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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살이/영상수필과 시 1 Photo Essay & Poem

철모구멍에 스며든 슬픔을 어찌 알랴?

by 깜쌤 2011. 5. 7.

 

 

  그가 신었던 전투화였을 것이다. 이 신발을 신고 집으로 자랑스럽게 돌아가고 싶었을 것이다.

 

 

꽁꽁 언 밥이었거나 퍼석하게 말라 비틀어진 빵을 먹었을지도 모르겠다.

 

 

추운 겨울에는 따뜻한 물조차 마시기 어려웠을 것이다. 더운 여름날에는 또 어땠을까?

 

 

옷은 다 삭아버리고 단추 몇개만이 남았다.

 

 

한국의 겨울이 춥다고 해서 추위가 심한 미네소타주 출신들이 많이 징집되었다고 하던데 혹시 그쪽 출신이었을까?

 

 

어디 변변하게 치솔질할 시간이라도 있었으랴?

 

 

평소 어디가 어떻게 아팠는지 모르겠다.

 

 

집에 돌아갈 날을 기다리며 시간이 날때엔 면도 한두번쯤은 했었으리라. 사랑하는 연인을 그리며 슬며시 웃기도 했었으리라.

 

 

한번씩은 시계를 봐가며 말이다.

 

 

가끔씩은 담배도 한대씩 피웠으리라.

 

 

 

그러다가 갑자기 최후를 맞았을 것이다. 총알이 철모를 관통해버렸으니까.......

 

 

총알이 철모를 관통해버렸으니 그는 현장에서 즉사했었으리라.

 

그와 동시에 포탄 파편에 그의 철모가 찢어졌을지도 모르겠다. 아들의 전사소식을 듣고 어머니와 누이와 동생은 또 얼마나 슬퍼했으랴? 50년이 지나서야 발견된 시신이니 가족들은 유품하나 챙기지 못했으리라. 한번 사는 인생인데.....  귀하디 귀한 꽃다운 청춘이 그렇게 스러져갔으리라. 아무 연고도 없는 남의 나라 산하에서 말이다.  

 

 

내일이 어버이날이다. 어버이날인 것이다. 자식을 군대에 보내본자만이 찢겨진 철모에 나있는 총알구멍의 슬픔을 이해할 수 있으리라.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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