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해임시정부의 중요한 자금 조달책 가운데 한사람이었던 백산白山) 안희제(安熙濟) 선생이 경주 최부자로 소문난 최준씨를 찾아갔다. 두 분은 예전에 돈을 모아 백산상회를 설립한 적이 있었으므로 잘 아는 사이였음이 틀림없다.
어리바리한 내가 이야기를 하는 것보다 인터넷에 올라온 멋진 글을 그대로 소개하는게 낫겠다. 아래 글의 출처는 바로 아래에 올린 주소와 같다. 단 사진은 이 블로그의 주인장인 깜쌤이 찍은 것인데 이야기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하여 중간중간에 삽입하여 넣었음을 미리 밝혀둔다. 그럼 이제 훌륭한 분들의 멋진 사연을 읽어보기로 하자.
http://hantoma.hani.co.kr/board/ht_diplomacy:001044/65738
바로 아래 사진 밑으로부터는 위 주소에서 복사해온 글임을 거듭 밝혀둔다. 원래 글 쓰신 분의 뜻을 살려드리기 위해 단 한글자도 수정하지 않았다.
300년 간 10대를 내려온 만석지기 최부자집에 강도가 들었어.
곤히 잠든 최준을 시커먼 복면을 한 강도가 한손에 칼을 들고 흔들어 깨우는 게야. 부스스 일어난 강도가 돈 내놔 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 이 것재?
최부자는 대꾸 없이 강도의 행태를 이리저리 훑어보았지.
“돈 내노라카니 모하노?”
다시 재촉하는 강도를 등 뒤로 하고 최부자는 주섬주섬 뭔가를 찾더니 휙 집어던지며“이것밖에 없다”라고 했지.
강도가 주워들고 보니 땅문서거든.
“돈 달라 캤지. 땅문서 달라 캤나?”
“ 이눔아 돈없어”
“ 경주 최부자가 돈 없으면 어데 돈 있단 말이가? 땅문서 말고 돈 도”
“ 이눔아 네놈이 다 가져가서 없어”이말에 강도가 고개를 푹 숙이드래.
그리고 한숨을 푹 쉬더니“알았나?”
“알았다”
“우찌 알았노?”
“이눔아 네눔하고 아웅다웅거린것이 언제적부터이고? 글구 내가 니놈에게 뺏긴재산이 얼만지 아나? 그 어설픈 강도짓 딴데가 하지마라. 순사한테 잽혀간다.”
“그래도 이땅이 어떤땅인데 내놓노?”
“그기 마지막이다. 나도 니한테 다 털려 이자는 없다.”
강도는 복면을 벗고 땅문서를 품에 갈무리한 뒤 고개를 끄덕이고는 담장을 훌쩍 뛰어넘어갔지. 그 뒤에 대고 최부자가 혀를 끌끌 찼지.
“저런 미련한 화상 봤나. 들킨넘이 왜 담타고 가노? 대문 놔두고..”
해방이 되고 임시정부가 돌아왔지. 백범선생이 기거 하는 경교장에는 찾는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었지. 게중에는 순수한 정기를 가진 이도 많았지만 한자리 차지하려는 정치모리배와 일제에 부역하고는 선생 눈에 들어 면죄부 받고 대세에 따라 줄 서려는 자가 더 많았지.
하루는 중절모자에 번듯한 차림을 한 기품이 있는 노신사가 주춤주춤 들어왔지.
보기에도 시골에 돈 꾀나 있어 일제에 헌금내고 친일 부역하고는 친일파로 낙인찍혀 몰매 맞아 죽게 된 위인 같아.
꼴에 인사한답시고 돈 보따리 싸들고는 김구 선생헌테 면죄부나 받으려는 인사같어.
선우진 비서는 요런 인간을 맞을 때가 가장 곤욕스러운디 얼굴만 뵙게 해달라고 통사정 하는 그 위인들과 불호령이 떨어질 선생 사이에서 보통 괴로운 게 아녀.
그런데 이 위인은 다른 사람과 좀 다르긴 허네.
다른 이들은 고이 춤에서 돈이나 선물부터 먹이고 선생을 뵙자고 해서 호통치고 내쫒았는데 아무소리 않고 명함부터 내미는 게야.
그리고 억센 경상도 사투리지만 정중하게 “경주에 사는 최준이라는 사람입니더. 백범 선생님 좀 뵈러 왔습니다.” 하는 게야.
무슨 일이냐는 물음에 어둑한 표정을 짓는 것이 예상대로 일제부역자는 맞는 것 같아.
둘 사이에 잠시 침묵이 흘렀지. 머쓱해 하던 최준이라는 위인이 돌아서 가려고 하는 게야. 문득 측은한 생각이 들어 밑져야 본전인데 명함이나 전해 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구먼.
그래서 위인을 잡아 세우고 명함을 들고 선생께 전해 드렸지.
혹 불호령이 떨어질까 조마조마 했는데 그런데 웬일이래?
다른 임정요인들과 환담중이시던 선생은 명함을 받자 대뜸 일어 나셔서 버선발로 뛰어 나오시는 게야. 그리고 최준의 손을 두 손으로 꼬옥 보듬어 앉고 자신의 방으로 끌고 가시더라고. 방문객을 맞은 이래 처음 보는 광경이지. 뜻하지 않는 환대에 최준도 당황한 기색이 안연해.
둘이 들어간 방에서 잠시 시간이 흘렀지.
그리고 최준의 대성통곡 하는 소리가 터져 나온 거야. 참 이상한 일이지?
그런데 그의 통곡 소리도 이상해. 뭔 소리냐고?
“백산, 이 문둥이자슥이 이 최준이를 두 번 쥑이네...어이구 이놈아야. 미안테이.” 이랬다나?
선우진 비서가 예상했던 대로 최준이 김구선생을 뵈려 상경 한 건 친일파로 몰려 패가망신 당하는 꼴을 면해보려 정치자금이랍시고 마련 해 온 사람이었어. 경주에서 만석꾼부자래서 일본넘들 눈치에 마뜩치 않았지만 헌납도하고 그랬나 벼.
그런데 문전박대 당할까봐 머쓱했는데 예상 밖으로 환대를 받고 그 이유를 알게 되니 한사람에 대한 기억 때문이야.
그 사연이 뭔고 하니...
백산 안희제는 임시정부 자금책이었어.
백산상회라는 우리나라 최초의 무역회사를 만들었는데 그 내용은 일제의 눈을 피해 독립자금을 조달하는 역할을 했지.
백산의 땅 200마지기가 몽땅 들어갔고 백산을 통해 국내의 비밀스런 자금들이 임정 활동자금이 되었는데 그 규모가 임정 전체자금의 50%~80%였다고 해.
김구선생은 경교장에 발들이시고 제일 먼저 하신 일이 남쪽 하늘에 대고 큰절을 하셨지.
백산 안희제가 묻힌 쪽을 향해 감사의 절을 올리신 게야.
최준은 백산에게 임시정부 자금을 조달해준 물주였지. 다만 당시 상황이 대놓고 할 수 없어 백산을 대신하여 백산상회 사장으로 앉아 몰래 도와주었지.
백산도 마지막에는 면목이 없어 강도행각을 꾸민 거고..
정작 최준은 그 절반이 임정에 들어가면 다행이라고 생각 했데..
그런데 김구 선생이 보여준 장부를 보고 한 푼도 틀림이 없었다는 거야.
그래서 일제 때 애간장 태우며 한번 죽이고 친구를 의심한 자신을 또 죽였다는 게지.
백산에 대한 이야기는 너무 광범위해서 끝이 없어.
1943년 대종교를 탄압한 임오교변으로 끌려간 후유증으로 순국을 하셨지.
최준은 “경주 최부자집 300년 부의 비밀”이라는 책으로 많이 알려졌고 TV에 소개되어 많이들 알게야.
그의 재산은 그를 마지막으로 대학설립을 하는 것으로 기증되었지. 그 손자가 판사라는데 잘 하고 있는지는 잘 몰라.
다만 내가 더 어떤 위인들 보다 존경하는 분이 백산 안희제 선생인데 어제 그저께 경향신문에 소개 되었기에 이바구 함 해본 겨.
근데 그 기사도 잘못 된 것이 있어서 이 나라 역사가 큰일이라 싶더군.
첩보 이야기 임정 36호가 그거여.
건 뭔 이야기냐고?
다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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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다. 글쓰신 분의 허락없이 인용을 해서 진심으로 송구스럽기만 하다.
백산 안희제 선생과 최준 선생의 얽힌 사건의 현장이 바로 여기다. 경주시내 한가운데 자리잡고 있다. 아래의 지도를 참고하기 바란다. 큰지도보기를 누르면 더 자세히 볼 수 있을 것이다.
최씨 가훈은 너무나 유명해서 이제는 모르는 사람이 드물 정도가 되었다. 결론은 하나다. 베풀줄 아는 부자가 되라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나누고 베풀면 아름다운 모둠살이가 가능해진다.
그게 진정한 천국이다. 나는 최씨고택에서 그것을 느꼈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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