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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야생화, 맛/경주 돌아보기 Gyeong Ju 1 (完)

메주가 가득한 집 1

by 깜쌤 2011. 2. 14.

경주남산에 올라 서쪽을 바라보면 골짜기 사이로 너른 평야가 보인다. 거기가 이조들이다. 이라는 말은 다 알지싶다. 벌판이라는 뜻이다.

 

  이조들이 있는 경주시 내남면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용산서원에 들렀다. 공교롭게도 서원옆에는 음식점이 붙어 있어서 음식점 구경을 먼저하게 되었다.

 

  

 담바깥에서 장작을 패는 일을 하고 계시는 분이 주인이셨다. 구경을 해도 좋다는 허락을 얻고 마당으로 들어가보았다. 수리뫼식당은 아는 사람들에게는 제법 알려진 곳이다. 주인 아주머니께서 전통 음식을 아주 잘 하신다는 소문만 들은 이집 음식이지만 아직 맛보지 못한터라 이글 속에서는 음식점의 바깥 분위기만 전하는 정도로 끝내고자 한다. 

 

 

기와장에다 음식점 이름을 새겼다. 라는 말은 한자로 쓰면 산(山)이 된다. 수리는 한자로 쓰면 여러가지 모습으로 나타나지만 순우리말로 나타내면 하늘을 나는 새종류 가운데 하나인 수리 정도가 될 것이다. 독수리, 참수리, 물수리라고 할때 쓰는 수리가 아닐까 싶다.

 

 

조금 더 안으로 들어가보면 장독대에 가지런히 정리된 장독들이 즐비하다. 거의 다 옹기같았다. 전통음식을 만드는데는 옹기로 만든 장독에 보관된 식재료가 최고다.

 

 

주인어른이 잠시 일을 쉬는 모양이었다. 참나무 장작이 보인다. 참 오랫만에 보는 모습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내가 도끼질을 안한지도 제법 오래 되었다.  

 

 

아마 손님을 보시는 건물이리라. 처마밑에는 메주가 주렁주렁 열렸다. 메주가 저절로 열리는 법은 없으니 안주인이 정성껏 빚어 달아놓은 모양이다.

 

 

내가 여자라면 이런 장독대를 가지는 것을 소원으로 삼을 게 틀림없다. 어쩌다가 남자로 태어났으니 떠돌아다니기를 좋아하게 되었다. 오늘도 나는 자전거를 타고 시내에서 여기까지 나온 것이다.

 

 

옛날에는 집집마다 장독대가 있었다. 아파트가 거주공간의 대표가 되면서 장독대 문화가 거의 다 사라지고 말았다.

 

 

메주도 그렇다. 메주를 만들어야 된장도 만들고 간장도 만들어내는 것이지만 이젠 모두 다 돈주고 사먹는 식재료가 되고 말았다. 집집마다 장맛이 달랐기 때문에 음식맛이 모두들 다르게 나타나는 원인이 된 물건이었는데......  

 

 

메주를 만들어서는 반드시 짚으로 둘러서 매달아야한다. 짚과 콩이 만나야 발효를 촉진하는 특수 곰팡이가 만들어진다고 하던데......

 

 

메주콩을 삶는 날은 마을에만 들어서면 콩을 삶는 구수한 냄새가 그득했었다. 삶은 콩을 꾸역꾸역 집어먹고나면 목이 메이는 법이다. 그러면 저절로 물을 찾게 되고 결국 저녁부터 설사를 시작하는 게 기본공식이었다.  

 

 

음식점 입구에 대형관광버스가 서있었다. 자세히 보니 일본인 관광객이 타고온 버스였다. 외국인들의 체험공간으로 이 음식점이 각광을 받는 모양이다.

 

 

나는 안뜰로 들어섰다. 전형적인 양반 집이다.

 

 

 벽에는 키가 걸려있었다. 키를 본게 얼마만인가? 아침 저녁으로 밥을 짓기 위해 쌀이나 보리를 키에 넣고 까부르던 어머니 모습이 생각난다. 키를 들고 아래위로 흔드는 키질을 하면 키위(과일 이름이 아니다)에서 쌀알들이 까르르 까르르 흘러내리며 돌과 쭉정이와 쌀알이 분리가 되었다.

 

까분다는 말은 그렇게 해서 생긴 것으로 짐작되는데 요즘은 행동이 경망스럽거나 잔망스럽게 놀면 그저 까분다고 한다. 학교에서 싸움질을 한 아이들을 데려와서 원인을 물어보면 거의 다 상대방이 자기에게 먼저 까불어댔기 때문이라고 변명을 한다.

 

   

이건 얼레다. 얼레를 DAUM 사전에서 찾아보았더니 이렇게 되어 있었다.

 

연줄, 낚싯줄 따위를 감는 데 쓰는 기구. 나무 기둥의 설주를 두 개나 네 개 또는 여섯 개로 짜서 맞추고 가운데에 자루를 박아 만든다.

 

연날리기에 필수인 도구이지만 어릴땐 얼레도 없이 그냥 연을 날렸다.

 

 

이집에는 구경할게 많다. 여기가 음식을 조리하는 곳인가보다.

 

 

음식으로 사람을 살린다는 뜻일까? 그런 의미를 담은 공간인 모양이다. 그렇다. 음식을 통해 사람을 살린다는 것, 얼마나 멋진 생각인가?

 

 

소쿠리도 보인다. 짚으로 만든 왼쪽의 도구는 삼태기라고 해도 될까? 이제는 우리들 주변에서 하나둘씩 사라져 가는 물건들이다. 우리 세대가 사라지면 저런 물건들은 잊혀지고 말리라.

 

 

가마솥이 보였다. 나는 갑자기 어린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 되었다.

 

 

방안에서는 일본말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멋진 아이디어다. 일본인들로 하여금 우리 전통음식문화를 맛보게 하는 것 말이다.

 

 

신발을 돌려놓은 것으로 보아 일본식으로 정리한 것 같다. 마루밑에는 월동용 장작이 그득했다.

 

 

회를 바른 벽면과 천장이 단아한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나는 이런 아름다움에 넋을 놓는 사람이다.

 

 

보통 집에는 댓돌을 쓰는데 이집에서는 통나무를 깎아서 댓돌 대신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나는 집안을 찬찬히 둘러보았다. 음식을 나르던 종업원과 눈이 마주쳤다.

 

 

이런 집을 하나 가지고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내가 꿈꾸는 외국인 전용 게스트하우스를 해볼만 하다.

 

 

별채 뒤로 서원으로 통하는 문이 보였다.

 

 

치자열매인 모양이다. 다음 사전으로 검색을 해본 결과는 바로 밑에 있다.

 

치자 : 꼭두서닛과의 상록 활엽 관목. 높이는 1~4미터이며, 잎은 마주나고 긴 타원형이다. 6월에 흰 꽃이 하나씩 가지 끝에 피고 열매는 긴 타원형의 삭과(蒴果)로 9월에 익는다. 열매는 이뇨제 또는 주홍색 물감으로 쓴다. 한국 중부 이남, 일본, 중국, 대만 등지에 분포한다.

 

치자 열매를 곱게 갈아서 전을 부칠때 밀가루에 넣으면 색깔이 노릇노릇해진다.  음식을 만들때 인공색소를 쓰는 것보다 이런 천연재료를 쓰면 얼마나 좋을까?

 

 

찬찬히 살펴보니 방마다 이름이 붙어있었다. 나는 오늘 제법 멋있는 구경을 하는 셈이다. 이런 날은 살맛이 나는 날이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