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잘 신고 다녔던 실내화가 드디어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 녀석은 도대체 나를 위해 몇년간 봉사를 한 것일까?
앞부분이 터지는 것과 동시에 바닥도 완전히 갈라지고 말았다. 예전에 실내화 한켤레로 한 9년 정도 신어본 적이 있다. 완전히 바닥이 닳아서 미끄러질 정도가 되었었다. 실제로 몇번은 넘어지기도 했다.
신기료 장사에게 가져가도 되지만 그냥 간단하게 실과 바늘로 꿰매어 신기로 했다.
아이들 앞이었지만 뭐 어떠랴? 물자절약을 위해 모범을 보이는 것인데..... 하지만 그것은 내생각이고..... 아이들 눈에는 구두쇠 선생이 지독한 궁상을 떠는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다.
그렇더라도 나는 기어이 수선하고 만다. 내 사는 방식은 항상 그렇다. 실내화 한켤레도 재활용하면 자원이지만 버리면 그 순간부터는 환경을 오염시키는 쓰레기가 된다. 나 자신과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떠는 궁상이지만 누가 그것을 알아주랴? 아니, 알아주지 않아도 아무런 관계가 없다.
이 아이들의 선한 눈망울을 생각하면, 살아갈 앞날을 생각하면
내가 좀 망가진들 어떠랴 싶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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