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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야생화, 맛/야생화와 분재사랑 Wildlife Flower

자두

by 깜쌤 2011. 4. 18.

분재원에 가보았습니다. 제가 자주가는 곳이죠. 한솔분재원이라는 곳입니다. 분재용 묘목들이 즐비한 밭 한가운데 자두나무 두그루가 꽃을 활짝 피웠습니다. 중국과 한국에서 다같이 5대 성씨 안에 들어가는 성씨로 이씨가 있습니다. 이씨를 한자로 李라고 쓰지 않습니까? 李라는 글자가 바로 오얏을 의미합니다. 오얏은 자두의 순수한 우리말로 알려져 있습니다. 자두라는 말은 자주빛이 나는 복숭아라는 뜻의 자도(紫桃)가 변해서 된 말로 알려지고 있고요.

 

 

'참외 밭에서는 신을 고쳐 신지 말고, 오얏나무 밑에서는 갓끈을 바로잡지 말라'든가 '오얏나무 아래서는 갓끈을 바로하지 않으며 외밭에서는 신들메를 고치치 않는다'와 같은 속담에 등장하는 오얏이 바로 자두를 의미하는 것이죠. 이하부정관(李下不正冠)라고 할때의 '이'가 바로 오얏나무를 의미합니다.

 

 

자두의 원산지는 중국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중국에서는 대추, 밤, 감, 배와 더불어 다섯가지의 중요한 과일로 여겨왔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신라시대때부터 재배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널리 알려진 이야기 가운데 신라 말기 풍수지리로 유명했던 도선(道詵)이 쓴 비기(秘記)에 이르기를 “고려 왕(王)씨에 이어 이(李)씨가 한양에 도읍 한다” 고 예언했다고 하지 않습니까?

 

 

지금 제가 서서 오얏꽃을 구경하고 있는 장소 부근에 신라시대때의 유명한 절이었던 호원사 터가 있습니다. 참 공교로운 일이기도 합니다. 호원사에 얽힌 이야기는 삼국유사에도 등장합니다.

 

 

고려의 왕씨 조정은 옛 한양에 벌리목사(伐李牧使)를 두어서 지금의 북한산 인근에 오얏을 심고는 나무가 무성하게 자라면 찍어없애는 방법으로 이씨가 흥하지 못하도록 했다고 전해집니다. 

 

 


도가사상을 창시한 것으로 전해지는 노자의 이름이 이이(李耳)입니다. 전해오는 이야기에 의하면 노자의 어머니가 오얏나무의 기를 받아서 노자를 낳았기에 성을 이씨로 삼았다는 식의 이야기가 있을 정도입니다. 

 

 

제 기억에는 잘나지 않지만 옛날에는 제사를 지낼 때에도 자두가 쓰였던가 봅니다. 오얏꽃은 제가 보기에도 색깔이 조금 독특합니다. 멀리서 보면 녹색이 조금 섞인듯한 흰색을 띄는 것처럼 보입니다. 꽃이 피는 시기에 새싹이 함께 돋아나기 때문에 그렇게 보이는듯 합니다. 

 

 

옛날에 먹어본 자두는 알이 작았습니다만 요즘은 제법 열매가 크더군요. 재래종은 맛도 아주 새큼해서 자두 이야기만 해도 입안에 침이 고일 정도였습니다만 지금은 맛과 향이 뛰어납니다. 작년에 의성에서 생산된 자두를 한상자 얻어서 먹어본 기억이 나는데 정말 일품이었습니다.

 

 

자두나무를 베어서 놓아두면 자두향이 난다고 합니다. 물론 나무 색깔도 자두처럼 자주색을 띈다고 하니 신기할 뿐입니다. 대추나무는 잘익은 대추처럼 붉은 색을 나타내니 나무 색깔은 열매색깔과 관계있는 것일까요?

 

 

 

 

경상도 일부지방에서는 자두열매를 애추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어떤 곳에서는 추리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이제는 거의 사라진 말 같습니다.

 

 

 

자두꽃이 필때 벚꽃도 같이 피었습니다. 확실히 봄입니다. 괜히 침이 고이는 봄날 오후였습니다.

 

 

 

푸르뎅뎅하기만 했던 덜익은 자두 생각이 간절합니다. 먹을 것이 귀했던 시절, 그것도 먹을 것이라고 기를 쓰면서 따먹으러 다녔던 날들이 어제 같습니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