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좋은 날이어서 자전거를 타고 가기로 했습니다. 깔끔하게 정장을 입고 가는게 도리였지만 화창한 봄날씨의 유혹이 너무 컸기에 마음을 바꾸어먹었습니다. 아웃도어 바지에다가 바람막이 정도를 입고 가기로 한 것이죠.
나는 동경대로 가는 중입니다. 동경대학교라고 함은 일본이 자랑하는 세계적인 명문대학이 아니고 경주에 있는 동국대학교를 말합니다. 동국대학교 경주캠퍼스 정도로 생각하면 틀림없습니다.
형산강 건너편에 대학교 캠퍼스가 보입니다. 오늘(2011년 4월 25일, 월요일)은 그곳에서 특강을 해야합니다. 청년들에게 더 너른 세상을 알게하고 용기를 가질 수 있도록 북돋워주는 내용으로 이야기를 하는 것이죠. 배낭여행을 통한 세상공부라고나 할까요?
사실 상아탑 속에서의 강의는 제 필생의 꿈이자 희망이었습니다. 고등학교때부터 꿈꾸어왔던 것이지만 어찌어찌하다가 인생이 이렇게 오그라들고 말았습니다. 제 스스로 제 인생을 평가하자면 실패한 인생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대학교로 향하는 다리 위에서 사방 경치를 살폈습니다. 온 천지에는 푸릇푸릇한 기운이 가득합니다.
공부라고 하는 것이 때가 있는 법인데 뒤늦게 깨달아 땅을 치고 후회를 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강변으로 난 철로를 따라 기차가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인생이란 것은 마치 고속열차 안에서 밖을 볼때 경치들이 뒤로 밀려가듯이 빠르게 스쳐지나치는 허상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그러니 더 후회하지 않도록 열심히 살아야 하는 것인데 학창시절에는 그런 것을 잘 몰랐습니다. 나는 한참동안 난간에 기대서서 여러가지 생각에 잠겼었습니다. 그러다가 나는 화들짝 놀라며 상념의 세계에서 빠져나왔습니다. 오후 3시에 강의가 시작된다고 했으니 서둘러야 했던 것이죠.
대학은 언제봐도 좋습니다. 풋풋함과 건강함과 밝음이 가득한 곳이 대학이라는 곳입니다. 나는 강의실을 찾아갔습니다. 시간이 되어 강의실 안으로 들어섰더니 건강한 웃음소리들이 가득했습니다.
집에 와서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들 대학생들에게는 참으로 귀한 시간일진대 저같은 어리바리가 함부로 귀한 시간을 뺐었다는데까지 생각이 미치자 부끄럽기 그지 없었습니다. 나에게 주어진 80분이라는 시간이 정말 빠르게 흘러갔습니다.
강의를 끝내고 교수님께 인사를 드리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하염없이 허무하게만 흘러보냈던 젊었던 날들이 눈앞을 맴돌다가 사라지는듯 했습니다.
학문의 세계에 빠져 살고 싶었던 꿈은 이제 다 헛것이 되었습니다.
허공으로 날아가버린 헛꿈이 된 것이죠.
나는 저녁 약속장소로 옮겨가기 위해 자전거를 타고 캠퍼스 밖으로 내달렸습니다. 남은 시간이라도더 알차게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말입니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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