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잔화와 백일홍이 가득한 이집은 전통적인 삶의 방식에 익숙한 것 같았다.
백일홍이 만발한 시골집 마당에서 동네를 굽어본다는 것은 얼나마 멋진 경험이던가?
이란의 이스파한에서 백일홍이 가득 핀 화단을 보고난 뒤로 이렇게 많은 백일홍을 보는 것은 처음이지 싶다.
새빨간 백일홍이 가슴을 파고들었다.
파란 하늘, 흰 구름, 초가와 기와집, 빨간 백일홍.......
그리고 금잔화...... 나는 한참 넋을 놓았다.
텃밭에는 파를 비롯한 여러가지 채소들이 즐비했다. 밭주인은 부지런한 분임이 틀림없을 것이다.
나는 다시 골짜기로 내려왔다.
이 댁 주인 아주머니는 잘 계시는지 모르겠다. 갑자기 궁금증이 물밀듯이 밀려왔다. 예전에 아이들을 데리고 체험학습을가서 하룻밤 묵은 집이기 때문이다.
나는 다시 마을 입구로 내려갔다.
자전거를 찾아서 마을을 떠나기 전에 마지막 한곳을 더 보고 싶었다.
그러다가 참기로 했다.
이 대갓집들은 다음에 와서 훑어볼 생각이기 때문이다.
연밭에는 시들어버린 연잎만 남았다.
언덕 위에 자리잡은 기와집들이 한때의 부와 명성을 나타내는 듯 했다.
양반과 서민들 삶의 현장이 그대로 남아 우리들에게 그 흔적을 보여주는 곳! 거기가 바로 양동마을이다.
언덕위에 만들어진 마을들은 그리 많지 않다. 지형상 산비탈에 자리잡은 집들은 있을 수 있지만 너른 평야를 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집터를 높은 곳에 둔 곳은 드물지 않을까 싶다.
양동마을 주민들 가운데는 관광객들이 내뱉는 소음과 남의 보금자리에 불쑥불쑥 함부로 나타나 끼어드는 일 때문에 신경쇠약 증세를 보이는 분들이 생겨나고 있다고 한다.
보는 사람들이야 한번 보고 지나가는 것이지만 한곳에 터잡고 살아야 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보통 성가신 일이 아니다.
조용히 와서 조용히 보고 나가면 안되는 것일까?
우리나라 사람들의 무례함도 이제는 보통이 넘는 수준까지 왔다는게 내 생각이다. 양반마을에 왔으면 무엇 하나 배워가는 것이 있어야 할터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가을 향기가 가득한 마을 안길을 가보려다가 참았다.
이젠 돌아선다.
나는 자전거를 타고 왔던 길을 되밟았다. 안강역을 지나서 읍사무소부근까지 간 뒤 점심을 먹으려는 것이다.
양동마을에서 가장 가까운 기차역은 안강역이다. 신분증을 확인하고 자전거를 빌릴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어 두거나 아니면 양자동역에 기차가 서도록 하면 더 많은 관광객들이 방문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안강읍사무소는 안강역에서 가깝다. 읍사무소 맞은편에 뛰어난 맛을 자랑하는 잔치국수집이 숨어 있다.
바로 이집이다. 안강옛날국수......
나는 잔치국수 한그릇으로 허기를 속였다.
냄비에 담아주는 이집 국수는 은근히 맛있다.
들녁엔 농부들이 볏짚을 뭉쳐 가축사료용으로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칠평천 개울가엔 가을 꽃들이 가득했다.
<양동마을 편 끝>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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