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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야생화, 맛/맛을 찾아서

하카다라면

by 깜쌤 2011. 4. 20.

 

우리나라에 칼국수가 있다면 일본에는 라멘이 있다. 라멘의 우리말 발음은 라면(拉麺)이다. 오늘 내가 이글 속에서 말하는 라멘은 우리가 흔히 아는 인스탄트 라면이 아니다. 철저히 일본화된 일본의 국민요리라고 보면 된다. 물론 일본에도 인스턴트 라면은 당연히 존재한다.

 

 

 

나는 갑자기 일본식 라면이 그리워졌다. 물가가 비싼 일본을 배낭매고 돌아다닐때 그래도 배부르게 자주 먹을 수 있었던 것은 라멘과 덮밥 종류였다. 그러니 뇌리에 제법 인상깊게 각인되었던 모양이다.

 

 

일반적으로 일본식 라면이라고 하면  된장(=미소)으로 맛을 낸 미소라멘과  간장으로 맛을 낸 쇼유라멘, 그리고 돼지뼈를 푹 고아낸 육수로 맛을 낸 돈코츠라멘 등이 대표적이다. 돈코츠라멘이 일본인들에게 그렇게도 인기가 있다면 우리나라에서 각광을 받는 돼지국밥 육수에다가 면을 넣어 삶아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었다.

 

 

나는 자전거를 타고 경주 나들목으로 향했다. 저번에 한번 소개한 적이 있는 탑동정수장을 지나서 고속도로 진입로를 따라 조금만 가면 되는 곳에 경주IC휴게소 건물이 있다. 휴게소 건물 속에 일본식 라면을 내놓는 집이 있다는 사실을 저번에 파악해 두었었다.

 

입구에 있는 계산대에서 라면 종류를 고르고 난 뒤 돈을 지불하면 영주증을 주는데 그 영수증에 내가 기다리는 순서를 나타내는 번호가 표시되는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평일 오후여서 그런지 손님이 적었다. 주문하고 난뒤 얼마 안있어 라면이 나왔다.

 

 

돼지기름이 동동 뜬 육수위에 모습을 드러낸 차슈 한조각이 식욕을 돋군다. 면은 직접 만든 것인지 공장에서 생산된 것인지 나는 구별할 재주가 없다. 얇게 썰어서 국물위에 띄운 파조각들이 풍기는 냄새가 향긋하다. 스푼으로 국물을 떠서 맛을 보았다. 약간 달큰한 맛이 살짝 스며들었다.

 

 

김치다. 덜맵게 한 것이지만 그래도 김치는 김치다.

 

 

단무지 몇조각! 확실히 일본식 라면과는 궁합이 잘맞는 녀석이다. 작은 접시에 담겨 나왔다. 종지로 보기에는 운두가 조금 낮았다. 노란 색깔이 화사하게 느껴졌다. 

 

 

깨를 육수위에 살짝 뿌려서 내어왔다. 일본에서는 그러지 않았던 것 같았는데......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이럴땐 원본 사진을 찾아 확인해보는 것이 제일 확실하다. 컴퓨터에 저장해둔 일본배낭여행 사진을 꺼내 살펴보았다.

 

 

 

 

2008년 일본의 하카타, 그러니까 후쿠오카의 라멘집에서 찍은 사진이다. 으흠, 이집은 면위에다가 고기 다진 것을 올렸었구나. 그렇다. 깨는 보이지 않는다. 국물도 더 진한 것 같다.

 

 

라멘의 종류가 워낙 다양하므로 사진 한두장으로 이러니 저러니 할 것이 못된다. 라멘의 종류가 얼마나 넘쳐났으면 일본 안에서 라멘기행을 하는 사람들이 다 있겠는가? 어쨌거나 하코야라는 이름을 가진 라멘집에서 내가 시킨 하카다라멘은 위에 소개한 모습 그대로다.

 

 

이젠 먹어야 한다. 차슈는 아껴두어야 한다. 면을 먼저 조금 삼켜보았다. 우리나라 칼국수와는 맛이 다르다. 물론 꼬들꼬들하게 삶은 라면과도 다르다. 그렇다고 해서 지나치게 푹 퍼지지도 않았다. 면의 식감이 묵직하게 다가왔다.

 

  

그런 다음 차슈를 조금 베어물어본다. 잘 삶겨졌다. 추도에배를 드리기 위해 준비할 때 집에서 아내가 한번씩 삶아내는 돼지수육비슷한 맛이 났다.  

 

 

이젠 본격적으로 먹을 차례다. 먹으면서 가격을 생각해보았다. 6,000원이면 싼 가격이 아니다. 환율을 가지고 대강 계산을 해봐도 일본 물가와 비슷하다. 일본 국민소득이 우리의 배가 된다는 사실을 가지고 생각하면 우리 물가가 훨씬 비싸다는 말이 된다. 하기사 원료수입비용이 그만큼 높았다고 둘러대면 할말이 없게되지만.....

 

 

나는 국물을 싹 비웠다. 가격대비 품질을 생각하면 남길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일본 하카타지방은 톤코츠라멘으로 유명한 곳이다. 돼지고기 뼈를 고아낸 국물에다가 면을 담아네는 라면이다.

 

 

식사를 끝낸 뒤 밖으로 나왔더니 해가 지려고 했다. 입안에 감도는 라멘맛을 더 즐겨야하지만 술취한 작자가 매점에서 벌이는 추잡한 작태가 보기싫어 그만 일찍 일어서서 나오고 만 것이다.

 

 

큰소리로 종업원과 시비를 벌이려는 그 작자는 BMW(Big Mouth Woman)이겠다. 독일 명차회사에게는 미안한 소리지만...... 남자일 경우에는 뭐라고 해야하나?

 

 

봄날 저녁이었다. 나는 휴게소 부근의 마을길로 잠시 들어가보았다.

 

 

담밑엔 꽃잔디꽃이 가득했다. 좋은 음식을 먹고난 뒤 예쁜 꽃을 보는 것은 더 멋진 일이 아니던가? 

 

 

온천지가 분홍 일색인 저녁나절이었다.

 

 

 

2012년 9월에 다시 찾아가본 결과 음식점은 있었지만

하카다라멘은 더 이상 내어놓지 않고 있었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