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처럼 밤늦도록 텔레비전을 잘보지 않는 나도 이틀밤동안은 우리집 아이들과 함께 텔레비전에 목을 매고 정신없이 빠져들었다. 1970년대를 주름잡았던 가수들의 콘서트를 보았던 것이다. 이름하여 세시봉 콘서트!
나는 뉴스프로그램과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조금 보는 정도로 만족하는 사람이다. 밤 10시 15분 이전에는 거의 예외없이 잠자리에 드는 습관을 가졌지만 이번 경우는 달랐다. 방송이 끝나고 난 뒤 인터넷에 올라온 반응들도 폭발적이었다.
윤형주, 조영남, 김세환, 송창식씨. 이 네사람이 보여준 하머니는 가슴을 울리는 마력을 지닌 것 같았다. 거기다가 양희은씨와 이장희씨, 그리고 이익균씨까지 가세했으니 말다했다.
좋은 음악을 듣는다는 것은 영혼을 살찌우는 것과 무엇이 다르랴? 지난 1월 24일 밤과 25일 밤에도 이틀 연속 그런 감동의 순간을 맛보았다. 내가 사는 도시 경주에서 전국 합창 심포지움(symposium)이 열렸던 것이다.
밤에는 심포지움 참가자들을 위한 시범연주회를 겸한 음악회를 열었는데 거기에 참가할 수 있었던 것이다. 작년에 '남자의 자격'이라는 합창단이 전국을 강타하고 난 뒤 합창바람이 불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프로그램을 보면 참가팀들과 곡명이 소개된다. 그들의 명성에 대해서는 두말하면 잔소리다. 순전히 내 개인적인 기준이지만 24일 밤에는 마지막으로 나온 순천시립합창단의 공연이 특별히 내 가슴을 울렸다.
25일 밤에 공연한 안산시립합창단은 또 어떻고? 매일 매일이 이런 식으로 이어지면 좋겠다. 이름을 거명하지 않은 다른 팀들의 공연도 물론 깊은 감동을 안겨주긴 마찬가지였다.
사람산다는 것이 뭐 별것이랴? 나는 콘트라 베이스의 묵직한 소리도 좋아하고 첼로의 중후한 소리도 멋있게 느껴지지만 바이올린의 그 애절한 음색에는 거의 넋을 잃을 정도로 좋아한다.
피아노의 맑은 음색은 또 어떻고?
공연을 보고난 뒤 경주 예술의 전당 문을 나서는 이들의 얼굴얼굴마다 행복이 가득 실린 것 같았다.
오죽했으면 영혼을 파고드는 진한 감동때문에 모두들 로비에서 서성거리기까지 했을까?
모든 생명있는 존재들을 꽝꽝 얼려버릴 정도로 매서운 추위가 휘몰아치는 밤이었지만 나는 행복에 가득찬 걸음을 걸을 수 있었다.
내가 구세대여서 그런지는 모르지만 요즘 아이돌 가수들이 부르는 노랫말과 멜로디에서는 깊은 감동을 받지 못하는 까닭이 무엇때문일까?
어젯밤에 있었던 세시봉 콘서트도 깊은 감동을 주었다. 감동받은 사람이 많았던 이유는 우리 모두가 어지간해서는 감동하기가 쉽지 않은 세상을 살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음악 한곡을 첨부해드린다. 윤형주씨와 송창식씨가 멤버였던 트윈 폴리오가 불러 인기를 더했던 <하얀 손수건>의 바이올린 연주곡이다. 물론 원곡은 따로 있지만......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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