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음악적 재능이 가득한 분을 보면 정말 부럽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제가 아는 분가운데는 거의 모든 악기를 자유자재로 다룰 줄 아는 분이 있습니다. 피아노면 피아노, 기타면 기타, 트럼펫, 색스폰에다가 오카리나, 또 거기다가 노래까지 잘 불러제끼니 어떻게 저런 분이 다계시는가 싶어 재능의 한계를 궁금하게 여기기도 합니다.
이 분의 악기다루는 실력도 만만치 않습니다. 제 앞에서 대놓고 자랑을 한 적은 없지만 모든 악기를 조금씩은 다룰 줄 아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도 악기를 분해하고 조립하고 수리하는 실력까지 갖춘것은 기본이고 조율까지도 아주 능숙하게 해치우더군요. 외국인을 만나는 일도 크게 두려워하지않는 것은 물론이고 실제로 외국에 나가도 굶어죽지 않을 정도의 언어실력도 갖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재능의 한계가 어디까지일까 하는 궁금증때문에 호기심이 생깁니다. 어떨 땐 저런 양반들은 머리 속이 어떻게 생겼을까 하는 이상한 생각을 해보기도 하는데 그럴 땐 한번 뜯어보고(?) 싶은 충동을 느낄 정도입니다. 그런데다가 이분은 교회에서 성가대의 지휘를 맡고 있기도 합니다.
지난 겨울에 이분을 따라 작업을 하는 곳에 가보았습니다. 시골의 작은 예배당에 있는 피아노가 어디엔가 조금 문제가 있다는 연락이 와서 피아노를 손보러가는 길에 저도 따라붙어서 가본 것이지요. 그는 능숙한 솜씨로 도구부터 깔이놓기 시작했습니다. 일단 작업준비를 한 뒤에는 몰두해서 피아노 구석구석을 여기저기를 이리저리 요리조리 살펴보기 시작하더군요.
작은 손전등을 꺼내더니 피아노 건반 아래와 위를 살펴보기도 했습니다. 나는 그가 작업하는 모습을 보며 지미를 떠올렸습니다. 영화배우 김지미씨가 아닌 지미(Jimmy) 밸런타인(=발렌타인)말입니다. 지미 밸런타인은 벌써 4년동안이나 수감중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어느날 그는 가석방됩니다.
이런 재주많은 분을 범죄자 지미 밸런타인에게 비유하는 것이 터무니없는 망발임을 모르는바가 아닙니다만 적어도 작업하는 그 순간만은 제 눈에는 확실히 지미 밸런타인으로 보였습니다. 윌리엄 시드니 포터라는 본명보다가 O 헨리라는 필명(筆名)으로 더 유명한 소설가가 있습니다. 나는 O 헨리의 작품을 정말 좋아합니다. 지미 밸런타인은 O 헨리의 단편소설에 등장하는 주인공인 셈이지요.
오우 헨리(O Henry)의 작품으로 널리 알려진 것으로는 <크리스마스 선물>, <마지막 잎새>, <경관과 찬송가>같은 작품이 있습니다만 제가 가장 좋아하는 단편소설은 아무래도 <되살아난 개심(改心)>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랑하는 여자의 조카를 구출하기 위해 자기 신분이 탄로날 것을 각오하고 예전의 금고털이 솜씨를 발휘하는 미남 청년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입니다만 끝부분의 기막힌 반전이 사람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어줍니다. O 헨리의 작품에 대해 조금이라도 더 알고 싶다면 아래 주소를 눌러보시기 바랍니다. 절대 손해보지 않습니다.
그는 다른 곳에는 조금도 신경을 쓰지 않고 열심히 일했습니다. 추운 겨울날 싸늘하기 짝이 없는 시골교회 안에서 말입니다. 연결할 부분은 연결하고 이어붙일 부분은 붙이고 하더니 다시 고개를 갸웃거렸습니다.
그리고는 다시 피아노 앞에 붙어서 집중력을 발휘하여 여기저기를 열심히 살피던 그는 이윽고 피아노를 고장나게 만든 기막힌 증거물을 찾아냈습니다.
이런 작은 곤충과 다른 어떤 종류의 작은 동물이 피아노 속으로 들어갔을 것이라고 추측했던 그의 말이 딱 들어맞는 순간이었습니다.
나는 그의 추리력과 수리실력에 두손을 다 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윽고 그는 다시 소리 조율작업에 들어갔습니다. 피아노 건반을 두들겨가며 나사를 조이고 풀고 하던 그가 일을 끝낸 것은 한참 뒤의 순간이었습니다.
나는 한번씩 그의 가게에 놀러갑니다. 워낙 잔정이 많고 붙임성이 넘치는 분인지라 그를 만나면 그지없이 편안해지기 때문입니다. 어쩌다가 그분의 딸을 맡아서 가르쳐본 인연으로 자주 만날 기회를 가지면서 더 친해지도 했습니다만 남편과 부인, 그리고 아들 딸까지 하나같이 어찌 그렇게 순수하고 참한 사람들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는 작년에 제 딸아이가 쓰던 낡은 전자피아노를 거뜬하게 손을 봐서 가져다 주기도 했습니다. 워낙 오래되어서 부품구하기조차 거의 불가능했던 전자피아노를 서너달 동안 매달리더니만 아주 깔끔하게 수리해준 것이죠. 피아노 조율과 현악기 감정, 그리고 다양한 악기의 수리나 판매등은 그를 통하면 거의 다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나는 그런 그가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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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가게는 제가 자주 움직이는 동선(動線)안에 있으므로 거의 하루에 한번씩은 그 앞을 지나치게 됩니다. 착한 양심과 실력을 가진 이런 분들이 빛을 보고 잘사는 그런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사61:8]대저 나 여호와는 공의를 사랑하며 불의의 강탈을 미워하여 성실히 그들에게 갚아 주고 그들과 영영한 언약을 세울 것이라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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