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0일 월요일, 예천으로 가는 트럭을 탔다. 예천 용궁에서 내려 회룡포를 갈까 싶어서 벼루다가 기회를 만난 것이다.
건천에서 고속도로로 올라섰다. 대형트럭이니 만큼 운저대가 높아서 시야가 탁 터진다.
승용차를 타고 달리는 것과는 완전히 분위기가 달랐다. 대구를 지나서.....
왜관, 구미를 지난다. 구미 금오산이 앞에 나타났다.
구미를 지난 뒤 중부내륙고속도로로 들어섰다.
상주, 문경쪽으로 올라가는 것이다.
휴게소에 들러 커피로 몸을 녹였다.
고속버스까지 갈아탈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어 두었으니 놀라운 발상이다.
우리는 북상주 나들목에서 빠져 나가라 생각이다.
기사어른은 워낙 성격이 순수하고 소탈한 성격이라 부지런히 세상살이 이야기를 나눈다.
기사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조금 위험한 줄은 알지만 조수석의 말상대조차 없으면 라디오라도 틀어서 들으면서 가야하는 것이 기사분들의 생태가 아니던가?
문경을 지났다. 여기까지 오는데 거의 세시간이나 걸렸다.
나는 용궁에서 내렸다. 강호동씨가 MC로 활약하는 1박2일팀이 다녀가면서 꽤 알려진 시골마을이 용궁과 회룡포이다.
추운 겨울이어서 그런지 용궁 마을은 조용하기만 했다. 구제역 때문에 정기적으로 서는 5일장마져 폐쇄된 상태이니 더 말할 나위가 없다.
내리긴 내렸는데 도대체 어디로 가야 회룡포로 갈 수 있는지 순간적으로 방향감각이 잡히질 않았다. 미리 지도를 보고 수없이 도상연습은 해두었지만 실제 현실이나 현장과 부딪혀보면 잠시나마 멍해지는게 사실이다.
그래서 먼저 용궁 기차역을 확인해보기로 했다. 지나가는 아주머니에게 물어보았더니 왔던 길을 따라 쭈욱 올라가보라고 하셨다. 사실 나에게 예천은 그리 낯선 곳은 아니었다. 학창시절에 이쪽 출신의 친구들이 제법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은 연락조차 끊어진지가 수십년씩 되었으니 모조리 회색빛 기억속에 잠긴 인물들이 되고 말았다.
기차역을 나와서 보면 맞은 편에 박달식당이 보인다. 1박2일팀이 다녀간뒤로 제법 유명해진 모양이다. 거기는 이따가 들어가보기로 마음먹고 일단 용궁역부터 찾아가보기로 했다. 역건물은 시골역이라면 쉽게 찾을 수 있는 그런 구조로 되어 있었다.
대합실 한칸과 붙은 사무실, 그리고 화장실..... 여느 역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담장 너머로 보이는 건물은 한때 소화물을 접수하던 곳이었으리라. 시골역에는 반드시 여러가지 짐을 맡아서 기차로 보내주던 시설이 같이 있었다. 요즘 말로하면 택배시설이다. 시골 사는 사람들의 수가 크게 줄어든 요즘은 수요 자체가 없으니 하나둘씩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이 역은 역무원이 없는 기차역이다. 그러니 대합실에는 사람 온기가 없었다. 회룡포와 삼강나루터 때문에 찾는사람들이 제법 있어서 그런지 역에는 여객열차가 잠시 서기도 했다.
그나마 하루에 몇번씩은 기차가 서주니 천만다행이다. 김천에서 영주까지 가는 기찻길을 경북선이라고 부른다. 젊었던 날 딱 한번 타본적이 있었다.
나는 대합실을 거쳐 승강장으로 나가 보았다. 역무원이 근무했던 공간은 굳게 잠겨 있었다.
승강장으로 건너가는 통로 앞에는 용궁을 상징하는 커다란 용이 한마리 떡하니 서서 역건물을 지키고 있었다. 깊은 바다속에 있는 것으로만 상상했던 용궁이 육지 한가운데 있다는 게 너무 신기하다.
역 건물은 너른 벌판 한가운데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사람 그림자조차 비치지 않으니 적막하기 그지없다.
지금 플랫폼에는 나 혼자만 덜렁 서 있는 셈이다. 차가운 겨울바람이 내 귓전을 스치고 지나갔다.
차갑다. 이 추운 겨울에 회룡포를 찾아가겠다고 찾아온 나도 제법 어설픈 존재다.
하지만 나는 이런 분위기를 즐기는 사람이니 상관은 없다. 아직까지도 완전하게 눈이 녹지 않은 승강장에 서 있는데 기차가 내는 기적소리가 뒤에서부터 들려왔다. 나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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