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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10 중국-신강성:실크로드(完)

호탄가는 길은 멀었다

by 깜쌤 2010. 10. 29.

 

  예청(=카르길리크, 엽성)에서 호탄(和田)가는 첫차는 10시 출발이다. 북경시간으로 10시이니까 현지시간으로 하면 오전 8시경이 된다. 아침에 욕실 정리를 하다가 컵을 하나 깨뜨렸다. 사진을 찍어두었다가 체크아웃을 할때 보여주면서 이야기를 했더니 보증금에서 10원을 제하고 내어 준다.

 

 단순한 유리컵 하나에 우리돈 2000원꼴이지만 가격에 비해 워낙 시설이 좋았으므로 그 정도는 기분좋게 물어주고 나왔다. 나는 호텔방을 나올때 모든 물건을 반듯하게 정리해두고 나온다. 남이 어지럽게 만들어둔 욕실을 정리하다가 깨뜨린 것이지만 내 자신의 조심성이 부족했다.

 

 터미널 매표소에 들어가본 나는 거의 기절할듯이 놀라고 말았다. 좁은 대합실에 사람들이 가득차서 아우성을치고 있었던 것이다. 버스표 구하기가 중국에서 기차표구하기만큼이나 힘드는 곳이 있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았다.   

 

 

 큰 배낭을 벗어서 친구에게 맡겨두고 줄을 섰다. 어떤 줄을 서야 빨리 표를 살 수 있는지 확신이 없어서 무조건 제일 짧은 줄 뒤에 섰다. 말만 줄이지 정작 창구 앞에서는 대혼란이 벌어지고 있었다. 질서 유지를 위한 안전요원이 배치되어 있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공안이 아니어서 그런가 보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쪽에서는 덩치큰 녀석이 밀치고 들어와서 버젓이 새치기를 하고, 그러면서 서로들 싸우고 고함을 지르는등 난리가 나도 크게난 것 같았다. 어안이 벙벙해진 나는 엑스레이 투시기로 짐검사를 하는 여성에게 가서 물었다. 이 복잡한 상황에서 영어로 물은들 아무런 소용이 없으므로 화전(和田)이라고 쓴 종이를 보여주고 어느 줄이냐고 물어본 것이다.

 

 그녀는 사람이 제일 적은 줄을 가리켰다. 조금 전에 섰던 그 줄이 맞다. 다시 줄을 서서 앞으로 나아갔다. 창구앞에 서있던 어떤 사나이가 어딜 가느냐고 물어왔다. 화전이라고 쓴 종이를 보여주었더니 내 손에 쥐고 있던 돈을 달라는 표시를 해왔다. 그는 나에게서 돈을 받아 매표소 여직원에게 큰 소리를 부탁을 했지만 먹혀들지 않았다.

 

 줄은 세줄인데 표를 끊어주는 컴퓨터 프린터는 두대 뿐이었다. 그것도 지금은 아무도 안쓰는 엄청 낡은 프린터이니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었다. 거기다가 사람들이 서로 표를 사겠다고 아우성을 치고 있으니 말이 통하지 않는 것 같았다. 결국 나는 그에게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해서 손에 받아 쥐고는 내가 직접 창구앞으로 바짝 다가서서 영어로 외쳤다. 

 

        

 영어로 외치자 효과는 금방 나타났다. 창구의 여직원이 관심을 보였고 어딜 가느냐고 물어온 것이다. '호탄 차표 3장'이라고 쓴 종이와 돈을 내밀었더니 그녀는 다른 창구에 가서 차표를 인쇄해 왔다. 차표 구하는데만 한 이십여분이 지나간 것 같다. 간신히 버스표를 손에 넣은 뒤 대합실로 들어가서 개찰을 했다.

 

 막상 승강장으로 가보니 버스에는 손님이 그리 많지도 않았다. 그러니까 그렇게 야단법석을 부리며 시끄럽게 차표를 구하고자 했던 사람들은 다른 어떤 지방으로 가는 표를 구하고 있었다는게 확실해진 것이다.

 

 오늘도 6시간 이상 버스를 타야하므로 앞쪽에 앉는 것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그래야 사진찍기도 편하고..... 배낭은 운전석 뒤 엔진덮개 위에 올려두고 좌석을 확보했다. 출입문 바로 뒤로 앉으면 좋은데..... 

 

  

 출발시간이 조금 남았기에 정신을 차리기 위해서라도 잠시 내려야만 했다. 차표를 끊는데 워낙 진을 뺐기 때문이기도 하고 터미널 출구에 잠시 서있는 침대버스가 보였기 때문이다. 우리는 호탄에서 장거리 침대버스를 탈 생각으로 있다. 예전에 한번 사용해본 적이 있지만 이 지방의 침대버스는 상태가 어떤 것인가하는 호기심도 생겼기 때문에 미리 알아보자 싶어서 사진을 찍어둔 것이다.

 

 

 예청 터미널을 빠져나온 버스는 백양나무 가로수가 드문드문 서있는 길을 달리기 시작했다. 여기도 이젠 언제 다시 올지 기약이 없다. 그러면 우리가 가는 길이 어디인가 알아두기 위해서 잠시 아래에 올려둔 사진지도를 보기로 하자.

 

 

 

지도 중간쯤에 카르길리크라고 쓴 도시가 보일 것이다. 그것에서 우리는 오른쪽, 그러니까 동쪽으로 계속 나아가는 것이다. Hotan이라고 쓰여져 있는곳이 오늘 우리가 가고자 하는 호탄(和田)이다. 거짓말 조금 더 보태면 서울에서 경주가는 거리 정도가 된다. 고속도로가 아닌 지방도로를 따라 달려야하니 엄청 지겹게 생겼다. 위 지도를 더 크게 확대한 것이 저 아래에 다시 나올 것이다. 

 

 

 호탄으로 가는 도로는 상태도 열악했다. 중간중간에는 공사중이었고 포장 상태는 좋은게 아니었다. 도로공사 현장 옆으로 수박을 가득 실은 트랙터가 지나치고 있었다.

 

 

 노면을 새로 다지고 재포장을 하는가 보다. 도로에는 중장비도 보였지만 장비보다는 사람들이 더 많은듯 했다.

 

 

 무엇을 싣고 가는 수레일까? 이쪽으로는 예전에 무명 생산이 많았다고 한다. 목화를 수확하기에는 계절이 조금 이른 것 같은데.....

 

 

 조수는 승객 한사람과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나중에 보니까 구간별로 서로 나누어서 운전을 하기도 했다. 이젠 슬슬 지겨워온다. 가도가도 끝없는 사막뿐이기 때문이다. 사막이라고 하니까 우리가 흔히 상상할 수 있는바와같이 굽이치는듯한 모래언덕이 쭈욱 이어지는 그런 모래사막이 아니다. 모래밭에 돌들이 가득한 거칠기 짝이 없는 돌짝밭을 떠올리면 될 것이다.

 

 

 

 

위의 사진지도에서 1번으로 표시된 곳이 예청, 즉 카르길리크이다. 2번은 호탄에서 30분 정도의 거리인 묵옥이고 3번이 호탄이다. 오늘의 목적지가 호탄이라는 사실은 몇차례나 이야기를 했었다. 지도를 보면 이제는 간간이 보이던 오아시스도 거의 사라지고 끝없는 사막이 이어짐을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지도 아래쪽에 조금 보이는 흰색은 곤륜산맥의 눈덮인 산악지대라는 사실을 나타내고 있다. 강은 지도 아래쪽 산에서 시작하여 위쪽의 사막을 향해 흐르고 있다.  

 

 

 카슈가르(=카스)에서 호탄(和田 화전)사이에 철도공사가 한창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2010년 올해 연말 완공을 목표로 해서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버스를 타고 지나치면서 그 공사 현장을 직접 볼 수 있게 되었다.

 

 

 사막 한가운데로 끝없이 이어지는 도로와 나란하게 철길을 내는 공사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냥 지반을 다진후 철로만 놓으면 될 것 같다. 기존도로 옆으로 고속도로 비슷한 것을 건설하는 구간도 보였다.

 

 

 지금 이 사진 속에서도 새로운 도로가 조금 나타나있다.

 

 

 그러다가 한번씩은 작은 오아시스 마을을 스쳐 지나가기도 했다.

 

 

 포플러가 가득한 조금 큰 오아이스 마을을 지나기도 하면서......

 

 

 버스는 줄기차게 달렸다. 아, 지겹고도 지겹다.

 

 

 옛날 대상들은 이런 길을 지겹도록 걸었을 것이다. 오아시스 마을을 만나면 한번씩 쉬기도 했을 것이다.

 

 

 심심찮게 철도공사 현장이 나타나기도 했다.

 

 

 버스 운전기사도 철도공사현장이 보고 싶은 모양이다.

 

 

 예전엔 침목을 깔았지만 요즘은 콘크리트로 침목을 대신한다.

 

 

 이 철도가 완성되면 서역남로에도 한족들이 물밀듯이 밀려올 것이다. 위구르인들은 갈수록 소수민족이 되어갈 것이고..... 

 

 그러면 독립을 향한 위구르인들의 염원은 더더욱 아득하게 멀리멀리 달아날 것이다.

 

 

어리

버리