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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10 중국-신강성:실크로드(完)

호탄에서 1

by 깜쌤 2010. 11. 1.

 

 한 여섯시간을 달렸을까? 드디어 버스는 묵옥(墨玉)이라는 도시에 도착했다. 거칠기 짝이없는 황무지만 보다가 오랫만에 만나보는 도시다. 도시 옆으로 강물이 흐르고 있었다. 곤륜산맥의 눈녹은 물이리라.

 

 

 묵옥까지 오자 운전기사가 모두 내리라고 한다. 그리고 다른 버스에 옮겨타라는 것이다. 묵옥에서 호탄까지는 약 30분 거리가 된단다. 우리는 당연히 호탄까지의 표라고 생각했으므로 호탄표를 가진 사람은 손을 들라고 했을때 손을 들었다. 새로 옮겨탄 버스 뒷자리에 앉은 영어 선생님 덕분에 우리는 공짜로 차를 탔다.

 

 나중에 우리가 가진 표를 확인해보았더니 차표는 묵옥까지로 되어 있었다. 모르고 공짜차를 탄 셈이다. 속이려는 의도는 당연히 갖고 있지 않았다. 승객가운데 제일 뒷자리에 앉은 사람은 영어가 되었다. 그는 우루무치에서 대학을 나온 사람이었다. 화전(=호탄)에서 영어교사로 일하고 있다고 했다.

 

 

  

 지도 오른쪽을 보면 묵옥과 화전(和田=호탄)의 위치가 표시되어 있다. 눌러서 크게보는게 더 나을 것이다.

 

 

 묵옥에서 호탄까지는 푸르름이 있었다. 거대한 오아시스 지대였던 것이다. 우리는 마침내 호탄에까지 왔다. 오늘 우리가 머무르고자 하는 호텔은 호탄의 교통반점이다. 우리가 가진 정보가 너무 빈약해서 슬슬 걱정이 되었다.

 

 

 영어 선생의 도움으로 택시를 탔다. 그는 운전기사에게 교통반점이라고 이야기를 해주었지만 운전수는 엉뚱한 곳에다 우리를 데려다 주었다. 호텔 간판을 보았더니 공로(公路)반점이었던 것이다. 나는 기사에게 여기가 아니니 다시 데려다 달라고 요구를 했다.

 

 운전기사는 한자를 잘 모르는 것 같앗다. 외모가 위구르족이었으니 한자를 모를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는 낯선 거리를 빙빙 돌다가 결국 길가에 세워둔 경찰차를 발견하고 도움을 청했다. 내가 내려가서 경찰에게 론리 플래닛 여행안내서에 나온 지도를 보여주고 위치를 물었는데 경찰도 잘 모르는 것 같았다.

 

 책 속에 등장한 호텔 이름 옆에 전화번호가 있었으므로 경찰관은 휴대전화로 호텔에다가 전화를 했고 간신히 위치파악을 한 뒤 운전기사에게 설명을 했던 것이다. 우리는 다시 택시를 타고 교통반점을 찾아갔다. 교통반점은 시외버스터미널을 끼고 있었다.

 

 

 일행준 한분이 '디디하게(희미하게의 경상도 사투리) 그런 것도 모른다'는 식으로 운전기사에게 쏘아붙였다. 물론 내가 황급하게 나서서 말렸다. 나는 택시에서 내릴때 운전기사에게 수고했다고 이야기를 하고 요금에다가 작은 팁까지 더얹어 주었다. 당연히 격려차원에서이다.

 

 인간은 누구나 자기의 실수를 아는 법이다. 그럴수록 더 칭찬하고 인정해주고 격려해주어야 한다. 더구나 우리는 외국인이 아니던가? 기사는 우리가 한국사람이란 것을 알고 있었다. 

 

 교통반점의 접수대 아가씨는 한족(漢族)이었다. 인상 자체가 너무 야무져서 바늘로 찔러도 피한방울 나올 것 같지않은 그런 아가씨였다. 그녀는 얼굴 표정에 걸맞게 돈에 환장한듯한 상술을 보여주었다.

 

 우리로 하여금 좋은 방에 머무르도록 슬며시 유도를 하는데 내 눈에는 그게 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나보였다. 이를테면 방이 없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면서 아주 형편없는 방을 보여주고 좋은 방에 머물도록 유도하는 수법이다. 결국 우리는 2인용 방 두개를 얻었다.

 

 

 방에서는 터미널 마당이 보였다. 돈독이 오를대로 올랐다는 식으로 독하게 나오면 우리도 똑같은 방법으로 갚아준다. 에너지 절약정신에 투철한 나자신이지만 우리는 외출하면서 에어컨을 틀어두었던 것이다. 물론 다른데에서는 절대로 그렇게 하지 않았다.

 

 

 장거리를 다니는 침대버스의 모습을 미리 확인해둘 필요가 있었다. 우리는 일정상 내일 오후에 호탄을 떠나야한다. 24시간 이상을 버스로 움직일 것이다. 그럴 경우 당연히 침대버스를 쓰게 된다. 침대버스 상태가 어떤지 알아야 했으므로 호텔 방에서 사진을 찍어둔 것이다.

 

 

 우리는 이 건물 3층 끝머리에 묵었다. 담 안쪽은 버스터미널이다.  

 

 

 시내구경을 나가기전에 터미널 매표소에 들어가서 버스시간표와 요금을 조사해두었다. 다지털 카메라는 이럴때 정말 유용하다. 메모도 해두지만 사진을 찍어둔 뒤 필요할때마다 불러내어 확대해서 보면 되는 것이다.

 

 

 호탄시 장거리 버스 터미널 건물이다. 새로 지어서 그런지 제법 깔끔했다.

 

 

 계단 아래쪽으로는 옥(玉)을 팔러온 사람들이 가득했다.

 

 

 진짜냐 가짜냐 하는 그런 여부를 떠나 화전(=호탄)은 옛날부터 옥으로 유명한 도시였다. 그 이야기는 나중에 하기로 하자. 우리는 터미널 부근을 슬슬 돌아다녀보기로 했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