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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10 중국-신강성:실크로드(完)

공안(公安)의 두얼굴 3

by 깜쌤 2010. 12. 22.

 

정체구간을 빠져나와서 시내를 달리는데 우루무치 역부근까지 오니 또 밀리기 시작하는 것이다. 운전기사도 장강로 파출소가 어디인지 정확하게 모르는 것 같았다. 수시로 차를 세우고는 물어보는게 아닌가?

 

 벌써 날이 저물고 있었다. 이래가지고서야 언제 확인서 받는 문제가 해결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차는 가다가 서다가를 반복하고 운전기사는 정확하게 어디인지 잘 모르는 것 같고..... 

 

 참 난감한 상항이었다. 그러다가 마침내 운전기사는 차를 길가에 세우더니 교통봉사를 하던 완장 찬 어떤 위구르족 아줌마에게 파출소 위치를 묻길래 조금을 더 가다가 택시에서 내리기로 결심했다. 그들의 대화에서 파출소가 가깝다는 것으로 알아들었기 때문이다. 걸어가는게 빠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에게 끝없는 친절을 베풀어준 시공안국의 몽골족 엘리트 경찰 - 검은제복을 입은 젊은이가 바로 그 경찰이었다>

 

운전기사에게 팁을 포함해 요금을 후하게 안겨주고 과감하게 내렸다. 아까 아줌마가 가르쳐준 방향으로 걸었지만 파출소는 보이지 않았다. 다시 상황이 난감해지려는 찰라, 아까 운전기사가 길을 묻던 아줌마가 내 눈에 들어왔다. 나는 위구르족 아주머니에게 파출소의 위치를 물었더니 그 아주머니는 흔쾌히 자기를 따라오라는 것이었다.

 

 아주머니를 따라 걸었다. 한 15분정도 걸었으리라. 두서너번 방향을 바꿔 걸어서 마침내 파출소를 찾아냈다. 아주머니는 성격이 활달한 분이었다. 만나는 사람마다 인사를 하고 대화를 나누는 자세로 보아 예사 사람이 아니었다. 

 

 

 

  

파출소에 들어가기 전 나는 배낭에서 작은 기념품(필기도구)을 꺼내 아줌마에게 드렸다. 아주머니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사라져갔다. 파출소는 외진 곳에 있어서 우리 힘으로는 찾기가 불가능했다.

 

예쁜 여자 경찰이 우리를 맞아주었는데 그녀는 영어가 제법 능숙했다. 그녀에게 시공안국 경찰이 써준 사유서와 친구가 미리 만들어간 경위서를 제출했더니 흔쾌히 분실신고서를 만들어주려고 했다.

 

하지만 그녀의 상관이 문제였다. 파출소장쯤으로 되어 보이는 간부가 반대를 하고 나선 것이다. 중국어로 이야기를 한다고 하지만 발음이 비슷한 단어는 약간 알아들을 수 있으므로 대강 이해는 된다.

 

"우루무치에서 분실사고가 났다는 것을 인정해주는 확인서를 써주는 것은 신강 경찰의 위신과 중화인민공화국의 체면이 걸린 문제"라는 뜻으로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나누는 것 같았다.

 

 젊은 경찰아가씨는 정식 분실사유서는 써주기 어려우니 정식으로 신고를 하고 내일 경찰서에 출두해서 진술서를 쓰면 약식 서류 정도는 만들어줄 수 있다는 뜻으로 상관의 뜻을 나에게 전해왔지만 이번에는 내가 거절했다. 우리 일정을 다 희생해가며 다시 경찰서에 출두하고 조서를 꾸민 뒤 정식 서류를 만들겠다니 이런 관료주의가 어디 있겠는가 싶었기 때문이었다. 

 

 

             <투르판과 우루무치 사이의 고속도로 휴게소 풍경>

 

 여자경찰은 우리를 진심으로 도와주고 싶어했지만 나이든 경찰간부가 문제였다. 그의 완강한 태도 때문이었는지는 몰라도 결국 내 친구가 확인서 받기를 포기하고 말았다. 그냥 나가자는 것이다. 나도 이젠 더 어떻게 해볼 수가 없었다. 워낙 점잖은데다가 국제적인 매너가 반듯하게 배인 친구가 포기하겠다는데 더 이상 물고 늘어질 수가 없었던 것이다.  

 

파출소 밖을 보니 날이 어두워져 가고 있었다. 이젠 호텔로 돌아가는 길이 문제였다. 호텔에서 얼마나 먼지도 잘 모르겠고 몇번 버스를 어디에서 타야할지조차 모르니 상황이 다시 암담해졌기 때문이다.

 

이왕 이렇게 되었으니 경찰들에게 한번 들러붙어보자 싶어서 홍산공원 부근으로 돌아가는 방법을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그들은 확인서 떼주기를 거절한 것이 못내 미안했던지 퇴근하는 경찰 한명이 집으로 가는길에 우리는 태워주겠다는 것이었다.

 

나는 못이기는 척하고 받아들였다. 결국 우리는 경찰이 모는 승용차를 타고 시내로 돌아오게 된 것이다. 돌아오는 길은 지독한 교통체증속을 뚫고 나오는 것과 같은 일이었다. 완전한 교통무질서 상황이었다.

 

 

결국 친구와 나는 오일로 야시장 부근까지 와서 승용차에서 내렸다. 야시장의 위치는 알고 있으므로 호텔까지 돌아가는 것은 쉬웠던 것이다. 오늘 우리는 참으로 귀한 것을 배웠다.

 

 나는 중국 경찰의 두 얼굴을 보았다. 친절과 권위주의, 보신주의와 외국인에 대한 자세등을 배운 것이다. 중국은 많이 변하고 있었다. 경찰의 위세는 예전같지 않았고 훨씬 친절해졌으며 그러면서도 일부 상관들의 보신주의는 여전한 것 같았다. 우리들에게 친절을 베풀어준 여러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드리고 싶다. 

 

 

 

우리는 걸어서 호텔로 돌아왔고 너무 피곤했던 터라 저녁은 부근 음식점에서 국수 한그릇으로 때우고 일찍 쓰러져 자야만 했다. 정말이지 길고 긴 하루였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