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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실나이

by 깜쌤 2011. 4. 17.

 나는 조명이 어두컴컴한 가게는 가능한 한 들어가지 않는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 그건 마치 두루말이 화장지를 식탁위에 내어놓는 음식점에는 잘 가지 않는다는 기준과 같다. 음식점에서 화장실용 두루말이 화장지를 내어놓는것은 주인의 품격이 어떻다는 것을 말해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는 경주시내 상가가 현재 모습처럼 가서는 아무런 희망이 없다는 것을 느끼며 사는 사람이다. 내가 잘나서가 아니라 다운타운의 상가 모습들이 고적도시 경주의 이미지와는 너무 걸맞지 않는다고 보기 때문이다. 

 

얼마전 나는 너무나 멋진 외양을 가진 가게 하나를 발견했다. 수수하면서도 기품이 넘치는, 그러면서도 묘한 매력이 있는 가게를 찾아내고는 탄성을 질렀다. 그렇다. 저런 모습의 가게가 경주시가지에 필요하다며 무릎을 쳤다.

 

 

돌실나이! 말이 참 가슴에 와닿았다. 그러면서도 무슨 뜻일까 한참을 고민했다. 내 어설픈 실력으로는 도저히 알길이 없었다. 홈페이지 주소를 찾아가 보았다. 글의 출처는 아래와 같다.

 

                             http://www.dolsilnai.co.kr/company/summary.asp

 

브랜드의 어원은 전남 곡성의 석곡 마을에서 나는 최상의 특산품인 삼베의 이름, 또는 그 삼베를 만드는 기술인 <돌실나이>로서, 석곡의 토박이 이름인 '돌실'과 '만들다''짓다'의 옛 표현인 '나이'가 합쳐진 말입니다.


현재의 우리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이름이지만, 실제로 곡성에는 돌실나이가 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삼베 짜는 기술이 전수되고 있습니다. 우리 옷 문화에 대한 전통을 만들고 이어가는 분들에 대한 경외감으로 그들처럼 되고 싶다는 바람을 담아 회사 이름을 지었습니다.

 

 

 

나는 가게 안으로 들어가보았다. 생활한복을 위주로 한 가게였다. 평소 내가 생각하던 그런 단아한 모습이 마음에 참 많이 와닿았다.

 

 

그동안 나는 생활한복을 자주 입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실천하지 못했었다. 옷값이 너무 비쌌기 때문이다. 여기 들어와서 보고는 그런 통념을 깰 수 있었다. 돌실나이 제품이 추구하는 것이 무엇일까 싶어 홈페이지를 방문해보았다. 다시 회사 홈페이에 올려진 글을 소개해보자.

 

서민적 전통 의상에서 보여졌던 소박한 아름다움이 묻어나는 제품으로 순면 소재 또는 피그먼트 염색이 대표적 특징입니다. 편안한 일상복으로 제안되며, 현대인들의 명상복으로도 많은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명절과 좋은 날에 입기에 적합한 제품입니다. 둥근깃, 목판깃, 당코깃, 배자깃 등 전통 한복의 깃 모양을 지키고 자수와 장식기법 역시 전통의 예를 뒤따르되 활동하는 데의 불편함을 덜기 위한 실용성과 기능성을 더하였습니다.

 

 

 

 

양장에 근접하는 과감한 실루엣 등 현대 의상에서 유행하는 요소들이 반영이 되지만 궁극적으로는 한복의 이미지를 연상키는 제품입니다. 현대 의상 디자이너들이 시도했던 한국적 패션과도 맥락이 닿아있는 이 파트는 최근에 그 영역이 커지면서 기존의 생활한복의 고정관념에서도 진화(현대화)되어 있다 할 수 있습니다.

 

글의 출처 : http://www.dolsilnai.co.kr/company/summary.asp

 

 

 

이제 대강 이해가 되었다. 내가 생각하던 것과 거의 비슷하다. 처음 받은 인상과도 거의 부합한다. 한 십여년 전이던가? 중국의 고대도시 낙양(洛陽 뤄양)의 용문석굴을 갔을때의 일이다. 나는 거기에서 아주 세련된 평상복 차림을 한 사람들을 만났다. 한눈에 봐도 프랑스인들이었다. 프랑스인들이 좋아하는 색깔과 스타일을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에 프랑스인일 것이라고 짐작을 했다.  

 

 

내가 저 사람들은 프랑스인들이라고 단정을 하자 같이 간 일행은 도저히 믿지 못하는 표정들이었다. 결국 내기가 벌어졌고 나는 거뜬히 승리했던 것이다. 나는 돌실나이 가게에서 그런 느낌을 받았다. 우리 한국인의 심성에 와닿는 한국적인 스타일과 색깔을 느낀 것이다.

 

 

기꺼이 사진촬영을 하도록 허락해주신 사장님 내외분도 아주 수더분하셨다. 모난데가 없는 부드러운 심성을 가진 분들 같았다.

 

 

어제 오늘은 한복입은 분이 한국 유수의 특급호텔에서 수모를 당했다는 이야기가 화젯거리가 되었다. 나름대로의 사연과 곡절이 있었겠지만 한복입은 사람이 푸대접 받는다는 것은 이해가 안된다. 외출복이나 의례용 차림으로도 훌륭하거니와 개량한복은 생활복으로서도 좋은 기능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오늘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어떤 가게의 선전이 아니라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가진 이런 가게들이 <금관총 가는 거리>에 가득했으면 좋겠다는 거다. 이 길이 '경주의 인사동'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 간절하다. 경주시에서는 그런 목표를 가지고 거리 개량작업을 하는 중이다.

 

 

금관총 가는 길(거리)은 봉황로로 알려진 길이기도 하다. 가게의 위치는 아래 그림지도와 같다.그림 지도의 출처는 회사 홈페이지다.  

 

 

지금까지 내가 본 최고의 가게들은 그리스 에게해의 산토리니섬이었다고 기억한다. 이탈리아 로마의 스페인 광장 앞으로 펼쳐진 명품거리의 데코레이션도 좋았지만 내 눈에는 그렇게 비쳤다는 말이다.

 

 

이런 아름다운 가게들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 거리 전체가 이런 식이라면 얼마나 좋겠는가 말이다.

 

 

나는 여기에서 품격(品格)을 느꼈다. 귀한 차를 마신 뒤 언제까지나 입속에서 맴도는 향그러움을 느낀 것과 같은 기분이 되었다. 

 

 

비싼만큼 값을 한다고 하지만 꼭 가격이 다 말하는 것은 아니다. 몇년전에  비교적 괜찮다고 하는 브랜드를 가진 상의를 하나 구한 적이 있었다. 한두번 입어보고 나서는 이건 아니다라는 느낌때문에 별로 입지도 않는 옷이 되어버렸다.

 

 

이 회사의 제품 수준이 어떤지는 모른다. 하지만 나는 이번 방문을 계기로 집에 걸쳐두었던 생할한복을 다시 한번 더 돌아보게 된것은 확실하다.

 

 

아무쪼록 모든 분들에게 사랑받는 귀한 가게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 거리를 대표하는 아름다운 가게로 자리매김해서 명품가게로 소문났으면 좋겠다. 칼국수집의 외양도 이정도면 훌륭하지 않을까? 경주에 아름다운 매장들이 즐비한 그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