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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야생화, 맛/맛을 찾아서

제일 손칼국수 (내남 칼국수집) - 쑥향이 스민 맛, 그리고 푸짐한 양

by 깜쌤 2009. 12. 27.

 

 세상에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은근한 실력을 가진 고수가 많더군요. 이번에 소개하려고 하는 칼국수집은 중국무협소설의 표현방식을 빌린다면 소림파, 무당파, 아미파, 곤륜파, 청성파, 화산파, 개방파같은 7대문파(어떤 분은 공동파를 넣기도 합니다만) 소속은 아니지만 절정내공을 지닌 숨은 고수가 주방장으로 있는 그런 집이 아닐까 하는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인생을 살며 느낀 것입니다만 음식에 관한 글을 쓰는 것만큼 조심스러울 때도 없습니다. 아무리 내 입맛에 맞아서 맛있다고 극찬을 해도 남이 보기에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요즘 곳곳에 워낙 많은 것이 분식집이요 칼국수집이어서 어지간히 잘 하지 않고서는 그쪽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기가 쉽지 않은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분야이기도 합니다만 한번 가봐서 절대 손해볼 일은 없다는 생각이 들어 소개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사실 이 글은 2011년 2월 3일에 다시 수정하여 올리는 중입니다. 한때는 맛있었던 집이 세월이 가면 맛이 변하기도 하고, 친절하기만 했던 집이 불친절하게 변해버리기도 해서 소개하는 사람이 욕만 얻어먹는 경우가 생깁니다. 그래서 다시 찾아가서 재확인하고 사진도 새로 찍고해서 수정을 해둘 필요가 생기는 것이죠.

 

               (새로 올린 사진은 사진 아래의 서명이 옛날 것과 다릅니다)

 

 

 사실 이집은 서너번을 가보았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신중해져서 그런지 함부로 소개하다가 실수하겠다는 생각이 들기에 몇번이고 가보면서 이리저리 견주어 보았습니다. 몇번이나 다른 분들과 가보아도 모두 맛있다고 하시니 용기를 내어 이제 소개를 해봅니다.

 

 

 

 일단 위치부터 이야기를 해드려야겠습니다. 경주시내에서 울산 언양 방면, 그러니까 삼릉쪽으로 가는 옛도로를 따라 쭈욱 가서 용장과 틈수골을 지난 뒤 내남면사무소 들어가는 삼거리까지 가야합니다. 삼거리를 지나서 그대로 한 이백여미터만 더 가면 왼쪽편에 곧 나오게 됩니다.  

 

 동네가 끝나려고 하는 지점에 제일손칼국수라는 간판이 붙어있는 가게가 보이는데 바로 그집입니다. 예전 간판에는 따로 음식점임을 나타내는 내용이 없었으므로 처음 가는 분은 지나치기가 십상이었습니다만 이제는 칼국수집이라는 내용이 잘 표시되어 있습니다.

 

 

 가게 입구에 손칼국수라고 쓰여져 있는 것이 보일 것입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됩니다. 탁자는 없고 그냥 방바닥에 앉도록 되어 있습니다. 메뉴도 아주 단순합니다.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칼국수를 시킵니다.

 

 

 

 기본반찬으로는 잘익은 배추김치와 적당하게 익어서 사각거리는 소리부터가 맛있게 들리는 무김치와 매운 고추, 그리고 채소 겉절이가 나옵니다. 어떨땐 향긋한 생미나리가 나오기도 합니다. 

 

 

 잘익은 김치가 입맛을 돋구어줍니다.

 

 

 이런 녀석들은 그냥 먹어도 맛있습니다.

 

 

 묵도 나오더군요.

 

 

 무엇보다 이 집 김치가 맛있습니다. 이런 밑반찬은 달라는대로 계속 줍니다.

 

 

 경주를 대표하는 산으로 알려진 남산중에서도 서남산쪽으로 가면 우리밀 칼국수라고 해서 약간은 검은 빛이 나면서 칼칼한 맛을 내는 칼국수집들이 몰려있습니다만 제 입맛에는 이런 스타일의 칼국수가 더 맛있게 느껴지더군요.

 

 버섯과 단호박도 제법 들어있는데 그게 보기보다는 맛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면발이 굵고 쫄깃해서 씹는 맛도 좋습니다. 면을 넘길때 목구멍으로 느껴지는 묵직한 감도 제법입니다.

 

 

 빡빡하다는 느낌이 드는 양념장을 양껏 넣는 것은 국수를 드시는 분의 자유이지만 반드시 미리 국물맛을 본 뒤에 넣어야 실수를 하지 않습니다. 시내에서 제법 떨어진 곳에 자리잡고 있으므로 유명세를 못탄 것 같습니다만 이집 국수가 맛있다는 소문을 들어 아는 사람은 잘도 찾아갑니다. 

 

 

 주인아주머니의 표정이 밝은데다가 손이 커서 그런지 국수한릇만 먹어도 배가 든든해질 정도로 양도 푸짐하게 줍니다. 처음 갔을때는 다 못먹었을 정도였으니까요. 봄에 주인이 직접 뜯어 모아둔 쑥을 곱게 갈아 넣어서 쑥만이 가지는 향긋한 향기가 풍기기도 합니다.

 

 

 작년(2010년) 추석 전날 낮, 이 부근을 지나치다가 찾아서 들어갔던 적이 있었습니다. 추석 전날이면 어느집이나 할것없이 여자분들은 모두들 바쁘지 않겠습니까? 주인아주머니께서도 당연히 명절 준비를 해야한다는 사실을 순간적으로 잊어버리고 들어섰던 것이죠.

 

 전도 부치고 음식을 장만하느라 정신없이 바빴음에도 불구하고 들어와서 오신 김에 다른 것이라도 조금 먹고 가라는 것이었습니다. 주인아주머니의 넉넉한 마음씀씀이가 고마웠던 하루이기도 했습니다. 혹시 저같은 사람이 나올까 싶어 전화번호를 소개해 드립니다. (054) 748-3213입니다. 

 

 

 (이 글의 일부분과 사진은 2011년 2월 3일에 다시 수정했습니다. 새로 찍은 사진과 예전 사진은 사진 속의 서명이 다르다는 것을 참고로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깜쌤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