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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안 여기저기 돌아다니기/나라안 여기저기 in Korea

걸어서 가보는 겨울 회룡포 4

by 깜쌤 2011. 1. 20.

 

나는 회룡대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철도용 침목으로 바닥을 깐 길을 100여 미터 정도만 올라가면 회룡포 마을 전체를 환하게 내려다 볼 수 있는 전망대를 만나게 된다.

 

 

 

지도를 보면 물길이 마을을 거의 완벽하게 감싼 상태로 흘러나감을 알 수 있다. 이런 지형이 내성천 곳곳에 숨어있다. 내가 아는 곳만 해도 무섬마을 부근도 그렇고 물속에 잠길 예정인 금광마을 부근도 그런 식으로 생겨있다.

 

궁금한 분들은 바로 위에 올려둔 지도를 가지고 살펴보면 된다.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진 하회마을은 내성천 줄기에 있는 것이 아니고 낙동강 본류에 자리잡고 있다. 물줄기가 다른 것이다.     

 

 

 지도에서 보는 것과 실제로 인간의 눈으로 직접 살펴보는 것은 느낌 자체가 다르다. 계단이 끝나자 무덤이 있는 공터가 나타났다. 이제 다 온 것이다.

 

 

바로 아래에 전망대가 보였다. 회룡대다.

 

 

솔숲에 둘러쌓인 절벽 한켠에 회룡대가 걸려있다. 누가 봐도 절묘한 곳에 자리잡았음을 알 수 있다. 전망대가 만들어내는 그늘이 누워있는 곳에는 아직도 덜 녹은 눈이 조금 남아있었다. 

 

 

이곳 회룡대에서 보는 경치는 아름답다. 아름답다못해서 탄성이 저절로 나온다. 나는 계단을 밝고 위로 올라갔다.

 

 

평양 부벽루에서 보는 경치가 이랬던가 보다. 그러길래 대동강변의 아름다운 경치를 읊고자 했던 시인 김황원이 할말을 잃어버렸다는 이야기가 생긴 모양이다. 평양 부벽루는 그림자조차도 본 일이 없으니 거기다가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회룡대 마루에 올라서면 탁트인 경치가 맞아준다. 기둥 사이로 나타나는 겨울 풍광도 일품이었다.

 

 

여기다. 앞을 가린 작은 소나무가 통쾌한 경치의 앞을 살짝 가리긴 하지만 그게 더 매력적이다. 더 시원한 경치를 보고자 하면 회룡대 밑으로 조금만 더 내려가면 된다. 내성천 맑은 물은 왼쪽 위에서부터 흘러와서 마을을 휘감아 돈 뒤 왼쪽 중간쯤으로 흘러가는 것이다.

 

 

물이 돌아나가는 한가운데 마을이 자리잡고 있다. 마을은 그리 크지 않다. 한 열가구 남짓 되는 모양이다.

 

 

이 마을로 들어가는 길은 세군데다. 하나는 지금 보는 다리이고 또 다른 하나는 산길이다.

 

 

다른 한 길은 뿅뿅다리로 널리 알려진 길이다. 강 중간을 가로지른 검은 실처럼 보이는 것이 뿅뿅다리가 있는 곳이다.

 

 

흘러가는 물줄기를 하염없이 보고 있는데 갑자기 그리움과 아쉬움이 왈칵 밀려왔다. 나는 내성천 물이 흘러오는 저 상류 어디쯤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기 때문이다. 끝없는 가난때문에 지긋지긋했던 나날들이었지만 이제는 그리움으로 남은 것이다.  

 

 

앞을 가린 소나무를 피하고 싶어서 회룡대를 내려와 절벽쪽으로 살짝 다가갔다. 절벽 끝자락에 서면 시원한 경치를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이제 제대로 된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 겨울이어서 그런지 구경꾼은 나혼자 뿐이었다.

 

 

1년 반만에 다시 와본 곳이다. 아름답다는 말밖에는 달리 할말이 없었다.

 

 

나는 발걸음을 돌렸다. 오늘 5시 전으로 안동까지 나가야했기 때문이다.

 

 

장안사 부근 전망대에 외서 다시 왔던 길을 살펴보았다. 멀리 용궁동네가 보였다. 내가 걸어가야 할 길을 미리 살펴두는 것이다.

 

 

이번에는 절을 향해 내려가지 않았다. 뿅뽕다리라도 한번 건너보고 돌아나갈 셈이다. 나는 회룡포 마을로 가는 길을 택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이 산에서 내려가야 했다. 강물이 흘러나가며 산자락과 부딪혀 절벽을 이루는 곳을 따라 내려가는 길이다. 한번쯤은 걸을만 했다. 솔향기가 좋았기 때문이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