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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10 중국-신강성:실크로드(完)

공안(公安)의 두얼굴 1

by 깜쌤 2010. 12. 20.

 

이제 마지막 행선지인 우루무치로 가는 날이다. 우루무치로 가서 천산과 남산목장을 다녀오면 일정이 거의 마감될 것 같았기에 아침식사를 하고 체크아웃을 한 뒤 출발하기로 한 것이다. 아침식사요금은 호텔 숙박요금속에 포함되어 있었으므로 가던 곳에 가서 식사를 했다.

 

 체크아웃을 하는데 내가 받아내어야 할 보증금액에서 20원을 덜 주길래 한바탕 쇼를 했다. 물론 우리 잘못은 아니다. 호텔 남자직원과 여자직원 사이의 의사소통이 불충분했던데서 온 문제였다. 나는 기어이 20원을 받아내었다. 그 정도의 돈이야 내가 손해봐도 되지만 내가 물러서면 한국인의 위신문제와도 관계가 된다 싶어서 끝내 물러서지 않았다. 

 

 그들이 20원을 받아가라고 할때 나는 친구더러 그 돈을 받으라고 했다. 내가 그 돈을 받지 않는대신 당신들의 행동에 관해서는 한국에 돌아가서 인터넷에 소상하게 소개하겠다고 했더니 그들이 굴복하고 돈을 내어주었던 것이다.

  

 

중국인들의 돈에 대한 집착은 놀라울 정도다. 놀라울 정도가 아니라 그 이상이다. 어찌보면 병적이라고 불러도 좋을 것이다. 나는 중국인들과의 돈거래에 있어서는  끝까지 물고 늘어진다. 내가 기분 좋은 상태에서는 그냥 인심을 쓸 수 있지만 손해는 보지 않겠다는 것이 기본 신조이다.

 

우리는 대형버스를 타고 우루무치로 향했다. 투르판에서 우루무치 가는 버스는 자주 있다. 우루무치 터미널에 도착했더니 특경들이 버스를 둘러싸고는 신분증을 보자고 했다. 검문이 삼엄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나는 고민을 했다. 천산에 가서 야영을 할 것인가 아니면 우루무치에 근거를 두고 여기저기 돌아다닐 것인가 하는 문제에 대한 고민 말이다. 어지간하면 천산 기슭에 자리잡은 남산목장에 가서 하루 숙박을 하고 싶었다.

 

버스가 도착하니 비가 조금 내렸다. 비가 오는 것을 보고 나는 마음을 굳혔다. 시내에 머무르면서 다른 곳을 보기로 한 것이다. 여름이라고는 해도 천산 기슭같은 고지에서의 야영이나 게르에서의 숙박은 상상을 넘어서는 추위때문에 고생을 해야 한다는 사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오늘은 경찰서를 찾아가야했다. 친구가 잃어버린 카메라에 대한 분실확인증을 받아야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중국 공안이 발급한 분실확인증이 있어야 돌아와서 보험회사에 보상청구를 할 수가 있다.

 

 경찰서를 찾는게 급선무였다. 그래서 우리는 일단 택시를 타고 론리 플래닛 구판에 소개된 경찰서를 찾아갔다. 론리 플래닛 구판 기사에 의하면 건강로에 있는 공안국 외사과(外事科)에서 확인증을 발급한다고 해서 찾아간 것이지만 그런 곳은 없었다.

 

주위 사람들에게 묻기도 하고 경찰인듯한 사람들에게 묻고물어 간신히 알아낸 바에 의하면 우루무치시 공안국(公安局)에 가란다. 그 곳은 남호에 있다는게 아닌가? 남호는 또 어디란 말인가?

  

지도를 꺼내놓고 확인한 끝에 대강 감을 잡았다. 길거리에서 다시 택시를 탔다. 여관도 정하지 못하고 이게 무슨 고생이란 말인가? 남호에 있다는 시공안국을 찾아갔더니 완전무장을 한 특경들이 입구에서부터 출입단속을 하고 있었다.

 

 

    <투르판에서 우루무치로 가는 길에 본 풍경 - 산 밑으로 기차가 지나간다> 

 

 이번에 같이 여행을 했던 친구는 아주 치밀한 사람이었다. 워낙 주도면밀하게 일을 추진하는 친구여서 그가 한자로 미리 작성한 사유서를 보여주면서 입구를 지키는 경찰에게 우리의 사연을 이야기했다. 우리의 이야기를 들은 그들은 무전기에 대고 어디론가 한참 이야기를 해댔다. 그리고는 영어가 되는 자기 동료를 불러주겠다고 하더고 하더니 무전기를 넘겨준다.

 

 다시 한번 사연을 길게 이야기를 했더니 지금은 다른 업무를 봐야하므로 안되니 오후 4시 넘어 오란다. 이 정도가 되면 왕짜증이 난다. 그러나 어쩌랴? 우리가 약자이지 않은가? 오후 4시 넘어 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다시 택시를 탔다. 이젠 시내에 들어와서 여관을 구해야 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시내 중심부 홍산공원 부근의 팍슨(Parkson) 백화점 앞에 내렸다. 여긴 조금 아는 곳이다. 몇번 와본 곳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오늘 묵으려고 하는 곳은 청년여사라는 게스트하우스이다. 게스트하우스는 호텔과 다르다. 일단 시설이 많이 떨어진다고 봐야한다.

 

일행 한분에게 배낭을 봐달라고 하고는 친구와 함께 게스트하우스를 찾아나섰다. 지나가는 청년에게 물어 안내해주는대로 찾아가 보았더니 팍슨 백화점 뒤쪽이었다. 게스트하우스 분위기는 나에게 너무 익숙하다. 지금까지 배낭여행을 하면서 줄기차게 이용했기 때문이다.

 

 

 시설은 짐작하고 있었던 대로 당연히 후졌다. 중국 서부에서 게스트 하우스가 고급이기를 바라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하지만 카운터의 아가씨는 친절했다. 우리는 3명이어서 도미토리를 원했는데 아가씨의 안내로 따라가서 방안을 보았더니  먼저온 홍콩 아가씨가 한사람 들어있었다. 나머지 침대 3개가 비어있었지만 일행 한분이 이런 상황을 견디지 못할게 뻔했다.

 

 

                         <청년여사에서 만난 터키 아가씨 셀마>

 

 결국 우리가 묵을 형편이 안되는 것으로 판단했다. 돌아나오려는데 서양인 아가씨가 한사람 앉아있는게 보였다. 물어보니 터키에서 왔단다. 셀마라는 이름의 예쁜 아가씨였는데 우리가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까 엄청 반갑게 굴었다. 한국에 관한 정보를 알고 싶다고 해서 배편과 항공편 이야기와 함께 몇군데 도시를 추천해주었다.

 

 나중에 그녀는 나에게 이메일을 보내왔었다. 너무 늦게 연락을 해오는 바람에 경주에서 만나지 못하고 그냥 일본으로 떠나보내야 했다. 그날따라 내가 도저히 빠질 수 없는 약속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게스트하우스를 나온 우리들은 걸어서 다시 팍슨백화점 앞에 오니 우리 배낭이 그냥 한곳에 우두커니 남겨져 있는게 아닌가? 난 기겁을 했다. 배낭을 지켜야 할 사람이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이리저리 살펴보았더니 그 분은 다른 곳에 태평스레 앉아있었던 것이다.

 

"어허허허허허허허허~~~"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나왔다.

 

<사진은 모두 투르판우루무치 사이의 풍경입니다. 아가씨만 빼고........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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