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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10 중국-신강성:실크로드(完)

사기꾼들 2

by 깜쌤 2010. 11. 30.

 

 포도구 입구가 몇군데나 되는지 모르지만 우리가 도착한 곳은 음식점들이 즐비하게 늘어선 곳이었다. 차를 대어놓고 기사가 이끄는 곳으로 갔다. 기사는 영어를 거의하지 못했기에 의사소통이 어려웠지만 착한 한국인인 우리들은 기사의 점심 정도는 대접하겠다는 뜻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사진을 보면 4호(號)라는 글자가 보일 것이다. 우리가 들어간 곳은 바로 옆집인 3호 가게였다. 간자를 쓰는 중국인지라 號를 이제는 号라고 쓴다. 3호 가게를 특별히 기억해두기 바란다. 사진에 보이는 4호가 아니다.

 

 

 이 사진은 4호 음식점의 실내다. 우리가 신종 사기수법에 걸려든 곳은 3호 가게임을 명심하시라. 우리가 사용하는 차를 운전하는 기사가 들어갔기에 우리도 따라 들어갔다. 이제는 음식을 시킬 차례다. 당연히 채단(菜单)이라고 쓰인 메뉴판을 가져다 준다. 채단이 곧 메뉴판을 의미한다.

 

 메뉴를 훑어보았다. 중국서부에는 국수 한그릇에 비싸도 10원 정도면 해결난다. 10원이라면 우리돈으로 1900원 내외이리라. 그런데 여기는 관광지답게 기본이 20원부터로 되어 있다. 물론 이해는 간다. 이 무더운 곳에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두고 기본적으로 품질좋은 청포도까지 가져다 주니 그 정도는 받아야할지도 모른다. 이런 면에서는 우리나라도 중국과 별다른 바는 없다. 일본은 안 그런 곳이 많았지만 말이다.

 

 

 나는 가격표를 보는 순간부터 불쾌해지기 시작했다. 만만한 곳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청포도까지 한접시 내어다 주니 은근히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중국인들이 어떤 사람들인데 공짜로 무얼 주겠는가 말이다. 여기 주인은 한눈에 척 보아도 위구르인이긴 했지만......   

 

 나는 트러블이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서 무엇이든지 물어보고 확인해보는 성격을 가졌다. 여행경험을 통해 가지게 된 습관이지만 같이 간 한분이 내가 확인하기도 전에 느긋하면서도 편안하게 먹기를 시작하니 어쩔 수 없이 같이 포도를 먹게 되었다.  

 

 

 채단을 보고 내가 시킨 것은 정정초면(丁丁炒面)이다. 반면(拌面 판미엔)은 다른 사람이 시켰다. 반면을 굳이 우리말로 옮긴다면 비빔면 정도가 될까? 두번째 것은 (?)유육반면인데 제일 앞에 있는 글자를 모르겠다. 어떤 기름과 고기로 만든 소스에 비벼먹는 국수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제일 먼저 위구르족의 대표음식인 판미엔(반면, 拌麵)이 나왔다. 판미엔은 소스에 비벼 먹는다는 뜻을 지녔다고 한다. 바로 위에 올려둔 사진이 바로 내가 주문한 국수인데 글씨가 제일 많은 국수다. 무슨 기름과 고기등이 들어있다는 의미를 지닌 한자 말이다. 눈으로 대강 봐도 양고기와 고추, 토마토로 만든 소스가 들어갔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우리에게 가져온 채단에 의하면 정정초면은 20원이었고 내가 시킨 복잡한 녀석은 25원이었다. 음식을 내어오는 순서가 이상했으므로 채단을 다시 가져다 달라고 해서 가격과 글씨를 확인했던게 나중에 도움이 되었다. 이게 무슨 국수인지를 확인까지 하고 먹었던 것이다.

 

그렇게 국수를 시켜먹고 계산서를 요구했더니 가져온 종이가 바로 위에 위에 올려둔 사진이다. 이해가 안되는 분을 위해 정리를 해드린다. 그들이 적어온 종이의 글씨 내용을 정리한다면 대강 아래와 같이 될 것이다.

 

1. 정정초면 2개 - 60원(한그릇당 30원)

2. (?)유육반면  1개 30원(한그릇당 30원)

3. 반면 1개 - 1개 30원(한그릇당 30원)

합계 120

 

 하지만 우리가 계산해 둔 것은 달랐다. 우리 계산은 아래와 같다.

 

1. 정정초면 한그릇당 20원 - 두그릇이니까 40원

2. (?)유육반면 - 25원

3. 반면 - 25원

합계 90

 

 3호식당에서 요구한 금액은 120원이고 우리가 계산해둔 금액은 90원이다. 그런데 120원을 요구하는게 아닌가? 30원 차이가 나는 것이다. 30원이라면 우리나라 돈으로 칠 경우에는 약 6천원이 안되는 돈이지만 돈 액수가 문제가 되는게 아니다. 이런 것은 신뢰에 관한 문제가 아니던가?

 

 순간적으로 성질이 올랐다. 채단을 다시 가져오라고 했다. 그런데 말이다, 놀라운 일이 일어난 것이다. 계산서를 들고온 예쁜 위구르 아가씨가 들고온 채단은 아까 우리에게 처음에 보여준 그게 아니었던 것이다. 

 

 음식 가격이 훨씬 비싸게 적힌 다른 메뉴판을 들고 오는게 아닌가? 아하, 메뉴판 바꿔치기 수법을 쓰는구나 싶었다. 하지만 우리도 호락호락하게 넘어갈 등신같은 백성들이 아니다. 상황을 짐작한 내 친구와 내가 동시에 역정을 내며 아까 보여준 그 채단을 들고 오라고 고함을 질렀다.  

 

 

 그러자 주인과 아가씨의 얼굴 표정이 달라졌다. 여기서 물러나면 우리가 바보가 될 가능성이 높다. 나는 어느 나라든지 여행을 하면서 음식을 시킬 경우에는 반드시 가격을 먼저 물어보고 메모를 해둔다. 메모한 종이를 종업원이나 주인에게 보여주어가며 음식을 주문하고는 메모지를 보관해두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는 잠시 방심하고 메모를 해두지 않았다. 그게 문제였다.

 

 하지만 내혼자 본게 아니므로 자신이 있었다. 메뉴판을 가져오라고 큰소리를 질렀더니 주인과 종업원들이 우물쭈물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교활한 장사치들답게 일단 냉정을 되찾고는 다른 손님들에게 음식 서비스를 한다. 그런 뒤 그들은 서로 무슨 말을 주고받았다. 자기들 말을 사용하므로 내가 알아들을 수는 없다.

 

 그러더니 그들은 90원으로 정정해준다. 90원만 내라는 것이다. 결국 우리가 이겼다. 처음 가격을 지불한 것이지만 위구르인들에 대한 신뢰는 그 순간에 산산조각이 났다. 음식값이 처음부터 터무니없이 비싼 것도 그랬지만 이런 식의 사기수법은 처음본다.

 

 다음에 포도구에 가는 분이 있다면 입구의 3호 음식점에서는 특별히 조심하기 바란다. 여행을 하면서는 무슨 일이든지 여물게 처리하는게 옳다. 중국인들이 어떤 사람들인가? 싸잡아서 비난하는 것은 아니지만 중국과 중동지방은 배낭여행하는 것이 결코 쉬운 나라가 아니었다.

 

 회교도들이 사람등을 치는 수법은 상상을 넘어서는 경우가 많았다. 이란에서도, 터키에서도 그런 경우를 많이 당했다. 중국도 여행하기가 어려운 나라에 들어간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나는 지금까지 다섯번에 걸쳐서 중국 배낭여행을 했다. 중국에서는 조금만 방심하면 뒤통수를 맞게 되어있다. 특히 중국 여행은 낭만이 아니다. 여행은 생존의 문제였던 것이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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