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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야생화, 맛/맛을 찾아서

놋전분식 - 회국수

by 깜쌤 2011. 1. 20.

 

 국수 종류의 음식을 상당히 좋아하는 나는 하루 세끼 모두 국수를 주어도 싫다는 소리를 하지 않는다. 배낭매고 중국을 떠돌아다닐때만 해도 하루 한끼는 반드시 국수로 때울 정도였다. 맛집을 찾아다니는 사람은 아니지만 국수를 잘 말아낸다는 소문이 있는 집을 알게 되면 시내에서 가까운 거리일 경우에는 어지간하면 확인하러 가보았다. 

 

 

이 집은 재개발지구에 들어있다고 봐도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니 음식점 건물 자체는 허름하다. 하지만 음식 맛으로만 비교하자고 덤벼들면 달라진다. 가게 이름은 사진에 나온것과 같다. 이름도 촌스러운 놋전분식! 하지만 분식집이라고 해서 깔보면 큰일나는 수도 있다. 내공이 만만하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 무협영화나 무협소설에는 중원를 주름잡는 7대 무림문파가 존재했다고 상정해두고 수많은 이야기들을 이끌어간다. 소림, 아미, 곤륜, 화산, 청성, 무당, 개방파!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대강 이 정도를 7대문파로 보는 것인데 그 외에도 많은 문파들이 등장하여 무술세계를 주름잡았던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종남파와 점창파를 끼워서 9파1방이라고 하기도 한다.

 

 

하여튼 세상살이가 묘한 것이어서 고수는 고수를 알아보고 하수는 하수끼리 어울리는 법이다. 무림계에서 천하를 다투는 내공절정의 일류고수들은 한두합 정도만 겨뤄보면 단번에 상대의 대강 실력을 꿰뜷어볼 줄 아는 모양이다.

 

 

 음식맛을 찾아 주유천하 강호유람을 즐기는 절대고수들은 차려놓은 음식을 보고 냄새를 맡고 색감을 보기만 하면 맛의 수준을 아는 모양이다.     

 

 

나는 그런 면에서 완전 초짜가 다름없다. 그만큼 입맛이 둔하다는 말이다. 하수(下手)가 맛을 논한다는 자체가 우스워서 함부로 말할 처지는 아니지만 둔한 자는 둔한대로 맛을 구별하는 혓바닥을 가지고 있어서 어설프게나마 판단을 내릴줄도 안다는 것이다.

 

 

음식점 외관의 깔끔함을 먼저 살핀후에 음식맛을 판단하고자 하는 분들은 안가는 것이 옳다. 그 정도로 허름하다면 허름하다고 여길 수있는 집이다. 그러나 음식맛은 분명히 유별난데가 있다. 나는 먼저 내가 좋아하는 국수종류중에서도 회국수를 시켰다. 다른 종류의 음식은 다음에 먹어볼 요량인 것이다.

 

 

김치다. 한국인의 필수 밥반찬인 김치는 기본으로 나왔다. 어떤 분은 몇년동안 푹 익혀서 군내나는 묵은 김치를 좋아하기도 하고 어떤 분들은 사각거리며 씹히는 식감에다가 덜익어서 풋내가 비치는 김치를 좋아하는 분도 있으니 이런게 좋은 김치다하고 정의를 내리기는 어렵다. 하여튼 맛깔스러운 김치가 나왔다.

 

 

두사람분이다. 회국수 두그릇에과 육수에 김을 곁들인 따뜻한 국물과 땡초 몇개, 그리고 된장이 전부다. 딱 한번 가보고 나서 맛있다는 식으로 함부로 소개를 하는 것은 장난 중에서도 너무 심한 장난이라고 여기는 사람이 바로 나다. 첫날은 탐색전으로 가볍게 끝냈다. 며칠 뒤.....

 

 

나는 두번째로 찾아갔다. 사실은 세번째 발걸음이었다. 두번째로 갔을 때는 그날따라 사정에 의해 오후 2시부터 영업을 한다는 안내종이가 달랑 붙어 있어서 음식맛을 보지못하고 돌아와야 했었다. 그다음에 가서 시켜본 회국수도 역시 같은 차림으로 나왔다.

 

 

김치의 색깔이 어떻게 요렇게도 말끔한지 모르겠다. 나는 포기김치의 가를 감아둘러싼 퍼런 이파리를 특별히 좋아한다. 어릴때부터 그랬다. 당연히 속꼬갱이의 노릇노릇한 이파리도 좋아한다. 보기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말이 틀린 말이 아니다.

 

 

고명으로 올린 회가 제법 두툼했다. 달랑 몇점 올린 그런 식이 아니었다. 많이 주면 무조건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이왕 먹을 것이라면 푸짐한 것이 좋다.

 

 

소면이지만 의외로 쫄깃한 느낌을 준다. 면발 느낌이 좋다는 말이다.

 

 

국수를 담아주는 그릇 자체가 작은 것이 아니므로 양은 많은 편이다. 어른도 먹고나면 배부르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적당히 비벼보았다. 비비는 것도 방법이 있다고 하지만 하류초급 식객인 나는 내가 먹기 좋도록만 비벼대면 만족한다.

 

 

비빔국수는 초고추장맛과 면발의 감촉이 음식맛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가 아닐까 싶다.

 

  

어설픈 식객인 나는 집에서 고추장으로 비벼본 적이 있었는데 영 아니었다. 이집 회국수 맛은 은근한 중독성이 있다.

 

 

쉽게 한그릇을 비운다. 겨울에 차가운 국수를 먹으면 속이 시릴수도 있으므로 따뜻한 김국물을 함께 주는가 보다. 국물맛은 구수하다고나 해야할까? 

 

 

 

찾아가는 방법을 모르는 분이라면 위 지도의  오른쪽 하단 "큰지도보기"를 눌러보기 바란다. 대릉원에서 멀지 않다. 한정식집인 원풍식당과 교촌마을과도 가깝다. 

 

 

경주남부교회와 황남초등학교를 아는 분이라면 남쪽 벌판쪽의 놋전마을을 찾으면 된다. 예전에 이 동네에는 방짜 유기를 취급하는 분들이 모여 살았던 모양이다. 그러니 마을 이름조차 놋전이다. 놋그릇, 놋대야 할때의 을 말한다. 음식점 이름은 예전 마을 이름에서 따온것 같다.

 

 

고급취향의 손님을 모시고 갈 생각이라면 미리 상대의 양해를 구하는게 좋은 일이 될것이다. 이렇게 말하면  분위기를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나같은 서민은 동류의식을 느끼는 곳이므로 오히려 편하기만 하지만 말이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