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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야생화, 맛/야생화와 분재사랑 Wildlife Flower

그 고귀한 것들이 사라져간다

by 깜쌤 2011. 1. 23.

 

일단 시내에서 버스를 타고 KTX 신경주역으로 향했다. 오늘은 거기서부터 시작할 생각이다. 신경주역에서 내려 역바깥으로 나갔다.

 

 

고속철도 공사와 도로 공사때문에 내가 알고있는 몇군데의 춘란 서식지가 완전하게 파괴된 것이 너무 마음아팠다. 춘란을 캐내가면 무슨 큰돈이나 되는듯이 여기는 황금에 눈이 먼 산채꾼들과 마을사람들 때문에 야산에서 찾아보기가 어렵게 된 이 현실이 우습기조차 하다.

 

   

역건물 바로 뒤, 남쪽으로는 폐교가 된 학교가 하나 터잡고 있다.

 

 

예전에는 여기에 화천초등학교가 문을 열고 있었다. 아이들이 줄어들면서 경주초등학교 화천분교가 되더니만 이젠 아주 폐교가 되고 말았다.

 

 

구제역이 아직도 맹위를 떨치고 있는 중이어서 시골마을로 들어서는게 부담스러웠다.

 

 

나는 서둘러 동네를 지났다.

 

 

주인이 떠나고 없는 집일까? 이 골짜기에도 투기 광풍이 몇번이나 훑고 지나갔었다.

 

 

 

사진의 출처는 다음 자연박물관이다. 사진 속에도 주소가 나타나 있으니 참고로 하기 바란다. 오늘 내가 찾아보고자 하는 것은 춘란이다. 보춘화라고도 부르고 곳에 따라서는 꿩밥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한국춘란 꽃을 한번이라도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난꽃에는 함부로 범접할 수 없는 귀티와 우아한 기품이 스며들어 있다. 그러길래 사람들이 수집에 열을 올리는 모양이다. 위 사진에서 보는 꽃은 춘란 소심에 해당한다. 소심은 혀에 점이 없는 것을 의미한다.

 

 

나는 한 십오여년 전에 중국춘란 수집에 열을 올렸다. 족보가 있는 중국춘란을 한 70여 화분 정도 가지고 있었으니 꽤나 많은 돈을 투자했던 셈이다. 한국춘란의 동해안 자생지의 한계는 포항정도로 여겼지만 최근에는 북상하는 기색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산수유나무가 우거져 있었다. 나는 골짜기로 들어갔다. 혹시 이사진을 보고 서식지를 유추해내는 사람이 있을까 싶어서 힌트가 될만한 사진은 올리지 않는다.

 

 

오래묵은 토종 뽕나무를 만난 것은 행운이라고 해야할 것이다.

 

 

 

처음에 이 골짜기에는 난이 지천으로 깔렸었다. 그런데 어떻게 알았는지 산채꾼들이 몰려들어 작은 것까지도 모조리 다 캐가고말았으니 지금은 남아있는게 거의 없다. 산짐승들의 배설물이 보였다.

 

 

어쩌다가 간간이 남아있는 것은 아주 어린 녀석들이다.

 

 

간신히 남아있는 몇포기를 살펴보다가 그만 울화통이 치밀어 오르고 말았다.

 

 

뭐하나 남아나는게 없다. 한때는 산골 아주머니들까지 동원해서 채집을 하기도 했으니 어이가 없다. 석굴암 매표소 입구 난전에서 보춘화를 파는 시절이 있었으니 말 다했다.  

 

 

춘란도 그냥 야생화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 왜 그렇게 마구잡이로 훑어가는가 말이다.

 

 

지금은 타계하고 없는 어떤 대통령도 춘란 귀품들을 많이 가지고 있었다는 소문이 나있는 것을 보면 알쪼다.

 

 

산정상부근에서 개를 만났다. 자세히 보니 사냥개였는데 개 주인의 배낭에 보춘화가 들어있었다. 보춘화의 서식 상태를 이야기하고 자제하도록 당부를 했다. 개주인은 몇번이나 죄송하다고 말하면서 사라져갔다. 

 

 

그들을 보내놓고 산을 내려가다가 최근 몇년 사이에 내가 만났던 개체중에서는 가장 잎수가 많은 춘란 포기를 만났다.

 

 

사방을 차근차근 훑어보았더니 그 귀한 춘란들이 여기저기 자라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하지만 언제 산채꾼의 손아귀에 걸려 사라져갈지......

 

 

나는 부근의 가랑잎을 모아서 살짝 가려주었다. 이 사진을 자세히 보면 줄기 밑에 작년에 피었다가 말라서 떨어진 꽃이 보일 것이다.

 

 

종자라도 남겼는지 모르겠다. 마른 꽃이 보이는가?

 

 

올해는 겨울가뭄이 심했다. 단한번 내린 눈이 온산을 덮기도 했었으니 노루가 꿩이나 토끼들이 먹이 구하는 것 자체가 힘들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초잎들이 온전한채로 남아있는 것을 보면 초식동물들의 개체가 확 줄어든 것이 아닐까?

 

 

골짜기에 물흐름이 멈췄으니 야생동물이 어디에서 물을 찾는지도 걱정이다.

 

 

이골짜기 저골짜기를 헤매다가 엉뚱한 곳으로 내려오고 말았다.

 

 

그나마 몇포기라도 구경을 했으니 위안이 되었다. 제발 이제는 그만 캐가기 바란다. 우리의 자손들도 야생상태의 춘란을 찾아볼 수 있도록 남겨두자는 이야기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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