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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교육, 초등교육/교육단상(敎育短想)

교육 얼치기 2

by 깜쌤 2010. 11. 11.

 

 말로만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런 기술을 터득하려면 풍부하고도 다양한 현장 경험에다가 아이들의 심리를 자세히 알아야하고 뛰어난 말솜씨와 상황판단력까지 고루 갖추어야 가능한 일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초등교육은 중등교육이나 대학교육과 같을 수가 없다. 대학교육은 성인이거나 곧 성인이 되려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이므로 말로 하는 것이 도리다. 대학교육에서 체벌이라고 하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다. 만약 교수가 학생을 체벌했다는 뉴스라도 타전되면 해외 토픽감이 될 정도다.

 

 

 중고등학교는 인격이 성숙되어 가는 과정속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이라는 특성과 함께 어느 정도 말이 통할 수 있는 그런 신체적 정신적 지적 발달 조건을 갖춘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이므로 초등교육과는 또다른 면을 가지고 있다.

 

성장기의 아이들을 말로만 다스린다고 하는 것은 정말로 어려운 일이다. 순전히 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사춘기와 반항기가 거의 비슷한 시기에 함께 찾아오는 초등학교 고학년과 중고등학교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생활지도와 학습지도에는 정말이지 특수한 기술과 기법이 필요하다. 청소년이라는 특정 시기의 인간에 대한 깊은 성찰이 없으면 가르친다는 사실 자체가 힘들어진다.

 

 최근 어느 지역의 교육현장에서는 민선교육감이 교사들에게 전면적인 체벌금지를 요구했다고 들었다. 감히 묻노니 그 지역의 최고 교육수장은 말로서만 아이들을 멋지게 통제하면서도 동시에 멋진 수업을 해본 그런 완벽한 교육기법을 한번이라도 터득하고 수업을 해본 경험이 있는지 궁금하다. 인터넷상의 이력을 보니 초중등교육현장의 경험은 없는 것 같았다.

 

 오해를 막기 위해서 미리 밝혀두지만 나는 체벌옹호론자아니다. 이 글속에서 교육현장에서 벌어지는 체벌을 인정해야한다는 주장을 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현장에서 벌어지는 일을 정확하게 파악한 뒤 알맞은 교육적인 시스템을 갖추어둠과 동시에 어느 정도의 여유를 두고 신중하게 시행하라는 것이다.  

 

 

 아무리 선하게 생각해도 이런 식으로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앞 글에서도 밝혔지만 일부 언론과 교육관료들은 현장의 교사들을 체벌만능주의자로 매도하는 것만 같아서 너무도 씁쓸하다. 요즘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보면 교사들로 하여금 교육을 하고 싶은 의욕자체를 상실해나가도록 유도하고 있는 중이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다. 

 

 

 지난 7월 말에 내가 사는 지역의 초등학교 5학년 학생 삼백명을 대상으로 해서 지방의 대학교 건물을 빌려 영어캠프를 가진 적이 있었다. 어쩌다가 내가 전체진행을 맡게되어 일을 추진하게 되었다. 나는 행사진행과 생활지도분야를 맡았고 다른 선생님 한분은 학습지도면을 맡아 이끌어나가게 되었다.  

 

 행사가 진행되는 첫날 모이는 그 시각부터 아이들과의 전쟁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냥 진행하면 되지 무슨 생각이 그렇게 많으냐는 식으로 단순하게 여기는 분도 많지 싶다. 겪어보지 않으면 주어진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 잘 모르는 법이다.

 

 대학강당 뒤에는 아이들을 데리고 온 많은 학부모들과 인솔교사들이 지켜보고 있다. 그런 가운데 300명의 아이들을 조용하게 만들어서 개막식 행사부터 매끄럽게 진행해나가야 한다. 

 

 

 감히 제안하노니 딱 10분안에 각학교에서 모인 - 한 학교에서 온 아이들이 아니다. 지식수준과 생할수준이 다 다른 아이들임을 명심해달라 - 300명의 아이들을 어떻게 무슨 방법으로 조용하게 할 수 있을지 한번 이야기 해주면 좋겠다. 공개된 자리이므로 조금만이라도 지나친 언사나 가혹한 방법을 쓰면 학부모들로부터 항의를 받는 것은 물론이고 핀잔의 대상이 된다.      

 

 아이들이라고 하는 게 보통내기가 아니어서 잠시만 방심하면 예측불가능한 안전사고가 발생하는 것은 기본이고, 첫날 첫시간의 인상에 따라 비싼 돈을 들여 실시하는 영어캠프 자체의 성패가 좌우되는 상황에서 교사가 취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 있겠는가를 알려달라는 말이다. 

 

 수많은 눈들이 지켜보고 있으므로 당연히 체벌과 폭언은 안된다. 아이들이므로 부드럽게 말로 하되 훈련잘된 정예병사들을 데리고 작전을 하듯이 물흐르듯이 행사를 진행해 나가려면 어떻게 해야하는가 고민해보았는가라는 이야기다.   

 

 

 첫날 첫시간부터 교사의 머리는 쉴새없이 상황분석에 들어가야하고 300명이라는 대집단과 30명으로 이루어진 지도교사들에 대한 협조와 통제수단을 강구해야 하며 질서를 유지하면서도 품위있게, 그러면서도 깔끔하게 아이들을 다루어나가야 하는 것이 그리 쉬운 일처럼 보이는가 말이다. 

 

 그냥 단순하게 말만하면 생각처럼 쉽게 아이들이 따라 올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이 글을 읽는 분 가운데 아이들을 상대로 대규모 행사를 진행해 본사람이 이 글을 읽고 있다면 내가 하는 말을 대강이나마 이해하리라고 믿는다. 

 

 

 보통 30명으로 이루어진 한학급의 아이들을 통제하는데도 온갖 골머리를 다 앓아야 하는게 교사라는 직업이다. 정책을 입안하는 윗 사람들은 하기 쉬운 말이어서 그렇게 지시하는 줄 모르겠지만 일체의 체벌을 무조건 금지한다는 것은 한마디로 웃기는 이야기다.

 

 잠시잠깐 동안은 조용하도록 만들어서 수업을 해나가는 것이 가능하지만 일년 단위로 움직이는 교육현장에서 장기전에 들어가면 갈수록 말로만 아이들을 효과적으로 다스리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현장교사들은 곧 깨닫게 된다.

    

 

 일체의 체벌을 금지하는 상황에서 아이들을 다루는게 그렇게 간단한 문제라면 일반적인 사회생활에서 여러가지 법은 왜 필요한가? 왜 말안듣는 사람들이 나타나게 되는가? 범죄자들을 말로 타일러서 교화시켜 내보낼 일이지 감옥이 왜 필요하며 판검사와 변호사는 왜 필요하고 경찰과 검찰은 왜 필요한가 말이다. 논리의 비약이 심하다고 하기 전에 아이들 세계도 하나의 사회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범죄사건에서 범죄를 대상으로 수사를 할 때에 수사 기법이 훌륭하면 범죄자는 잡아낼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재범 방지를 위해 인간을 변화시키고 교화를 해서 새로운 인간을 만들어내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다. 학교는 말을 잘듣는 모범생들로만 이루어진 이상적인 사회가 아니다.  

 

 아이들 세계에도 어른들 세계를 뺨치는 갈등이 존재하고 시간시간마다 각종 문제가 발생하며 돌발상황이 수시로 벌어진다. 수업시간에는 단순히 수업만 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수업을 방해하는 한명의 아이만 존재해도 분위기는 쉽게 흐트러지고 학습효과는 곤두박질하고 만다. 

 

  

 요즘 아이들이 얼마나 폭력적인지를 모르는 사람들은 쉽게 생각해서 아주 순수할 것이라고 여기겠지만 교육현장은 살벌함은 상상을 넘어설 정도이다. 초등학교 고학년 아이들의 대화내용이나 행동하는 모습을 언제 한번 보기는 보았고 들어나 보았는지 모르겠다.

 

(이 글속에 등장하는 학교와 아이들의 모습은 내용과 관련이 없음을 밝혀둡니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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