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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10 중국-신강성:실크로드(完)

공안(公安)의 두얼굴 2

by 깜쌤 2010. 12. 21.

 

친구와 나는 다시 호텔을 구하러 나섰다. 아무 호텔이나 들어가면 되지 뭘 그렇게 어렵게 하느냐는 식으로 여기면 곤란하다. 중국은 외국인이 출입할 수 있는 호텔을 따로 지정해 두었기 때문이다. 인민공원 부근에 외국인 투숙이 가능한 속팔빈관이라는 호텔이 있다길래 찾아나섰다.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는데 문제는 숙박비가 너무 비쌌다는 것이다.

 

있는 사람들 입장에서야 아무것도 아니지만 나같이 가난한 여행자에게는 비싸게 느껴졌던 것이다. 3인용 방은 없었고 더블룸은 비싸서 포기하고 말았다. 장강로를 향해 걸어가다가 금산빈관이라는 건물이 보이길래 무작정 들어가 보았다.

 

 

카운터의 주인은 우리가 외국인임을 알고 곤란하다고 말하며 거절했다. 밑져봐도 본전이라고 생각해서 나는 다르게 물어보았다.

 

 "우리는 사흘을 머무르고 싶소. 어떻소?"

 

그랬더니 주인은 안색을 바꾸었다. 다른 직원과 상의를 하더니 가격을 제시해오는게 아닌가? 돈벌 수 있는 기회를 어찌 그들이 마다할소냐 싶었다. 2인실은 158원, 1인실은 118원을 부른다. 물론 나도 두말없이 동의했다. 시설좋지, 방 깨끗하지, 중심가에서 가깝다는 잇점까지 있으니 금상첨화격이다.

 

 "우리는 모두 세명이오. 우리 짐이 다른 곳이 있으므로 짐을 찾은 뒤 다시 오겠소. 20분 뒤에 말이오."

 

 

다시 팍슨 백화점 부근까지 가서 일행을 만난 뒤 배낭을 매고 호텔로 갔다. 이제 숙소를 구해야 한다는 한 문제는 해결해두었다. 우리는 체크인이고 뭐고 할필요가 없었지만 만약을 위해 영수증은 한장 받아두어야 했다. 중국인들의 놀라운 돈에 대한 집착력을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벌써 다섯시가 다 되었다. 친구와 나는 다시 택시를 타고 남호에 있는 시공안국을 찾아갔다. 카메라 분실확인증을 받아야했기 때문이다. 오늘은 도대체 택시를 몇번 정도 타는지 모른다.

 

 

시공안국까지 찾아간 우리들은 입구에서 다시 한번 사정을 이야기해야만 했다. 그랬더니 아까 통화를 했던 경찰을 불러내주었다. 이번에는 얼굴을 보고 이야기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우리의 사연을 들은 경찰은 명쾌하게 해결방안을 이야기해주었다. 그런 사건은 사건이 벌어진 관할 파출소에 가야한다는 것이다. 그와의 긴 이야기 끝에 사건의 관할파출소는 우루무치 역을 지나 더 동쪽에 있는 장강로 파출소에 가서 처리하는 것이 옳다는 유권해석을 해주었다.

 

그렇다면 그 파출소는 도대체 어디에 가서 어떻게 찾아야 한다는 말인가? 어이가 없었다. 그런 곳을 찾는 것은 우리에게 너무 어렵고 힘든 일이라고 이야기를 했더니 그는 종이에다가 우리의 사연을 한자로 적어주면서 선처를 부탁한다는 내용까지 덧붙였다. 그의 친절은 더없이 고맙고 감사했지만 속된 말로 하자면 우리는 거의 돌아버릴 지경이 되었다.  

 

 

그는 우리를 데리고 큰길로 나섰다. 이 친절한 엘리트 경찰은 우리를 위해 택시를 잡아줄 모양이었다. 그리고는 운전기사에게 창지앙루(長江路)파출소까지 이 외국인들을 잘 태워주라는 부탁을 하려는 것이었다. 시공안국 앞에서는 택시잡기가 너무 힘들었다.

 

그는 우리를 위해 다른 도로에 가서 택시를 세웠지만 경찰의 힘도 택시기사들에게는 별로 위력이 없는 것 같았다. 나중에는 시장앞까지 따라와서 택시를 잡아주기 위해 사방으로 뛰어다녔다.

 

국립경찰학교 출신이라는 그는 우루무치가 고향인데 핏줄은 한족이 아니고 몽골인이라고 했다. 자기 이름은 기어이 밝히지 않았다. 그는 참으로 정직하고 바른 사람이어서 내가 주려는 작은 선물도 끝까지 마다했던 모범경찰이었다. 한참 고생을 한 끝에 마침내 택시를 탈 수 있었다. 그 젊은 경찰이 너무 고마웠다. 이 글을 통해서나마 진심으로 그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그런데 말이다. 문제가 생겼다. 택시를 타고 보았더니 미터기가 없는데다가 러시아워로 인한 극심한 교통체증에 걸린 것이다. 도로는 막혔지 시간은 자꾸가지.....  땀이 바작바작 솟았다. 미터기가 없으면 틀림없이 나중에 요금 때문에 시비가 붙게된다. 나는 기사에게 요구했다.

 

"미터, 플리즈"

 

 그런데 기사는 영어를 거의 몰랐다. 정말이지 난감해졌다. 오늘은 시비가 붙어도 단단히 붙겠다 싶었다. 간신히 체증구간을 빠져나와 차가 달리는데 운전기사는 휴대전화를 꺼내더니 어디론가 자꾸 전화를 해대는 것이었다. 중간중간에 '한궈런(=한국인)'이라는 말을 쓰는 것으로 보아 상대방과 우리 이야기를 하는게 틀림없었다.

 

 어쩌면 자기친구와 우리를 털려고 모의하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은근히 불안해졌다. 그러다가는 또 다른 번호를 눌러서 통화를 하고..... 나는 서서히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마침내 어떤 사람과 통화가 되었는지 그는 나에게 전화기를 넘겨주었다. 전화기 속에서는 놀랍게도 영어가 쏟아져 나왔다.

 

 

"여보세요, 한국인 양반. 나는 택시 운전기사의 친구입니다. 택시 안에 미터기가 없어서 걱정인 모양인데 염려하지 마세요. 그 친구는 아주 정직한 사람이어서 정해진 요금만 받을 것입니다. 그냥 안심하고 타고 가면 됩니다."

 

대강 그런 내용이었다. 나는 정말 감격했다. 전화를 끊고 내가 고맙다고 기사에게 인사를 하자 그는 주민등록증 비슷한 자기의 신분증을 내보였다. 자기는 위구르사람인데 정직하게 사는 것을 아주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이었다. 순간적으로 사람을 의심하기까지 한 내가 너무 부끄러워지고 말았다.

 

<사진은 모두 투르판과 우루무치 사이의 풍경을 찍은 것이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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