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히 목련꽃망울이 부풀어오른 것 같다.
누가 뭐래도 봄은 가까이 온 것이다.
지난 겨울은 맵디매운 직장살이 같았다. (여자분들에게는 고된 시집살이 같았으리라) 요즘은 어디 쉬운 직장이 있던가?
모진 바람에 날려버린 눈쌓인 둔덕, 그게 사람살이의 흔적이다.
평생을 양지에만 살아온 사람들이 있는가하면 응달에서 버텨온 사람도 있는 법이다.
나는 내 인생을 되짚어본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나는 중심인물은 아예 되지도 못한 바깥사람이었다. 체제안에 정주하지 못하고 밖으로만 돈 주변인이었던 것이다.
적응하지 못해 빌빌거리며 어설픈 삶을 살았다.
맑음보다는 흐림이 많은 인생이었다.
떳떳함보다는 비굴함이 더 많았다.
자랑보다는 부끄러움이 더 많았고.....
기쁨보다는 슬픔이 많았다.
나는 대릉원 담옆을 따라 걷는다.
대릉원 서쪽담이라고 보면 된다.
황남동에는 기와집들이 제법 된다.
담장 바깥에서 안쪽의 옛무덤들을 살펴보았다.
이런 식으로 잘 보호되는 무덤이 있는가하면 버려진 무덤도 있다.
잊혀진 무덤은 더 많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에도 잊혀지는 것이 정상이라고 하지 않던가?
거목이 될 수 없었던 잔챙이 인생이라면 차라리 그게 편하다.
그냥 모두에게 잊혀지는 것 말이다.
그렇다. 무엇인가를 남기려는 집착, 그 자체를 버리자.
더 가지려하고 다 가지려했던 욕심은 더빨리 버리자.
그런 것들은 하늘로 날려버리자.
나는 내 인생의 그릇을 알기에 쉽게 잊혀지는게 편하다.
후세사람들이 사당까지 지어 굳이 기억해주지 못할바엔
그냥 잊혀져 버리는게 마음 편하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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