 올린지는 벌써 석달전이 되었고 지금은 3,100번째의 글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중이다. 글을 써두고 공개하지 않고 감추어 둔것이 제법 있기 때문이다. 내가 로그아웃한 상태에서 확인해보면 정확하게 이 글이 3천번째가 되는 것이니 이 글을 통해 그동안 내가 쌓아올린 탑의 실체를 음미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가 기억해주는 것은 아닐지라도 나름대로 이 블로그는 최근 내 삶의 기록임에 틀림없다. 나는 물질적으로는 제법 가난한 사람이어서 후손에게 물려줄 것은 쥐뿔도 없는 사람이다. 하나 이 블로그는 그렇지 않다. 지금까지 올린 사진만해도 이미 4만장을 넘어섰다. 내가 개인적으로 찍어서 컴퓨터에 보관하고 있는 사진이 14만장 정도가 넘어서는데 그것의 약 3분의 1정도를 블로그에 올렸으니 적은 양은 아니라고 본다.
내가 디지털 카메라를 처음 구한 것이 2005년의 일인데 그때부터 꾸준히 포스팅을 했다고 보면 틀림없다. 제일 아쉬운 점은 내가 젊었던 날에 이런 멋진 공간과 기술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젊었던 날에 세계를 돌아다녔던 일과 교직생활에 관한 기록들은 함께 공유할 재주가 없다. 그때의 기록들은 모두 필름카메라로 찍은 사진들이어서 글을 쓰기위해 스캐닝하려고 하니 작업량이 워낙 엄청나서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디지털 카메라와 컴퓨터라고 하는게 얼마나 대단한 요물이던가? 그게 있었기에 이런 작업을 하는 것이 가능했다. 그리고 DAUM 회사에 대해서도 깊은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블로그의 사용용량을 무제한으로 해준 것에 대해서 말이다. 회사입장에서 보면 블로그를 통해 양질의 컨텐츠를 다수 확보할 수 있으니 결국은 서로가 이익을 보는 윈윈(Win Win)전략이 맞아떨어진 셈이지만 어쨌거나 간에 감사하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런 사이버 스페이스에 존재하는 블로그도 하나의 멋진 문화유산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앞으로 얼마나 더 오래 내가 블로깅을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삶의 기록으로서 남겨놓고 싶은 것이 작은 바램이요 희망이다.
블로그는 모든 개인의 생활기록일뿐만 아니라 역사적 자료로서의 가치도 충분하다고 본다. 내 블로그 속에는 교육현장에 관한 사진도 제법 많다. 백년 뒤에 학교 모습이 어떤 식으로 변할지 잘 모르지만 내가 올려둔 사진 한장한장이 후세인들에게는 멋진 자료가 되지 않을까 하는 자부심을 가져보기도 한다.
교실의 모습이나 아이들 옷차림 하나도 사진 자료는 모든 것을 한눈에 보여준다. 내가 죽고나면 이 블로그가 사라질지 폐쇄될지 나는 모른다. 사람이 죽고 없어질지라도 사이트는 존재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라고 들었다. 나는 블로그와 카페에 접속할 수 있는 비밀번호를 내 아들딸에게 알려주고 물려주고 죽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내가 가르친 아이들과 학부모가 접속하는 카페는 제자가운데 참한 아이를 한둘 골라서 유산 비슷하게 물려줄 생각이다. 삼천번째 글을 올리면서 별별 이야기를 다한 것 같다. 그만큼 애착이 가는 존재라는 말이다.
물려줄것도 없는 가난한 서민이기에 더욱 더 정이 가는 존재! 그게 바로 블로그다. 축하해주는 사람이 없을지라도 어떠랴? 혼자하는 자축도 축하아닐까?
내 불로그는 내가 쌓은 탑과 같은 존재가 되었다. 형체가 존재하지않는 이미지만으로 이루어진 탑!
이 블로그가 영원하리라고 믿지는 않지만 약간의 영속성은 가졌으면 좋겠다. 그런 의미에서 3000번째의 소리없는 아우성을 외친 것이리라.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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