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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10 중국-신강성:실크로드(完)

투르판 2

by 깜쌤 2010. 11. 12.

 

 투르판에서 여행자들이 묵기 쉬운 곳 중의 하나는 투르판빈관이다. 7년전에 묵어본 곳이다. 나는 머리 속으로 투르판빈관에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말이다, 버스터미널에 도착하고 나니 바로 눈앞에 호텔이 보이는게 아닌가?

 

 인간의 생각은 간사해서 지금까지 염두에 두었던 투르판빈관의 생각은 순식간에 싸악 사라지고 일단 한번 가까운 호텔에 들어가보는 것으로 마음이 들더라는 것이다. 중국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이름을 가진 교통빈관이다.

 

 

거기다가 터미널 바로 옆이니 이동하기에도 좋다. 좋은 점만 생각하니 이런 곳에 한번 묵고 싶었다. 주저없이 로비로 들어가보았다. 제법 깨끗하고 품위가 있어보인다. 그렇다면 한번쯤은 호기(豪氣)를 부려서 호사(豪奢)를 누려볼 만하다.

 

 

 터미널을 끼고 있는 광장부근에는 레스토랑도 하나 자리잡았다. '길에서의 인연으로 맛잇는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곳'이라면 괜찮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일이 잘 풀리려나 보다.

 

 우리가 도착한 시간이 저녁 6시가 조금 넘었으니 빨리 방을 구한 뒤 쉬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3인실 요금으로 360원을 불렀는데 이틀을 머무르면 얼마를 받겠느냐고 했더니 340원으로 할인을 해준다. 그렇다면 일인당 113원꼴이니 우리식으로 치자면 하루 2만2천원 정도겠다.  

 

 

웨이터를 따라 2층으로 올라갔더니 고급스런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그래, 한번 묵어보기로 하자. 여긴 엄청 더운 곳이다. 이런 곳에서 버티려면 에어컨 시설이 좋아야하고 샤워시설도 좋아야 한다.

 

 

이젠 나이가 있으니 여름에도 찬물로 하는 샤워보다는 약간이라도 따뜻한 물로 샤워하는 것이 낫다. 잔머리를 요리조리 굴려가며 이런저런 것을 따져보았다.

 

 

 결국 우리는 이곳에 묵기로 결정했다. 3인실이라고는 하지만 더블베드 하나에 싱글베드 하나다. 친구와 내가 더블베드를 쓰면 되니 문제 생길 것은 없다.

 

 

욕실을 보았더니 아주 깔끔했다. 역시 돈이 말을 한다.

 

 

물건을 모르면 돈을 주라고 하지 않던가? 하루 113원인데 거기에 아침식사가 포함된 가격이니 손해볼 일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이틀치 숙박비를 내고 짐을 풀었다.

 

 

 우리 방에서 본 터미널 광장의 모습이다. 너무 편리하고 좋은 곳이다. 돈이 비싸서 그렇지 시설은 고급이었다. 배낭여행자들은 이 정도만 되어도 감지덕지한다.

 

 

 우리가 버스에서 내릴 때 우리 배낭을 들어준 사나이는 호남형의 위구르 남자였는데 이 양반이 알고보니 제법 수완이 좋은 1인 여행사를 운영하고 있었다. 그는 우리에게 투루판 부근의 유적지 6곳을 도는 조건으로 450원을 불렀다. 차는 한국산 소나타를 쓰겠다는 말을 덧붙였다.

 

 에어컨 성능이 좋으므로 특별히 현대 소나타를 제공한다는 립서비스까지 덧붙여온다. 일단 방을 정한 뒤에 당신차를 쓸지 말지 결정을 하겠다고 했더니 로비에서 기다리겠다며 우리 팀에 대한 집착을 보였다. 샤워를 끝낸 뒤 로비에 내려가려는데  그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로비에 내려가자 그는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처음부터 우리를 찍어두고 기다렸던 것이다. 아까했던 이야기를 다시 진행했다. 그가 제공하는 차를 타고 투르판 부근의 유적지 여섯곳을 도는데 450원을 내라는 것이다. 투르판의 유적들은 시내에서 제법 멀리 떨어져 있는데다가 유적지 사이의 거리가 멀기 때문에 승용차가 없으면 여행하기가 어렵다.

 

 투르판에서는 우리나라의 시내버스 같은 버스는 아직 일반화되어 있지 않으므로 교통편을 어떻게 쓰느냐 하는 사실에 따라 여행의 질이 결정되어 버린다. 나는 400원을 불렀고 결국 교섭에 성공했던 것이다. 쉽게 말하자면 택시를 하루 대절하여 투르판 인근의 유적지와 관광명소를 돌아본다는 뜻이다. 

 

 

이젠 저녁식사를 해결할 차례다. 일이 잘되려고 그랬는지는 몰라도 터미널을 벗어나자 말자 야시장이 자리잡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투르판 우정국이 있는 앞 광장과 분수대 부근이 바로 야시장 터였던 것이다. 그러면 투르판 시내 지도를 보기로 하자. 바로 아래에 사진지도가 있다.

 

 

 

1 : 교통반점, 투르판 버스터미널

2 : 우정국(=우체국) 및 야시장

3 : 우정국 앞 광장 겸 분수대

4 : 재래시장 

 

사진지도를 누르면 크게 뜰 것이다. 지도 하단에는 축척까지 표시되어 있으니 거리를 계산하기 좋을 것이다. 출처는 구글 위성지도이다.

 

 

워낙 더운 곳이니 야시장 문화가 발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지금까지 내가 가본 야시장 중에서 최고의 장소는 아무래도 태국의 후아힌과 치앙라이, 중국의 우루무치 정도가 아니었을까 싶다.

 

 시장에는 다양한 먹거리들이 즐비했다. 양고기 꼬치구이는 기본이고 우리나라 도가니탕 비슷한 것들과 만두국 등 돈만 있고 배만 크다면 먹을 만한 음식들이 무궁무진했다. 저녁을 먹어야 했으므로 오늘은 만두국을 선택했다.

 

 

작은 테이블에 딸린 의자에 앉아 주문하면 된다. 누가 주인인지 잘 모를 경우도 생기지만 보통은 조리대 뒤쪽 공간에 놓여져 있는 의자에 가 앉으면 주인이 알아서 주문을 받으러 오는 것 같았다.

 

 

요리로 유명한 중국이니 음식이 맛없다면 그게 이상한 일이다.

 

 

야시장 앞에는 분수가 설치되어 있어서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고 있었다. 사막 한가운데서 만나는 거대한 분수라니..... 얼마나 멋진 아이러니이던가?

 

 

야시장 너머로는 제법 규모가 큰 광장이 자리잡고 있다. 광장 위로 달이 떠오르고 있었다. 친구와 나는 광장을 대강 둘러보고는 호텔로 들어갔다.

 

 

로비에 걸린 그림 한장이 눈길을 끌었다. 어찌보니 스페인의 톨레도 분위기같기도 하고..... 중국 사막 한가운데 자리잡은 도시의 호텔 로비에 걸린 그림이라면 틀림없이 이 부근 어디일 것이다. 궁금증에 못이긴 나는 정보를 수집하여 기어이 그림 속의 마을을 찾아 길을 떠났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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