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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 보내주면 아이들 모두가 좋아한다는 사실쯤은 나도 잘 안다. 나도 그만큼 편하다. 하지만 그럴 수 없다는게 문제다. 다르게 생각하면 이왕 학교에 온 것이니 차분하게 앉아서 수업할 것은 다하고 가자는 식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23일 오후부터는 실제적인 방학이 시작되어 한달 반가량이나 이어지므로 조금 늦게 가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 아닌가 말이다.
다른 반 아이들은 모두 다 집에 가는데 12시 반까지 붙들려 있어야 하는 아이들에게서 무슨 학습효과를 기대할 수가 있겠느냐는 식으로 말할 수도 있다. 내가 원하는 것은 원칙은 지켜져야한다는 사실을 아이들이 알아주었으면 하는 것 뿐이다.
다르게 말하면 이럴때일수록 아이들로 하여금 자존감을 가질 수 있게 하는 좋은 기회가 되기도 한다. '남들은 다 일찍 갔다. 그러나 우리는 기본 원칙을 지켜서 조금 더 공부를 했다. 남이 안하는 것을 했으므로 그만큼 더 자랑스럽다'는 식으로 생각이 들도록 한다는 말이다.
어릴때 체득하게 된 소중한 습관이나 지식은 평생을 가는 법이다. 세살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이 왜 생겨난 것일까? 올해도 나는 12시 반이 되어서야 일정을 끝내주었다. 우리학교에서는 그 시간이 4교시가 끝나는 시각이기 때문이다.
미리 마침회를 다해두고 자기 자리까지 깨끗하게 정리정돈을 해둔 뒤 초단위까지 세밀하게 맞춰둔 벽시계가 정확하게 12시 30분을 가리켰을때 '이만'이라는 교사의 말과 함께 끝인사를 한 것이다. 나는 평생을 이런 식으로 살았다. 이렇게 살고자하면 교사 자신이 피곤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습관만 되면 정말 편하다. 학부모님들도 교사의 이런 행동방식을 아는 순간부터 여간해서는 시비를 걸지 않는다.
교사라는 직업은 정말 어려운 직업이다. 직업의 안정성만을 따져서 교사를 하겠다고 나서면 나는 도시락을 싸들고 다니면서 말리고 싶다. 사명감과 책임감이 없으면 감당하기 어려운 직업임에도 불구하고 우선 편하고 안정적이라는 이유만으로 교직을 택하는 젊은이들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교사는 함부로 아파서도 안되는 직업이라고 하면 젊은 선생님들은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교사에게는 학기중에는 아플 권리도 없다'라고 말하면 무슨 케케묵은 소리를 하고 있느냐는 식으로 오해를 하기도 한다. 물론 이렇게 말하는 나도 작년 가을에는 갈비뼈가 세개나 부러지는 중상을 입고 보름 정도 출근을 못하기도 했었다.
내가 출근하지 못했던 그 기간 동안 일년내내 공을 들여놓았던 아이하나가 엇길로 나가는 빌미를 제공해버리고 말았다. 그 아이는 결국 올해들어 학교에서 잘리는 비극적인 결과를 가져왔다. 내가 결근했던 것때문에 그 아이가 꼭 그런 결과를 만들어낸 것은 아니라고 위안을 삼을 수도 있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그렇게 다가오지 않았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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