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집에서 풍경을 보는 것은 너무 오랫만이다. 어떤 사람들은 바람종이니 풍령이니 하기도 하는데 아주 드물게는 첨마라고 하기도 하는 모양이다. 소나기가 한줄기 훑고지나간 여름날 오후 방문을 다 열어놓고 듣는 풍경소리는 사람의 마음을 한없이 맑게 해준다.
방안에서는 일본말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자그마한 집은 뒷간이었다.
가지런하게 정돈된 신발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음식점의 품격을 느끼게 해준다. 아무렇게나 마구 벗어둔 신발이 가득한 집은 왜그런지 들어가기가 싫다.
이 집은 인터넷에 홈페이지가 따로있다. 안주인은 학문을 하는 분들과 교분이 많은 것 같았다.
한 2년 전이던가? 동국대에서 강의를 하시는 어떤 교수님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경주 교외를 돌다가 내남면사무소(=주민센터) 부근에 있던 식당에 들렀었다. 이집은 여기로 이사를 오기 전에는 내남면사무소 소재지 부근에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때도 전통고택에서 음식점을 하고 있었다.
나무로 만들었든 돌로 만들었든 요즘 세상에서 절구통을 찾아보는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어찌보면 제법 귀한 것이라고 본다. 빻고 찧는데는 절구만큼 유용한 것들이 또 있을까 싶다.
이집 주인은 어디에서 이런 것들을 수집하셨는지 모르겠다.
나는 무엇이든지 찬찬히 둘러보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 아무렇게나 한번 쓰윽 보고 지나치는 것은 정말 싫어한다.
기억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라도 남보다 더 세밀하게 살펴야한다. 그래도 못보고 놓치는게 많다.
마당을 중심으로 네채의 집이 둘러싸는 형식으로 지어진 집이다. 바로 옆에는 서원이 있는 것으로 보아 원래는 서원을 관리하는 분이 살기 위해 지은 건물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이 정도의 집을 가지려면 상당한 대가(大家)여야 가능했었을 것이다.
툇마루와 메주덩이들, 그리고 등잔, 나무로 만든 댓돌......
나는 세월을 거슬러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 있었다.
우리집 메주는 달아놓은지 얼마되지 않아서 모퉁이가 모두 파여있었다. 배가 고프던 시절이라 덜 단단해진 꾸덕꾸덕한 메주를 들며나며 떼어먹었기 때문이다.
뒷간이다.
외국 손님을 위해 영어로 간단히 표시해두면 좋을 것을.....
쪽문이 보였다. 서원으로 향하는 문이다. 물론 정문은 따로 있다.
이집은 곳곳에 쪽문이 존재했다. 사람의 동선을 그만큼 잘 파악하고 있다는 말이 될 것이다.
여물통을 보는 것도 오랫만의 일이다.
나는 쪽문을 향해 걸어가보았다.
그러자 간결한 모습의 서원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집구경을 하는 재미가 제법 쏠쏠했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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