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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교육, 초등교육/교육단상(敎育短想)

교육 얼치기 1

by 깜쌤 2010. 11. 6.

 

 

<이 글 속에 등장하는 실제의 학교 모습들은 제가 평소에 아주 아름답다고 여겨 근무하시는 모든 분들께 고개숙여 존경의 인사를 드리고 싶은 곳입니다. 이 글의 내용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음을 미리 밝혀 놓습니다> 

 

 

   

학교도 학교나름이다.  천국같은 학교가 있는가 같은 지옥보다 더한 괴로움을 주는 학교도 있다.

  

 

 선생이 그렇게 느낄 수도 있고 학생도 그렇게 느낄 수 있다. 선생의 입장에서 보면 이 시대는 학생들 입장만 대변하는 시대가 된 것 같다. 학습권과 교육권같은 개념이 골고루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일방적인 학교때리기교사때리기가 전방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중이라고 봐도 별 무리가 없을 정도로 말이다.

 

 

  지금까지 걸어온 교육현장의 모습을 돌이켜볼때 오순도순 모여 앉아 알차면서도 영글게 학교를 꾸려나갔던 곳이 있었는가하면 몇몇이 전횡을 부리거나, 심지어는 교장 혼자서 횡포를 부리기도 하는 곳에서 근무를 해보기도 했다.

 

 

 그렇더라도 그런 것은 학교경영 자체의 문제였지 아이들이 문제의 대상으로 떠오른 것은 아니었다. 수십년동안 아이들을 가르쳤지만 요즘 아이들처럼 거칠고 무례하고 예의없고 자기만 알며 이기적인 아이들 때문에 힘들어하는 동료교사를 자주 보는 것도 처음이다.

 

 아이들의 변화도 그런 상황인데 이제는 한수 더떠서 어떤 곳에서는 교육행정당국까지 나서서 교사의 손발을 묶어두는 규칙을 예사로 만들어 지시하고 하달하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 아파하게 되었으니 갈수록 가관이라는 생각이 든다.  

 

 

 

 '얼치기'라는 말이 있다. 사전적인 뜻을 끌어오지 않아도 될만큼 누구나 다 아는 말이다. 요즘은 설익은 얼치기들이 교육을 마구잡이로 끌고가는 시대가 된 것 같다. 일부 교육관료들이 나서서 설익은 공약을 남발하는 것도 모자라 대중매체까지 함께 거들며 마구잡이로 압박을 가하는 시대는 일찌기 없었다. 

 

 잘 생각해보니 그런적이 있긴 있었다. 표독스럽게 생긴 어떤 양반이 교육책임자로 등장해서 나이든 교사들은 모두 무능하다는 식으로 마구잡이로 매도하여 수많은 교사들이 자존심 상한채로 무더기로 교직을 떠나던 시절도 있었다.  

 

 

  정치와 교육분야의 얼치기만큼 무서운게 또 있던가? 머리가 어리석으면 손발이 고생한다는 말이 있다. 능력없고 무식한 자가 위에 있으면 아래가 죽을 고생을 하는 법이다.

 

 

 현실과 실상을 모르면서 어설픈 이상을 쫒는 미련스런자들.....  꿈도 야무진 꿈이 아니라 허황한 꿈을 꾸는, 그야말로 어리석은 자가 꾸는 꿈을 이루어내기 위해 현장에서 벌어지는 고통조차 애써 외면하는 무리들.....

 

  

 학교에는 별별 아이들이 다 존재한다. 순한 양이 있는가 하면 사나운 뿔을 갈아두고 날세운 상태로 닥치는대로 휘젓고 다니는 염소도 있다.

 

 

 문제는 분위기를 흐리고 물을 흐리는 염소들을 통제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사나운 뿔을 가진 염소가 마구 날뛰는 좁은 우리 속에서 방어수단이  없는 다수의 순한 양은 그 피해를 고스란히 앉아서 당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대표격인 어느 도시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는 전국적인 현상일 것이다.

 

 

 어느 초등학교든 간에 이제 6학년 담임하기는 기피대상 제1호로 떠오르고 있다. 학교에 가서 길을 막고 교사들에게 물어보라. 몇학년 담임을 하고 싶지 않은지 한번 물어보기 바란다. 초등학교가 이럴진대 일부 중고등학교는 말해서 무엇하겠는가?

 

 

 교직의 여성화가 상당히 이루어진 요즘, 기가 보드러운 여선생님들 가운데는 막무가내로 대어들고 반항하고 아무렇게나 마구 상스런 욕설을 뱉어내는 아이들을 이기지 못해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아 직장생활을 포기하기도 한다. 

 

 

 여교사만 그런게 아니다. 어지간한 남교사들도 고학년 아이들 지도는 힘들어한다. 아이들을 잘못 건드리면 큰일나는 분위기다. 아이들만 교사를 괴롭게 하는 시대가 아니다.  



 

 "그깟 아이들을 못이기느냐'는 식으로 말할 수도 있다. 아이들을 통제할 모든 수단을 다 막아놓고 말로 해서 다스리고 가르치라고? 말로만 타이르고 벌점만 부여하면 말을 잘 들을 것 같으냐고, 정말로 그렇게 해보는것이 가능하기나 했느냐고 묻고 싶다.

 

 

 현실과 이상은 다른 법이다. 교사가 상대해야 할 대상은 아이들만 있는게 아니라는 것이다. 교사가 아이를 가르치는 이면에는 학부모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왜 무시하는지 모르겠다.

 

 

 자기 아이에게 자그마한 피해가 가거나 자기 자녀가 손해를 입었다고 생각이 되면 학교나 상급기관에 항의하는 것은 기본이고 다양한 대중매체를 이용해서 교사를 곤경에 빠뜨리는 것이 어디 한두번이던가? 상급기관이든 어디든 민원을 제기하면, 제기된 민원에 대해서는 어떻게라도 처리를 해주어야 하는 고충을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학교를 이 지경으로 무너뜨린 것이 누구이던가? 학부모를 포함한 일반국민들이 보기에 수준낮은(?) 교사가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지는 않는다. 교사에게는 전적으로 책임이 없다는 식으로 강변하자는게 아니다. 나도 내 자신이 많이 부족한 교사임을 인정한다.

 

 학교를 파괴한 책임이 교사들에게만 있는가 물어보고 싶다. 내가 아는 어떤 초임교사는 아이들을 잘 지도해보겠다고 열심을 내다가 아주 작은 일로 인해 학부모로부터 문제제기를 당해 돈을 물어주기도 했다.

 

 

 자기 자랑을 하는 것 같아 이야기 꺼내기가 좀 뭣한 소리지만 나는 수업하는것과 아이들을 다루는데 있어서만은 베테랑이라는 소리를 듣고 살았다. 아이들을 때리지 않고 말로 다루어온지가 이제 거의 이십여년이 되어간다. 남들이 기피하는 6학년 담임을 올해로서 스물여섯번째로 하고 있다.

 

 내가 살아온 날을 돌이켜 보았을때 후회는 없다. 하지만 지금 일선현장에서 일어나는 일을 보고 있노라면 한숨부터 나온다. 많은 우수한 젊은이들이 안정된 직장이라는 인식에 사로잡혀 교직사회에 발을 딛겠다고 임용고시를 준비하며 공부에 매달리지만 막상 학교현장에서 일어나는 일을 미리 안다면 교직을 지원한 것에 대해 후회하지 싶다.

 

 

 최근 벌어지는 일련의 사태들을 보면 어이없다는 지경을 넘어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다. 피울음을 뒤에 깔고 나오는 진한 헛웃음 말이다. 제발 이론에만 매달리지 말고 탁상공론에 신경쓰지 말고 현실을 보기 바란다.   

 

 

 1980년대에 교복자율화를 해보고 난 뒤에서야 학부모들의 옷값 부담이 만만치 않다는 사실을 느꼈기에 이제는 어지간한 중고등학교에서는 모두들 교복을 착용하지 않는가?

 

 

 일선 학교가 마구잡이로 무너져 내리는 모습을 보며 자란 아이들도 얼마 안가서 어른이 될 것이다. 그들이 기성세대가 되어 막가는 사회가 이루어져가는 것을 보고서야 잘못된 교육의 폐해가 얼마나 큰것인지 비로소 깨닫게 되도록 기다려야 하는 것인가?

 

 

 요즘 아이들이 얼마나 흉포한지 알기는 아는 것인가? 아이들을 가르치고 지도하기가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보기는 보았으며 듣기는 들어보았는가? 알찬 수업을 하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운지 경험해 보았던가?

 

 

 나는 그동안 희망을 가지고 살았다. 하지만 이제는 잘되어 갈것이라는 희망을 꿈꾸지 않기로 했다. 지금까지 나는 불평분자가 아니었다. 승진을 못했다고 해서, 출세를 하지 못했다고 해서 괴로워해본 적도 없었고 평교사로 살아온 것에 대해 부끄러움을 느끼지도 않았다.

 

 젊었던 날에는 빨리 출근해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어 잠을 설쳤던 밤도 제법 되었다. 남들이 다 퇴근한 후에 늦게까지 남아 교육방송을 보고 녹화하며 수업자료를 만드는 일을 해도 힘들지 않았다. 과로로 인해 죽을 고생을 하면서도 불평은 하지 않고 살았다. 좌절도 하지 않았다. 


 

 이제는 그렇지 않다. 성취감보다는 좌절감이 더 크다. 그렇다고 해서 나에게 아이들이나 학부모로 인해 무슨 괴로운 일이 생겼던 것은 아니다. 다만 돌아가가는 교육 현장의 모습과 현실이 너무 안타까워서 하는 소리일 뿐이다. 

 

 

 온 사방에 교실이 무너져 내리는 소리가 가득하다. 무너져서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무너뜨리려고 작심한 듯이 보이는 사람들 때문에 마음이 아리다. 아리다 못해 슬프기까지 하다.

 

  

 서글픈 현실이 나를 이리도 아리게 속쓰리게 만든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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