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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교육, 초등교육/교육단상(敎育短想)

창의 인성교육이 필요하다고?

by 깜쌤 2011. 6. 20.

 

한때 열린 교육이 유행했었다. 김영삼대통령이 집권하고 있던 문민정부 당시의 일이라고 기억하는데 획일적이고 주입식이며 입시위주로 돌아가는 교육에 대한 반발로 나타난 자연스런 흐름가운데 하나였다. 특히 경북지방에서는 생각이 앞서나가던 교사들을 중심으로 제법 심도있게 논의가 되어 실천가능성을 점치면서 조심스레 도입을 해나갔던 것으로 기억한다. 

 

누가 강요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 자생적인 흐름이었던 것으로 아는데 교육성과에 급급했던 관료조직이 이 흐름에 끼어들어 열린교육을 무리하게 강요하기 시작했고 결국은 실패라는 멍에를 쓰고 막을 내리고 말았던 것이다. 어리석기 짝이 없는 시골선생의 좁은 소견에서 받은 느낌이긴 하지만 최근 우리나라 교육부에서 밀어붙이고 있는 중요시책들은 핀란드 교육의 장점(?)을 모방한 것이 아닐까 싶다.

 

 

 

세계최고의 실적을 나타내는 핀란드식 교육의 장점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지만 학력신장만을 부르짖으며 학교사이에 지나친 경쟁을 조장한 결과 현재 교육현장 일선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은 과잉학습과 주입식 교육으로 인한 황폐화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초등학교의 경우 21세기를 살아나가기 위한 국가생존차원의 커다란 흐름이라고 하는 창의인성교육이 발을 붙일 자리가 없도록 만들어나가고 있는 것이다. 교육이 추구해야할 목표와 그를 실현하기위한 교육정책이 너무 차이가 나서 완전히 따로 노는 괴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당국에서는 이런 사실에 애써 눈을 감고 외면하는듯 하다.

 

오직 학력 학력하고 부르짖는 바람에 전국단위 평가를 치르게 되는 6학년 담임은 안맡는 것이 살길이라는 흐름이 나타난 것은 물론이고 인성교육이 발을 붙일 여력이 없으니 아이들은 갈수록 흉포해지고 버릇이 없어져 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교육을 주관하는 곳에서는 다같이 잘사는 교육을 추구할 것인지 승자가 모든 것을 독식하는 과잉경쟁사회를 만들 것인지에 대한 장기적인 비전이나 로드맵을 가지고 있는지 묻고싶다. 일선현장에서 아이를 가르치는 것을 평생 업으로 삼고있는 선생 입장에서는 교육을 이끌어나가는 높은 양반들의 혜안과 식견과 경륜을 어찌 감히 이해하고 알아차릴 수가 있겠는가마는 오랜 교직생활에서 얻어진 경험으로 볼때는 글쎄라는 느낌이 앞서는 것을 어쩌랴?

 

학력부진아들이 사회에서 낙오되는 현상을 막고 무지에서 오는 빈곤의 악순환이라는 고리를 끊기 위해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사실에는 나도 이의를 달지 않는다. 다만 그것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부작용을 과연 어느 정도로 깊이 인식해서 대책을 강구하고 있는가하고 묻고 싶다는 말이다.  

 

  

살다가 살다가 교육현장이 이렇게 팍팍해지는 것을 보는 것은 처음이다. 교육을 투쟁의 장소로 보고 어린아이들을 대상으로 이념교육을 시켰던 이들도 문제였고 학력만을 지상과제로 삼아 마구잡이로 밀어붙이는 것도 문제이다. 나만 그렇게 느끼는 것인가 싶어 다른 교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기도 했지만 현실에 대한 느낌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직장인들 사이에 이런 농담이 유행했었다. 웃사람이 극도로 무능한데도 너무 부지런하면 아랫사람들이 죽어나고 웃사람이 무능한데도 불구하고 너무 게으르면 그것도 문제라고.....  대한민국 교육을 나혼자서 다 하는 것도 아니며 지구방위를 혼자 맡아 하는 것도 아니니 시키는대로나 하며 소나기가 지나갈때까지 피해있어야할까라는 생각도 해보지만 그렇게는 할 수 없는게 내 천성이다.  

    

 

지난 주말은 토요일임에도 불구하고 오후 5시 넘어서까지 일을 하다가 극도의 피로감을 느껴가며 퇴근을 했다. 처리해야할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다고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니고 월급을 더 받는 것도 아니지만 내가 맡은 사명이기 때문에 감당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그 사명감조차도 흐지부지해지고 있는 중이다. 그저 헛웃음만 나오고 가슴은 헛헛하기만 하다.

 

 

<글 속에 등장하는 학교와 이 글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