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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안 여기저기 돌아다니기/나라안 여기저기 in Korea

하얀 모래밭이 그림처럼 아름다운 내성천

by 깜쌤 2011. 5. 12.

황순원의 단편소설 <소나기>를 모르는 사람은 드물지 싶다. 경기도 양평을 무대로 하여 벌어지는 어린 소년과 소녀의 애절한 풋사랑 이야기라는 사실쯤은 누구나 안다. 그 분이 쓴 작품가운데 <카인의 후예>가 있다. 사건은 평안도의 시골 마을에서 벌어진다. 지주(地主)의 아들인 박훈이 해방이후 공산주의자들에 의해 겪는 고초가 세밀하게 묘사되어 있다.

 

 

카인(Cain)은 성경에 등장하는 인물이다. 최초의 인간인 아담(Adam)의 아들로서 짐승을 치며 사는 사람이 된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인류 최초의 살인자가 된다. 그것도 성경의 제일 앞부분에 해당되는 '창세기'에 등장해서 명예롭지 못하게도 살인자가 되고 마는 것이다. 그는 동생 아벨(Abel)을 죽인다. 처음 인간인 아담의 아들이라는 명예를 지녔으면서도 살인사건을 저지르는 것으로 보아 인간사이의 갈등은 꽤나 오래전부터 시작된 이야기임에 틀림없다.

 

 

다른 사람의 보복을 겁낸 카인은 하나님을 떠나 <에덴의 동쪽>으로 이주를 하게 된다. 그 부분을 성경 창세기 4장 16절에서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So Cain went out from the Lord's presence and lived in the land of Nod, east of Eden."   

 

"가인이 여호와의 앞을 떠나 나가 에덴 동편 놋 땅에 거하였더니"라고 번역된 부분이다. 이 영어문장속에 유명한 말이 등장하는데 그게 바로 "에덴의 동쪽"이라는 말이다. <에덴의 동쪽>이라는 드라마를 많이 본 분들은 이 글의 첫머리에 등장하는 기차역 사진이 눈에 익었을지도 모르겠다. 승객들이 열차를 타기 위해 대기하는 플랫폼의 모습도 눈에 익숙하다면 드라마에 관해서는 일가견이 있는 분이라고 하겠다. 기차역 이름인 평은 대신에 황지라는 이름을 넣으면 이해가 되겠는가?  

 

 

 

이 사진은 2008년 10월 하순에 찍은 것이다. 역건물 옆에 있는 화장실의 모습이 조금 이상하지 않은가? 어딘가 조금은 일본식 냄새가 나는 건물 같지 아니한가? 나도 처음에는 굉장히 의아하게 생각했었다. 곧 문을 닫을 시골 기차역을 이렇게 새로 손볼 이유가 있었던가 하고 말이다.

 

 

대합실 속에는 황지역을 나타내는 역이름판이 자리잡고 있었다. 나는 텔레비전 드라마를 잘 보지 않는 사람인지라 나중에야 비로소 여기가 드라마 촬영장으로 잠시 쓰였음을 눈치챌 수 있었다. <에덴의 동쪽>에 황지역으로 나왔던 곳이 지금 사진에서 보는 평은역이다. MBC 창사 47주년을 기념하는 드라마로 만들어져 상당한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다.

 

 

2008년에만 해도 세트장 모습이 조금은 남아있었다. 물론 이젠 말끔히 사라져버리고 없다. 영화나 소설에 밝은 사람이라면 <에덴의 동쪽>이라는 제목을 가진 영화가 따로 있었음을 기억해내지 싶다. 그 사실을 알고나면 드라마 이름은 영화 제목에서 따온 것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50년도 더 전인 1955년 9월 30일 오후 5시 35분경, 미국 서부의 캘리포니아주에서 교통사고가 발생하여 '포르쉐 스파이더 550'이라는 노란색 스포츠카에 타고 있던 청춘 스타 한사람이 현장에서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직접적인 사인은 목이 꺾여버렸다는 것이었다. 누구일것 같은가?

 

 

이름만 대면 다 아는 제임스 이다. 그는 <에덴의 동쪽>, <이유없는 반항>, <자이언트>같은 멋진 영화를 남기고 너무나 안타깝게도 스물네살이라는 한창 나이로 요절해버리고 말았다. 제임스 딘의 죽음이나 이름의 유래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아래 주소를 클릭해보기 바란다.

 

http://blog.daum.net/yessir/5346222

 

http://blog.daum.net/yessir/5291362

 

 

어쩌다가 정말 귀하게 노는 날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그냥 보내기가 너무 허무해서 그 곳을 다시 한번 더 찾아가보기로 했다. 세상에 많은 장소들중에 몇번이나 찾아가도 물리지 않는 곳은 드물다. 언제 가봐도 싫증이 나지 않는 곳은 고향뿐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거기는 내가 유년시절을 보낸 곳이다. 그러나 그 추억때문에 또 가보았던 것은 아니다. 이곳이 모두 물에 잠기게 되기 때문에 한장의 사진이라도 더 남겨두고 싶어서 찾아가본 것이다. 단순히 기차역 하나만 달랑보고 올 것이라고 마음먹었다면 안가보는게 나을 것이리라. 그럼 아래 지도를 보기로 하자.

 

 

 

 

구글 위성지도를 가지고 검색해본 곳이다. 왼쪽 편에 찍힌 노란색 점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거기가 무섬마을이다. 이 부근을 흐르는 강이 바로 내성천이다. 내성은 경북 봉화를 가리키는 옛날 이름이다. 강모습을 자세히 보면 대표적인 사행천(蛇行川)이라고 하는 사실을 알 수 있으리라.

 

산골짜기의 좁은 틈바구니 사이를 요리조라 감돌아나가는 물길이 너무나도 아름다운 곳이다. 하지만 정작 사람의 마음과 눈을 끄는 아름다운 매력은 따로 있다. 모래바닥이 은빛으로 빛나는 보기드문 모래강이라는 사실이다. 그런데 그 아름다운 모래밭이 물속으로 들어갈 운명에 처했다. 지도에서 오른쪽의 빨간색 점이 찍힌 자리에 댐이 만들어지고 있는 중이다. 아래 사진을 보자.

 

 

보이는가? 모래밭을 가로질러 거대한 흙담이 만들어지고 있음을.....  댐은 저 모래둑 밑에 만들어지고 있다. 같은 장소를 예전에 찍어둔 사진을 가지고 비교해보자. 바로 아래 사진이다.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물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여기가 잠기고 나면 하얗게 빛나는 백사장이 과연 몇군데쯤이나 남아있게 될까? 나는 갑자기 신민요 <노들강변>이 생각났다. '노들강변'이라는 노래 속에 백사장이라는 말이 등장하기 때문이리라. 어떤 사람은 노들강변이라는 노래가 중국에서 흘러들어와 우리나라에 완전히 정착한 민요라는 식으로 주장을 하기도 하는 모양이지만 이 노래는 엄연히 작곡자와 작사가가 따로 있다.  

 

 

다음백과에 등장하는 내용을 그대로 인용해본다.

 

작사자는 만담가로 유명했던 신불출(申不出), 작곡자는 문호월(文湖月)로 알려져 있다. 신민요로 등장했으나 해를 거듭하면서 민요화했다. 널리 불리고 무용곡으로도 쓰이고 있다. 솔·라·도·레·미의 5음계로 되어 있다. 경쾌하면서도 애조띤 정조로, 맺힌 한(恨)을 물에 띄워 보내려는 심정을 읊었다. 장단은 세마치이고, 형식은 3절로 된 유절형식(有節形式)이다.

 

1절의 가사는 다음과 같다. "노들 강변 봄버들/휘휘 늘어진 가지에다/무정세월 한허리를/칭칭 동여매여나 볼까/에헤요 봄버들도 못 믿으리로다/푸르른 저기 저 물만/흘러 흘러서 가노라."

 

 

 

이 노래는 일제강점기인 1934년 2월에 발표되었다고 한다. 당시에 유명했던 오케레코드사 창립 1주년 기념작으로 만들어져 히트를 했던 노래로 전해진다. 원곡 노래는 당시의 명창으로 소문났던 박부용이라는 분이 불렀던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제 가사 전체를 알아보기로 하자. 1절부터 3절가사를 소개한다.

 

"노들강변 봄버들 휘늘어진 가지에다가 무정세월 한 허리를 칭칭 동여 매어나 볼까
에헤요 봄버들도 못 믿을 이로다. 푸르른 저기 저 물만 흘러 흘러서 가노라

 

노들강변 백사장 모래마다 밟은 자죽 만고풍상 비바람에 몇 번이나 지워 갔나
에헤요 백사장도 못 믿을 이로다. 푸르른 저기 저 물만 흘러 흘러서 가노라

 

노들강변 푸른 물 네가 무슨 망령으로 재자가인(才子佳人) 아까운 몸 몇몇이나 데려갔나
에헤요 네가 진정 마음을 돌려서 이 세상 쌓인 한이나 두둥 싣고서 가거라"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본 결과 여러 곳에 그 노래가 들어있었지만 내가 확보한 음원이 없어서 소개를 하지 못하는 것을 유감으로 여긴다. 원곡을 찾기는 어려웠다.

 

 

나는 어린 시절에 이 노래를 많이 들었다. 1930년대의 유행가였지만 우리 앞세대 사람들에게까지도 상당히 많이, 그리고 자주 불리웠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길래 나도 이 노래를 부를줄 안다. 나는 괜히 마음이 서글퍼져서 노들강변 2절을 한번 뽑아보았다. 이 백사장도 얼마 못갈것 같아서 말이다.    

 

노들강변 백사장 모래마다 밟은 자죽 만고풍상 비바람에 몇 번이나 지워 갔나
에헤요 백사장도 못 믿을 이로다. 푸르른 저기 저 물만 흘러 흘러서 가노라

 

 

내가 서있는 강변도로를 죽 따라서 한 십리정도만 걸으면 무섬마을에 도착할 수 있다. 이 길이 물에 잠기면 무섬마을을 보기 위해서는 영주에서부터 접근해야만 가능할 것이다. 댐조감도를 보면 물에 잠기는 산봉우리 위로 길이 날것처럼 해두었다.  

 

 

노들강변 봄버들이라는 버들은 이런 종류였을까? 녀석들도 이젠 꼼짝없이 물속으로 들어가게 생겼다. 지금은 물이 올라 파릇파릇하지만 숨쉴 기간이 얼마남지 않았다.

 

 

이런 아름다운 모래밭이 가득한 내성천 한자락이 물속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음을 아는지 그렇게 많던 물고기들도 이제는 모습을 감춘듯했다. 예전에는 여기에도 바다에서 자란 은어가 올라왔다. 봉화군에서 벌이는 은어축제가 빈말은 아니었던 것이다.

 

 

나는 강을 가로지르는 흉물스런 둑이 보기싫어 방향을 돌려 상류쪽으로 걸었다. 내가 눈을 감는다고 해서 보기싫은 현실이 사라지는 것이 아님을 알면서도 내 앞에 벌어지는 실제장면을 애써 피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혹시 이 아름다운 강을 보러갈 생각이라면 여기만 들르지 말고 무섬마을을 겸해서 찾아가면 되겠다. 무섬마을의 외나무다리도 건너보고 고택들도 찬찬히 둘러볼만 하다. 안동 하회마을만 물돌이동으로 유명한게 아니다. 내성천변에 있는 무섬마을과 회룡포, 그리고 여기도 물이 돌아흐르는 곳으로 유명한 곳들이다.

 

 

 

큰지도보기를 누르면 더 자세하게 살펴볼 수 있다. 접근로가 아주 상세하게 나오므로 자기 자동차를 가진 분들이라면 큰 불편없이 다녀올 수 있을 것 같다. 무섬마을에 관해 더 알고 싶으면 아래 주소를 눌러보면 된다.

                                      http://blog.daum.net/yessir/15866122

 

 

더 늦어지기 전에 봐두는 것이 어떨까? 내가 보기로는 내성천 가운데에서 강부근의 풍치로만 따진다면 이 부근이 제일 아름답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아래 지도를 보면 물굽이의 모습을 한눈에 알아 볼 수 있을 것이다.

  

 

 

                                                       <지도의 출처 -다음 지도>

 

빨간 점이 있는 곳이 평은역이고 노란색점은 댐건설 현장이다. 왼쪽의 네모와 화살표가 있는 곳이 무섬마을이니 참고로 하기 바란다. 평은역에 기차는 서지 않는다. 무궁화호 기차는 인근의 옹천역과 영주역, 그리고 안동역에만 선다.

 

 

 나는 다시 안동으로 나가는 직행버스를 타기 위해 기차역 뒤로 나있는 고개를 넘어야했다. 허망한 마음에서 솟아오르는 까닭없는 분노를 누르기 위해서라도 한시바삐 이곳을 벗어나고 싶었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