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 2000년에 중국 뤄양을 갔었다. 뤄양은 삼국지에 낙양(洛陽)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하는 도시다. 낙양 변두리에는 낙수가 흘러서 황하로 들어간다. 강가에는 그 유명한 용문석굴이 있고 관우의 무덤이라고 전해지는 관림(關林)이 낙양 변두리에 자리 잡고 있어서 많은 관광객들을 끌어모으는 도시다. 낙양에서는 등봉이라는 도시를 거쳐 정주(鄭州)로 갈 수있다. 등봉 부근에 소림사가 있다.
낙양에서 저녁을 먹을 때의 일이다. 요즘은 어떤지 모르지만 중국 내륙지방의 대기 오염수준은 상상이상이어서 짙은 구름 비슷한 스모그가 도시 전체를 뒤덮고 있었다. 맑은 날인지 흐린날인지조차 구별이 안될 정도였다. 식사를 하기 위해 건물 바깥에 설치해둔 의자에 앉았는데 갑자기 빗방울이 떨어지는 것이었다.
하늘을 보았다. 워낙 스모그가 짙어서 구름은 구경조차 할 수 없었다. 그런데도 비가 온다. 구름을 볼 수 없으니 조금 오고 그칠 것인지 한바탕 쏟아질 것인지 가늠조차 할 수 없었다. 대기오염의 무서움을 그때만큼 절실히 느껴본적이 없었다. 중국내륙지방이나 만주의 대도시 상공은 거의 다 그렇다고 보면 된다. 그후로 나는 중국을 여행할때마다 오염이 덜 된 서부의 오지들을 찾아다녔다.
중국의 하늘이 그렇게 변한 가장 큰 원인은 일반가정에서 취사연료로 쓰는 유연탄때문이라고 한다. 문제는 또 있다. 중국의 경제력이 좋아지면서 모두들 자동차를 가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중국인들은 우리 한국인들만큼이나 허장성세가 심한 사람들이다. 민족성이 그렇다보니 모두를 큰 차 타기를 원한다. 큰차들은 배기가스량이 많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배기량과 이산화탄소의 발생량은 비례관계에 있지 않던가?
내가 자동차를 가지지 않고 버틴 이유는 바로 그것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가면 우리 후손들은 산소마스크를 끼고 살아야할지 모른다.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이라크를 황폐화시킨 주범은 보기에 따라 부시 대통령부자도 될 수 있고 사담 후세인이 될 수도 있다.
사담 후세인이 저지른 가장 큰 죄악 가운데 첫째는 쿠르드민족에게 독가스를 살포하여 어른과 아이를 가리지 않고 대량으로 피압박민족을 살륙했다는 것이다. 둘째는 쿠웨이트를 침공했다가 그 보복으로 다국적군의 공격을 받고 패배할 위기에 몰리자 유정을 파괴하고 더 나아가 불까지 질러버린 막가파식 행동을 저지른 행위이다.
지구 생태계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그는 전지구인들을 대상으로 가공할만한 환경테러를 감행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유전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해 대량의 연기가 대기권을 뒤덮어 쿠웨이트와 이란 서부에서는 대낮조차 칠흑의 밤처럼 캄캄하게 변하버리는 현상이 발생했다. 걸프만으로 쏟아져 들어간 기름으로 인해 입은 바다생태계의 피해는 도대체 어느 정도였던지 짐작조차 되지 않는다.
나는 여행을 다니면서 지구 생태계는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사실을 깨달았다. 유럽을 다녀오는 길에 하늘에서 아랄해를 본 기억이 있다. 아랄해는 카스피해 옆에 자리잡은 내륙의 바다다. 카스피해로 들어오는 두개의 강물을 사막으로 빼돌린 결과 아랄해의 90% 정도가 사라져버렸다. 예전에 항구였던 곳이 지금은 사막으로 변해 버렸을 정도이다.
대기오염의 주범은 자동차 배기가스와 공장에서 뿜어올리는 매연, 일반가정에서 사용하는 난방용 기름이나 석탄에서 뿜어져나오는 물질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다 인정한다. 지구위에 굴러다니는 자동차는 얼마쯤 될까? 그 숫자는 헤아리기조차 어려울 정도다.
나는 결코 자동차혐오주의자가 아니다. 자동차의 필요성과 사회공헌도를 누구보다도 잘 이해한다고 자부한다. 그걸수록 환경을 생각해서라도 자제하는 분위기로 나가는 것이 옳바른 길이라고 생각했기에 지금까지 자동차를 사지 않고 벼텨냈다. 전기자동차가 상용화되거나 우리나라 국민소득이 확실하게 2만 달러를 넘어설 경우 자동차를 굴릴 것이라고 이웃에 공언도 했고 다짐하며 살아왔다.
며칠전에 경주 문화엑스포 공연장에 갈 일이 생겼다. 나는 엑스포 공연장 앞에 세워진 작은 자동차에 눈을 빼앗기고 말았다. 자그마하고 참한 매력만점의 전기자동차를 본것이다. 이제 전기자동차를 구경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엑스포장에서 사용하는 전기자동차의 앙징맞은 모습이 한동안 눈앞에 아른거렸다.
내가 큰 욕심을 내지 않는 두가지의 물건이 휴대전화와 자동차였다. 휴대전화에 대한 나의 태도가 달라지기 시작한 것은 스마트폰때문이다. 아이폰도 좋지만 국산품의 품질이 외제보다 못할게 없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니 삼성 갤럭시를 구해볼까 하고 망설이는 중이다.
또다른 하나는 자동차였다. 남들이 어지간히 좋은 차를 가지고 있어도 별로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는 서서히 생각이 바뀌고 있는 중이다. 개솔린을 쓰지 않는 전기자동차라면 내가 가진 삶의 가치관과도 크게 상충하지 않으니 한대 정도는 구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이브리드 승용차는 개솔린 자동차와 전기자동차 사이를 이어주는 징검다리 역할을 한다고 볼때 선택은 역시 전기자동차이다. 문제는 성능과 가격이다. 한 삼년정도만 기다리면 더 나은 무공해 자동차가 나올 것이라고 믿는다. 그땐 세상없어도 한대 구해서 타고 다닐 생각이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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