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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초등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 인생 - 그리 허무한게 아니었어요. 살만했어요
경주, 야생화, 맛/경주 돌아보기 Gyeong Ju 1 (完)

설국(雪國)에 살아보았다

by 깜쌤 2011. 2. 15.

 

 

 

 

 

 

 

새벽엔 그리 심하게 퍼붓지도 않았다. 

5시경엔 도로를 살짝 덮었기에

자전거를 타고 새벽나들이를 즐겼다.

 

시내로 나갈때 한번, 집에 올때 한번,

그렇게 두번씩이나 눈구덩이 속에 쳐박히고 말았다.

  

 

 

 

출근길엔 제법 경치가 좋았다.

즐기면서 걸었으니까.....

 

 

 

 

 

퇴근할때쯤엔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오늘은 일찍 퇴근을 해도 좋다고 했지만

그래도 선생이 그러면 어떻게 하나 싶어서

퇴근시간이 될때까지 근무를 한 뒤 걸어서 집으로 행했다.

 

 

 

 

 

눈이 발목까지 푹푹 빠졌다.

아침엔 모두 다섯번이나 미끄러졌지만 퇴근시에는

한번 미끄러지는 것으로 만족했다.

 

 

 

 

그런데 눈이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경주에 살면서 이런 일은 처음 겪어보는지라

그래도 즐거운 마음으로 사진기를 꺼내들었다.

 

 

 

 

이 건물은 벚꽃이 피면 더 아름다운 곳이다.

오늘은 눈꽃천지다.

 

 

 

 

어린이집 선생님들이 퇴근을 하는 모양이다.

전선이 눈에 거슬렸다.

 

 

 

 

소금강산 앞쪽으로 눈보라가

제법 세게 흩뿌렸다.

 

 

 

 

도로를 건너고나자 길이 보이지 않았다.

잔디밭에 들어서니 정강이까지 눈에 빠졌다.

 

 

 

 

이젠 차들이 눈에 묻혀가기 시작한다.

어라?

이게 아닌데.....

 

 

 

 

그래도 아이들은 즐거웠던가보다.

언제 그랬는지 고분 위에는 미끄럼을 탄 흔적이 고스란히 남았다.

 

 

 

 

 

살다가 살다가 이런 날은 처음 만나본다.

 

 

 

 

우리집 아이들이 다닌 학교도 오늘따라

눈속에 빠져있다.

 

 

 

 

이제 일을 마치고 퇴근길에 오른 선생님이실까?

왜 그런지 쓸쓸하게 보였다.

 

 

 

 

 

학교 운동장엔 아이들 콧배기도

보이지 않았다.

 

 

 

 

아이들 함성을 먹고 자라는 나뭇가지마다

오늘은 눈이 소복하게 얹혔다.

 

 

 

 

눈밭을 가르고 철길은 마냥 그대로 뻗었는데......

 

 

 

 

나만의 공간인 서재로 올라가는 계단은 눈속에 파묻혀

내 발길을 거부하고 있었다.

 

 

나는 오늘 하루 설국(雪國)에 살면서

'눈폭탄'이라는 말을 실감했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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