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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야생화, 맛/경주를 이렇게이렇게 For Gyeong Ju

아름다운 커피가게

by 깜쌤 2011. 4. 24.

 

 

 

자잘한 아름다움이 소복이 모이면 전체가 아름다워지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덩어리 큰 건축물 하나만 아름답고 주위가 그렇지 못하다면 그 아름다움은 빛을 잃고 마는 것 아니겠습니까? 주위환경 모두가 다 아기자기함으로 가득 덮힌 곳이 없을까요? 당연히 지구위에는 그런 곳이 엄청 많습니다.

 

 

우리나라를 대표한다는 고적도시인 경주에는요? 글쎄라고 말하고 싶은게 솔직한 심정입니다. 바로 그게 문제입니다. 경주의 약점은 그런데 있습니다. 고적지를 깨끗하게 가꾸어 두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사람이 생활하는 거주 공간을 아름답게 꾸미는 것은 한두사람의 힘만으로 되는게 아닙니다. 사는 사람 모두가 다 함께 깨달아서 같이 가꾸어나갈 때나 가능한 일입니다. 

 

나는 요즘 들어 교촌에 자주 갑니다. 반월성과 계림 남쪽, 남천가에 자리잡은 작은 기와집 동네가 바로 교촌이지요. 교촌(校村)이라함은 향교(鄕校)가 있는 마을이라는 뜻입니다. 실제로 경주향교가 교촌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계림에서 경주항교로 가는 길>

 

향교는 고려나 조선시대때는 지방에서 학교 역할을 했습니다. DAUM사전에서는 향교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습니다.

 

향교 : 고려·조선 시대에, 지방에 있던 문묘(文廟)와 그에 속한 관립(官立) 학교. 중앙의 사부 학당과 같은 역할을 하였으며, 조선 중기 이후 서원(書院)이 발달하자 기능이 약화되었다.

 

 

 

교촌에는 경주향교뿐만 아니라 최부자집 고택같은 의미있는 집들이 남아있습니다. 경주에서 가장 경주다운 모습을 볼 수 있는 작은 마을이라고 보면 됩니다. 안동의 하회마을이나 영주의 무섬마을 같은 전통이 넘치는 한옥동네를 경주시내에서 찾아보기는 이제는 어렵게 되었습니다. 시내를 벗어나서 포항가는 길에 있는 양동마을에 가면 한옥과 초가들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천마총이 있는 황남동과 사정동 주위에도 한옥들이 모여있지만 그 동네는 1960년대와 7,80년대에 지어진 집들이 대부분입니다. 앞으로 한 오십여년만 지나면 멋진 문화유산이 되겠지요.

나는 최근들어 최부자집 부근에서 참한 가게를 하나 발견했습니다. 커피가게입니다. 한옥촌에 무슨 커피가게냐고 반문할 분도 있겠습니다만 이런 가게들이 하나씩 눈에 뜨인다는 것은 참으로 바람직한 변화의 한 모습이라고 생각되기도 합니다.

 

 

 

커피가게 앞은 요석궁이라는 한정식집입니다. 최씨가문에 전해져오는 전통 음식을 내어놓은 곳으로 알려진 곳인데 음식의 맛과 질에 관해서는 다양한 견해가 있으므로 제가 섣불리 이야기할 처지가 못됩니다.

 

 

나는 그 작은 커피가게를 보면서 일본 쿄토시내 '철학의 길'가에 있던 아담한 가게들을 떠올렸습니다. 교토 사람들의 특징이 아담하고 아기자기한 것을 좋아한다고 들었습니다만 마찬가지로 한국적인 아름다움은 거창한 것에 있지 않았을 것입니다. 사실 말이지 유물이나 유적의 규모만을 놓고 비교한다면 우리가 중국과 경쟁한다는 것은 절대무리일 것입니다.

 

 

경복궁은 경복궁 나름대로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는 것이지 그걸 가지고 베이징의 자금성과 비교해서 볼게 없다는 식으로 매도하는 것은 지극히 어리석다는 말입니다. 우리나라의 산하는 지구촌 어디에 내어놓아도 지지않는 아름다움으로 가득합니다.

 

 

 

문제는 우리가 그동안 너무 외형만을 지나치게 추구해왔다는 것입니다. 이젠 내실을 따져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나는 경주 시가지가 지나치게 서구화되어 아무 특징이 없는 것을 보며 늘 안타깝게 여겨왔습니다. 대한민국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가게가 즐비한 곳이라면 들어갈 볼 매력을 느끼지 못합니다. 경주는 경주다워야 함에도 불구하고 아무 특징없는 시가지를 만들어왔다는게 문제라는 말이죠.

 

 

일본 쿄토에서 발견한 작은 찻집입니다. 물론 '철학의 길'에서 찾은 가게입니다. 일본다운 가게는 이런 모습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다면 경주에는 경주다운 가게, 한국적인 가게가 가득해야하지 않을까요? 

 

 

가게주인의 안목이 놀랍습니다. 깜찍하게 꾸며놓은 가게를 보면 커피맛을 어떨지 짐작이 갑니다. 커피매니아가 아닌 다음에야 커피를 분위기로 마시지 어디 맛만 따져가며 마시겠습니까?

 

 

 

 

당연히 나는 한잔을 청해서 마셨습니다. 사실 커피맛을 제가 얼마나 알겠습니까? 달달하지 않은 원두커피가 그리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못하는 것은 제 수준의 문제이기도 합니다만 나는 가게의 아름다움을 살피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며칠 간격을 두고 이 부근에 몇번이나 찾아갔었습니다. 갈때마다 무엇이 달라지고 있을까를 생각하며 찾아간 것이었죠. 작은 공간을 잘 사용한 주인의 센스가 놀랍습니다.

 

 

약간은 서구적인 냄새가 나기도 합니다만 나쁘지 않아보였습니다. 깔끔하고 예쁜 가게에 손님이 차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아, 위치가 궁금하시다고요? 아래 지도를 참고로 하시기 바랍니다.

 

 

 

 

                     더큰 지도로 상세히 확인하고 싶다면 큰지도 보기를 눌러보기 바랍니다.

 

 

 

나는 경주에 이런 가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아름다운 가게 콘테스트를 열어 당선된 가게에는 행정적인 지원과 작은 세금 혜택만 주어도 될 것을...... 싱가포르에서는 흔한 일인데 말이죠.

 

 

너무 거창한 것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작은 것부터 바꾸어나가는 지혜가 필요할 때입니다. 조금씩 조금씩 바뀌다가 보면 시가지 전체모습이 변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입니다.

 

 

형편이 되면 다시 찾아가서 차 한잔을 마시고 싶습니다.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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