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각도예라는 공방을 운영하면서 생활도자기를 굽는 손호철 선생을 못만나뵌지가 벌써 2년이나 되었습니다. 가까운 곳에 살면서 찾아뵙지를 못했으니 오늘은 기어이 한번 찾아가서 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쇠는 달았을때 때리고 쇠뿔도 단김에 뺀다 싶어서 자전거를 타고 찾아가봅니다.
경주시내에서 가는 것이니만큼 일단 경부고속도로로 연결되는 진입도로를 따라 가다가 톨게이트를 저만큼 앞두고 왼쪽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망성산 앞의 너른 도초 들판에는 가축사료용 볏짚들이 예쁘게 포장되어 논바닥에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손호철 선생이 사는 곳은 도초마을입니다. 마을에서 보면 세계무화유산으로 지정된 경주남산이 남북으로 비스듬하게 그 큰 몸집을 눕히고 있고 앞으로는 너른 벌판사이로 형산강이 흘러나가는 곳 옆에 살고 계십니다. 멀리 보이는 산이 경주 남산입니다.
고속도로 진입로에서 보면 논벌을 뚫고 남쪽으로 쭉 곧게 난 농로가 보이는데 그 길을 따라 가는 것이죠. 손선생은 벌판 끝자락 오른편 산밑에 터를 잡고 살고 있습니다. 이 농로 끝머리쯤까지 가면 제일 첫번째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미각도예로 들어가는 길을 알리는 안내판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아침에 전화를 드렸더니 오전에 김해에 볼일이 있어서 잠시 다녀오기 위해 나가신다는 이야기를 하셨기에 안계시더라도 그냥 양해를 구하고 잠시 둘러본다는 생각으로 갔었습니다. 마당에 들어서니 진도개 티가 나는 개 두마리가 점잖게 짖어댔습니다. 개들도 주인의 성품을 닮은듯 합니다.
시골이어서 대문은 항상 열어두는지라 그냥 마당 안으로 들어서도 되지만 남의 사적인 공간이니만큼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개짖는 소리를 듣고 모친께서 밖으로 나오셨습니다. 찾아온 사유를 말씀드리고 안으로 들어섰습니다.
마당 한켠에 외양간이 보여서 들어가기가 심히 송구스러웠습니다. 구제역이라는 가축 질병이 전국적으로 기승을 부리는 상황이니 외양간과는 될 수 있는 한 멀리 떨어져 걸었습니다. 마침 손선생은 벌써 돌아와 계셨습니다.
인사를 드리고 응접실을 겸한 작은 전시실로 들어갔습니다. 성함과 전화번호는 명함에 나타나 있으니 참고하시면 됩니다. 그 분이 운영하는 블로그와 카페 주소는 아래와 같습니다.
블로그이름 - 미각도예 http://blog.daum.net/migakcm
카페 이름 - 미각도예 http://cafe.daum.net/migakceramics
정확한 위치는 위 지도와 같습니다. 큰지도 보기를 누르면 더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삼릉 마을에서 형산강을 건너서 가도 됩니다.
워낙 말이없고 겸손한 성품을 지닌 분이라 항상 제가 먼저 이야기를 꺼내야할 처지입니다.
손선생의 허락을 얻고 작품 사진을 찍어보았습니다.
차분하고 조용한 성품답게 작품들의 색깔도 잔잔하기만 합니다. 적어도 제가 보기에는 그렇습니다.
이런 그릇들은 두고두고 사용해도 질리지 않을 것 같습니다.
나는 손선생의 이런 차분함을 좋아합니다.
마음씨가 워낙 순수하고 점잖은 분이어서 작품에서조차 따뜻한 기운이 뿜어져 나오는 것 같습니다.
모친께서 커피를 타오셨습니다. 제 자신의 건강관리를 위해 요즘은 설탕과 프림이 들어간 커피를 잘마시지 않지만 이런 자리에서는 사양할 이유가 없습니다.
손선생은 작은 들꽃을 좋아하시는가 봅니다.
작은 꽃이 점잖게 와 박힌 그런 그릇들이 제법 보였습니다.
이런 그릇에다가 시골밥상을 장식하는 나물무침을 올려두면 더없이 정갈하게 보이지 싶습니다.
이런 작품은 스탠드 대용으로 쓰기 위해 만드신가 봅니다.
손선생의 수수한 마음씨가 묻어나는듯 합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어딘지 기품이 스며있는 듯한 분위기를 풍깁니다.
자기과시나 허세부리기와는 거리가 워낙 먼 분이어서 그런지 수수한 느낌이 드는 작품들이 많았습니다.
몇점 구하고 싶었습니다만 저 또한 주머니가 얇은 사람인지라 참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잔잔한 운치가 풍깁니다.
선생의 마당에서 보면 경주남산이 코앞에 보여서 그런지 때묻지 않은 마음이 스며들어 있는듯 합니다.
나는 이리저리 고개를 돌려가며 하나하나 눈길을 주었습니다. 다소곳이 자리잡은 작품들이 부끄러워하며 내 눈길조차 피하는듯 합니다.
나는 작업실로 따라가 보았습니다.
가마에 들어가기위해 순서를 기다리는 작품들이 가지런하게 정리되어 있었습니다.
깔끔한 성품탓인지 모든것이 단정하게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다시 전시실로 돌아왔는데 손선생은 신문지에 무엇인가 부지런히 싸는 것 같았습니다.
멀리까지 찾아온 손님을 그냥 보내기가 아쉬웠던지 귀한 작품을 선물로 주시는 것이었습니다. 그냥 찾아간것만 해도 미안했기에 받을 염치가 없었지만 손선생의 따뜻한 마음을 거절할 수 없어서 체면불구하고 받았습니다.
집에 와서 아내와 함께 펴보았더니 반쯤은 하트 모양으로 생긴 독특한 그릇이었습니다. 손선생의 말씀으로는 라면같은 것을 먹을 때 덜어먹으면 뜨겁지 않을 것 같아서 만들어본 작품이라고 합니다.
손선생의 따뜻한 마음씨를 생각하며 잠시 눈을 감고 있었던 일을 돌이켜 생각해보았습니다. 하시는 일들이 더욱 번창하기를 빌어봅니다.
고맙습니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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